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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85 vote 2 2020.09.28 (09:56:28)

      누난 네가 왜 화났는지 알아.


    세상의 비밀을 알아버리면 씁쓸해진다. 그런 거였어? 진중권들이 화가 난 이유는? 그런 거였구나. 기생충 서민이 화가 난 이유는? 그래서 그랬구나. 의사들이 화가 난 이유는? 검사들이 배반하는 이유는?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그 이유를 알아버리면 당신은 매우 씁쓸해진다. 


    답은 분명히 있다. 구조론은 모르는 게 없으니까. 그러나 답은 없다. 당신을 위한 맞춤답안은 없다. 왜 화가 났을까? 사실은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화가 나 있었다. 남자는 모른다. 여자들의 명랑한 표정이, 즐거운 목소리가, 생기있는 태도가 연출된 것임을.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남자들은 여자가 원래 그런 존재인 줄 착각하고 우울한 태도로 위로받으려 한다. 일부 남자들은 안다. 누나가 있으니까. 겪어봐서 안다. 여동생이 집에서 오빠와 주먹을 교환하며 쟁투할 때와 남자를 사귈 때 목소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나 같은 숙맥은 모른다. 


    원래 남자는 다 고독한 가을남자이고 여자는 다 화려한 봄의 여자라고 여긴다. 여자들은 원래 생기가 넘친다고 여긴다. 여고생들 길거리에 굴러가는 말똥만 봐도 깔깔대잖아. 자지러지잖아. 요즘 말똥이 귀하니 가랑잎으로 대체하자. 모자를 눌러 쓰고 우수에 찬 남자, 스테레오 타입.


    남자를 위로하는 생기가 넘치는 여자. 그러다가 권력의 민낯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렇다. 그것은 권력게임이다. 권력의 역전이 일어난다. 모르겠는가? 미러링이라도 좋다. 우수에 찬 여자와 생기발랄한 남자다. 나를 즐겁게 해봐. 내게서 웃음을 끌어내 봐. 내게 웃긴 이야기를 해봐. 


    맛집에서 피자만 사준다고 내가 즐거워지겠어? 남자의 권력이 존재하는 한 여자는 우울할 수밖에 없다. 여자는 원래 즐거운 존재이고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한국 남자들의 믿음 때문에 우울하다. 이 문제의 정답은 남자가 개인기를 발동해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여자는 그것을 반복하도록 만들 것이다. 치명적이다. 권력서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간은 누구나 권력적 존재다. 여자는 권력적인 남자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남자를 권력적으로 지배하기를 원한다. 구조론이 인기 없는 이유는 권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오가 서지 않기 때문이다. 왠지 고졸 밑으로 들어간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들은 진리에 관심이 없다. 권력은 신에게서 조달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을 논하는 의미다. 진중권은 고졸 노무현 밑으로 숙이고 들어가는 순간 운명적으로 화가 나버렸다. 기생충 서민이 화가 난 이유다.


    검사들이 화가 난 이유다. 그때 그 시절 대학교수들이 노무현씨발놈개새끼 유머로 하루를 시작한 이유다. 의사들이 돌아선 이유다. 한때 그들은 노무현을 좋아했다. 그들은 노무현이 자기를 위해 즐거운 표정으로 웃어주기를 원했다. 노무현의 활기찬 얼굴에서 기운을 얻고 싶어 했다. 


    어느 순간 알아버렸다. 전세역전이라는 사실을. 반대로 자신이 생기있는 목소리로, 상냥한 표정으로, 우수에 찬 남자 알랭 들롱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노무현을 즐겁게 해야 하는 조연 역할로 떨어져 버렸다는 사실을. 어? 이거 뭐야? 주연이 조연되고 조연이 주연 되기냐? 피꺼솟이다. 


    그들은 화가 났다. 그 화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해외파 투르게네프와 국내파 도스토옙스키의 대결구도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 계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걸작을 써도, 명성을 얻어도 여전히 투르게네프는 도스토옙스키의 가상적이다. 여전히 일본은 한국의 가상적이다. 백 년 후에도. 


    그것은 쓸모있는 대결구도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당신은 쓸쓸해진다. 사회의 민낯이 그러하다. 오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몰라? 구조론은 답을 안다. 그러나 해결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권력의 수요가 존재한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을 통해 권력을 조달하려고 한다. 자신이 승진하기보다 남편이 승진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승진하려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시간이 걸린다. 남편이 승진하기는 쉽다. 승진할 남자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 초 만에 된다.


    승진해서 판사 되기는 어렵고 이미 판사가 되어 있는 남자를 잡는 게 빠르다. 이는 자연법칙이므로 인위적인 해결이 어렵다. 일단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정조니 순결이니 하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사라지는 데 백 년이 걸린다. 마초녀와 초식남의 구도다.

    

    백 년 후에는 누난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몰라? 이렇게 될 수도 있다. 돈 많은 40대 여자가 재주 많은 20대 남자를 정부로 두는 문화는 유럽 사교계의 것이다. 발자크는 사교계를 주름잡는 귀부인과 결혼하려고 하루에 커피 50잔을 마시며 맹렬히 소설을 쓰다가 죽었다. 여성숭배 문화다.


    일본도 유능한 젊은이가 재주를 증명하고 부잣집 사위로 들어가서 가게를 물려받는 문화가 있다. 한국이 쉽게 그렇게 되겠는가? 남자의 권력서열이 여자보다 높은 불평등 상태에서 만나는 즉 여자는 화가 나 있다. 데이트 장소로 가기 전에 화장을 하고 옷을 고르면서부터 화가 났다.  


    진중권들이 화가 난 이유는 권력서열의 역전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자는 원래 깔깔대기 좋아하고 생기가 넘치고 남자를 즐겁게 하는 마법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 표정을 연출하는데 막대한 심리적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억지로 기운을 끌어올리면 우울해진다.


    세상은 권력에 의해 작동하고 인간의 행동에는 권력적 이유가 존재하며 고졸 노무현에 화가 난 심리적 귀족들의 행태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버리면 당신은 쓸쓸해진다.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옙스키의 화해는 없다. 민중파 김구와 엘리트 여운형의 대결은 운명이었다.


    부단히 타격하는 수밖에 없다. 권력은 계급이기 때문이다. 갈등은 계속된다. 상처는 오래간다. 왜? 그것이 사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OX 시험문제가 아니다. 답을 알든 답을 모르든 문제는 닫힌계 안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남녀 간 계급 간 이 싸움은 백 년 이상 이어진다. 


    그리고 한국이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다투다가 해외로 뻗어나간 영국, 다이묘와 막부가 다투다가 대륙을 침략한 일본, 평민과 융커가 다투다 폴란드에 분풀이한 독일, 농노와 귀족이 다투다가 세계를 혁명하려고 한 러시아처럼 말이다.


    역사는 그렇게 간다. 잔인하게 그리고 유장하게. 언제나 내부의 갈등을 외부로 돌린다. 그것이 진보의 원리이고 인간의 본질이다. 인간은 권력적 존재이며 계급적으로 표출된다. 배움에서 기쁨을 얻고 만남에서 즐거움을 얻고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시피 하다.


[레벨:6]펄잼

2020.09.28 (19:42:08)

아....지려 버렸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2]이금재.

2020.09.28 (22:20:16)

찰리 채플린, 로빈 윌리엄스 현상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


훌륭한 희극인을 가까이서 보니, 사실 울고 있더라고요.

Drop here!
[레벨:2]dksnow

2020.09.29 (01:30:46)

남녀가 확실히 구분되지 않았고, 남자안에도, 여자안에도 세력들이 나뉘어져 서로를 대표하고 있지 않는 거죠. 

대표가 없으니, 답변은 허공에 뜨고, 의견 개진은 소멸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작용을 늘려가는게 키.

남녀, 동양-서양, 기독교-아랍, 이성애-동서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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