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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39 vote 0 2020.11.11 (14:16:28)

      

    http://asq.kr/4hCWQzPd4SdJC


    실패한 서구문명


    일본이 미국에 전쟁을 걸 때는 나름 승산이 있다고 봤다. 미국은 개인주의다. 게다가 부자다. 쾌락주의와 퇴폐사상에 물든 부자 미국이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가난뱅이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막상 전쟁에 돌입하자 카미카제 작전을 먼저 사용한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 뇌격기는 형편없는 어뢰의 성능 때문에 항모를 공격하려면 수면 가까이로 내려와야 했다. 뚱뚱한 뇌격기가 수면 가까이로 내려온다는 것은 백 퍼센트 제로기의 밥이 된다는 것이다.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무모한 공격으로 100여 대의 뇌격기가 순식간에 제로기의 밥이 되었다.


    일본은 만세를 부르고 있었는데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는 거다. 이렇게 많은 비행기가 날아온다는 것은 활주로가 있는 섬에서 적기가 뜬다는 것이다. 섬을 공격하려고 폭탄을 실었는데 아니었다. 부근에 미군의 항모가 있다. 항모를 잡으려면 폭탄을 바꿔실어야 되는데 어쩔 것인가?


    나구모 함장은 허둥대고 있었다. 미군의 공격은 제 2파, 제 3파로 파상공격이 끝없이 이어졌다. 미군은 오는 대로 전멸했지만 일본 전투기도 공중을 맴돌며 방어하느라 연료가 고갈되었다. 그 순간 길을 잃고 엉뚱한 바다를 헤매던 급강하폭격기 편대가 마침내 일본 항모를 찾았다.


    5분만에 상황종료. 모든 제로기가 수면으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구름 위에 숨은 급강하 폭격기 편대를 발견하지 못했다. 항모는 구름 밑으로 숨어 다니기 때문에 역으로 구름 위로 숨어서 오는 적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일본군의 작전은 상당부분 완벽한 것이었다.


    미군 함대가 겁먹고 도주할까봐 전함을 뒤로 빼놓았을 정도로 여유를 부렸다. 그런데 졌다. 일본은 그때 깨닫게 된다. 미국 병사도 제대로 미친 놈들이라는 사실을. 일본은 미군의 전쟁의지를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미군이 호전적이라면 애초에 일본이 싸움을 걸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게 논리의 덫이다. 애초에 미군은 전쟁의지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게임을 설계했기 때문에 그 전제가 틀렸다면 전쟁은 당장 포기해야 한다. 그럴 수는 없고 일체의 전략이 불성립이다. 미군은 여전히 전쟁의지가 없지만 미드웨이 한곳만 미친 놈들이 모여있었다고 치기로 합의한다.


    일본 - 어차피 전쟁은 미친 놈이 이기는 게임이야. 다들 정상인데 우리 일본만 미쳤어. 내가 다 먹는 판이야.


    미국 - 너만 미쳤냐? 나도 미쳤어. 나는 미쳐도 더럽게 미쳤다고.


    일본군은 전략변경을 못하고 현실도피를 선택했다. 애초에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서. 계속 정신력으로 밀어붙였다. 계속 졌다. 항상 하는 이야이지만 심리학적 접근은 위태롭다. 물리학으로 이겨야 진짜다. 정신적 요소를 들이밀면 개소리다.


    한국만 방역을 잘한게 아니라 유교권인 대만, 중국, 일본, 베트남 다 잘하고 있다. 왜 한국인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길거리 응원을 성공시켰을까? 길거리에 대형 전광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광판이 없는데 하겠냐? 왜 베트남은 축구도 못하면서 박항서 축구시합에 열광하는 것일까? 


    피파 순위로 100위 넘어가는 주제에 말이다. 정답 - 이기니까. 지면 하겠냐? 유교권은 목표를 정하면 무섭게 달려들어 해낸다. 왜? 해봤기 때문에. 조선시대부터 조선왕조는 동원력이 남달랐다. 유럽은 동원이 안 되므로 용병을 고용해서 전쟁을 시킨다. 역사의 경험칙이 다른 것이다.


    이인좌의 난 때 영조는 초반에 병력 동원에 애를 먹었는데 뒤늦게 20만의 농민병사가 전쟁터로 몰려와서 난리가 났다. 집으로 돌려보내려면 식량을 줘야 한다. 남부지방에 많았던 소론세력 눈치를 보다가 대세가 기울자 뒤늦게 사또들이 죄다 영조 편에 붙어서 군대를 보낸 것이다. 


    과거시험도 전국에서 30만 명이나 응시해서 소동이 일어나곤 했다. 유럽에서 대규모 인원동원이 되는 나라는 독일, 폴란드, 러시아다. 역사적 배경이 있다. 기독교의 동유럽 전파역사다. 십자군 전쟁과 같다. 종교적인 명분이나 민족주의가 끼어들면 대규모 동원이 쉽게 이루어진다. 


    러시아는 워낙 촌동네라서 임금이 ‘모여봐’ 하면 기본 천만 명씩은 모인다. 그냥 촌놈이 서울구경, 유럽구경 하려는 거다. 폴란드는 귀족들이 왕을 선출하는 귀족 공화정이었다. 한국의 사대부처럼 귀족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가 없는 미개한 야만인을 계몽한다는 식이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의사결정한다. 폴란드의 역사는 갑자기 강성해져서 윙드 후사르를 앞세우고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만을 쳐바르다가 돌연 약해지곤 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갑자기 강성하여 사방을 두루 때려잡다가 반대로 사방의 적들에게 골고루 얻어맞는 패턴이 반복된다. 


    독일의 융커도 비슷한데 이들은 튜튼 기사단 이래로 동방식민운동을 벌여 기독교를 선교한다며 침략을 일삼았다. 종교적 열정과 민족주의가 동원력의 원천이다. 독일 전차군단의 위력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동원을 잘하는 나라들은 대규모 동원을 성공시켜 본 역사적 경험이 있다. 


    미국도 남북전쟁을 통해 동원해본 역사가 있다. 아시아는 몽골족과 싸우느라 전 국민이 동원되어야 했다. 용병 몇천 명 가지고 깔짝대는 유럽과 다르다. 유럽은 십자군 전쟁이나 잔다르크의 활약 정도를 제외하고 동원된 경험이 없다. 아랍은 동원력이 떨어진다. 봉건영주 때문이다. 


    징기스칸이 침략하자 코라즘은 40개의 성에 흩어져 있다가 각개격파 당했다. 아랍은 지리적으로도 대규모 동원이 불가능한 구조다. 떠돌이 오스만에게 당한 이유다. 아랍족과 이란족, 투르크족은 전혀 다른 집단이다. 다수 아랍과 이란이 극소수 오스만에게 수백년간 지배당했다.


    삼국지로 치면 오나라와 같다. 조조가 50만 대군을 끌고 북쪽에서 내려온다. 손권은 주유에게 고작 3만 병을 지원했을 뿐이다. 오나라는 주변에 산적들이 많아서 동원이 안 되는 구조였다. 서구가 바이러스에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규모로 동원해본 경험과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부르면 일단 안 간다. 왜? 불러서 고분고분하게 가면? 문득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뭐든 국가에서 시키는 것은 반대로 해야 살아남는다. 일제 강점기 때는 자식을 학교에 안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왜?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정부에서 시키는대로 하면 망한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뭐든 정부정책과 반대로 가야 산다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많다. 625를 거치며 많은 것이 변했다. 시골의 무당권력과 향촌권력이 해체되고 근대교육을 받으면서 동질성이 확보되어 마침내 동원이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동원에 반대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은 부족민의 본능이다. 시키는대로 하면 권력을 뺏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국민개병제를 해 본 적이 없다. 해도 이겨본 적이 없다. 아랍인들이 터번과 히잡을 고집하고 할례를 고집하는 것도 그렇다. 하라는건 반대로 해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상투를 자르고 적응했는데도 말이다. 시키는대로 하면 권력을 뺏긴다. 봉건 가부장의 권력집착이다. 결론적으로 유교권은 원래 동원이 잘 되는 문화다. 동원해본 경험이 있다. 그 방향으로 상당히 훈련되어 있다. 인종주의적인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인 진실을 봐야 한다.


    한국인이 순종적이고 어쩌고 하는 소리는 미군이 개인주의에 이기주의라서 못 싸운다는 일본군 논리와 같다. 못 싸우는 군대가 있다. 1) 장교단이 없거나 약하다. 2) 병력 자원의 질이 균일하지 않다. 3) 지휘관이 약속을 안 지키고 밥을 안 준다. 4) 특정부대를 총알받이로 희생시킨다.


    남북전쟁 때 남군은 남부신사고 북군은 굶주린 양키라서 남군이 이길 걸로 봤다. 오판이었다. 양키들도 밥만 잘 주면 열심히 싸운다. 지휘관이 약속을 안지키거나 거짓말을 하면 순식간에 붕괴된다. 셔먼이 조지아를 불태우자 남군은 일제히 탈영해서 군대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유럽이 전쟁을 기본 30년씩 하고 백 년씩 하는 이유는 대규모 동원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전쟁을 오래 끌지 않는다. 동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경험이 축적된 것이다. 프랑스는 1차대전 때 고전했다. 소모전에 병사들이 불만을 품고 대규모로 탈영을 했기 때문이다.


    페텡원수는 병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묻지마 소모전이 아니라 포격을 앞세우는 효율적인 전쟁을 해서 말 많은 프랑스군을 데리고도 전쟁을 이겼다. 그것을 보고 히틀러가 웃었다. 역시 프랑스놈들은 약골이야. 기관총이 무서워서 도망치다니. 우리 독일군은 무적이지. 도망을 안쳐.


    프랑스인은 연애질이나 하느라 나사가 빠져 있고, 영국인은 신사라며 거드름이나 피우고, 미군은 양키라서 아주 개념이 없고, 소련군은 혁명을 거치며 귀족출신 장교들이 숙청되고 농민들로만 모여서 규율이 엉망이고. 우리 독일은 독일기사단 전통에 정신무장이 잘 되어 있지. 에헴. 


    히틀러는 정신력으로 이긴다고 믿었다. 환상이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스팸을 주자 러시아 농민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밥을 안 주니까 탈영을 하지 밥을 주면 싸우는게 군인이다. 심리적 요인에서 답을 찾는건 전부 개소리다. 장교가 없고 체계가 없고 훈련되지 않은 것이다. 


    서구가 코로나19에 허둥대는 이유는 훈련되지 않아서다. 서구도 대규모 동원을 성공시킬 때가 몇 번 있었다. 십자군 원정 때와 동방식민운동 때의 종교적 열정, 1차 대전 때의 인종주의와 민족주의가 그러하다. 아랍도 사회주의가 유행할 때는 제법 강했는데 근래에 더 약해진 것이다.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인간은 순식간에 변한다. 미국과 유럽도 순식간에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그런 계기가 없을 뿐이다. 양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과 탈근대사상의 등장으로 나사가 빠져 있다. 80년대에 일본이 급성장하자 미국은 긴장했다. 중국이 팽장하는 지금도 같다.


    서구가 앞선 것은 정신 때문이 아니라 기술 덕분이다. 기술은 배우기 어렵고 정신무장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거짓이다. 제도와 시스템은 기술이다. 민주주의는 확실히 서구가 앞섰지만 동원력은 아시아가 더 앞섰다. 기술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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