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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22 vote 0 2020.09.21 (18:48:20)

      

    유일한 믿을 구석은 추론뿐


    과학자들이 홀로그램 우주니 다중우주니 평행우주니 하며 별소리를 다 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우주가 컴퓨터 속의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거기서 질량보존의 법칙은 무너진다. 모든 법칙이 파탄 나고 만다. 신의 컴퓨터를 리셋하는 순간에 우주는 망하고 새로 생겨난다.


    세상에 믿을 거 하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물에서 그러하다. 게임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왜냐하면 게임이니까. 독자들은 점점 설정오류에 관대해진다. 왜냐하면 그게 현실이니까. 게임 속에서 뭐든 가능하다면 소설에서도 가능해야지. 현실도피가 도리어 현실이 된다.


    아무러나 상관없다. 우주가 무너져도 진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진리는 우주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진리는 인간의 언어에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홀로그램이라면? 다중우주나 평행우주가 사실이라면? 과학자들은 쥐구멍을 찾아야겠지만, 우리는 진리에 의지할 수 있다.


    이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세계의 문지기가 권력을 잡는다. 홀로그램은 2차원 평면으로 존재하면서 3차원을 연출한다. 2차원을 3차원으로 바꾸는 관문이 있다. 좁은 병목이 있다. 서로 다른 둘을 연결하는 곳에 관문이 있다. 신은 바로 그곳에 자리 잡고 과학자들을 엿먹인다.


    평행우주든 다중우주든 우리가 아는 세계 말고 뭔가 하나가 더 있다면 둘 사이에 관문이 있고 거기에 어떤 자식이 신이라는 타이틀 걸고 버티고 있다. 과학자들은 권력을 빼앗기고 수모를 당한다. 상관없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무너져도 질량보존의 법칙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의 법칙은 무너져도 언어의 법칙은 무너지지 않는다. 물질의 질량보존이 무너져도 언어의 질량보존은 무너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을 무너뜨렸다. 양자역학은 물질을 상당 부분 무너뜨렸다. 무너지지 않은 것은 언어뿐이다. 모든 법칙은 궁극적으로 언어다. 


    바둑을 두되 첫 번째 두어지는 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뒤에 오는 돌은 앞에 자리 잡은 돌에 영향을 받지만, 첫 번째 돌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비대칭이다. 출발점은 영향받지 않는다. 출발점은 비대칭이다. 진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첫 번째 오는 언어다. 진리는 자연과 상관없다.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여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자연의 법칙이 인간의 언어를 따른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그렇더라는 사실을. 지금까지는 예외가 없더라는 사실을. 앞으로도 그럴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적어도 138억 년간은 그래왔다. 설사 우주가 무너진다고 해도 한참 후다. 


    138억 년을 그럭저럭 굴러왔으니까 또 그 정도는 굴러가겠지. 온 만큼은 가겠지. 우리는 아마 중간 어디쯤 있겠지. 확률을 믿을 뿐 절대 그렇다는 보장은 절대로 없다. 자연은 인간의 언어를 따르되 첫 번째 언어만 따른다. 진리는 첫 번째 언어다. 수학은 과학의 첫 번째 언어이다.


    그래서 수학은 힘이 있다. 필요한 것은 추론이다. 첫 번째 언어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어에 언어를 보태면서 세상은 복잡해졌다. 첫 번째 언어로 되짚는 것이 추론이다. 자연 역시 그러하다. 첫 단추를 끼우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첫 단추는 정직하다. 두 번째 단추부터는 위태롭다.


    첫 단추의 영향을 받으므로 믿을 수 없다.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복잡해진다. 사건의 첫 단추는 닫힌계의 설정이다. 변화의 시작점을 지정하는 문제다. 질에서 입자로 변환이 일어난다. 이 단계는 속일 수 없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사건의 닫힌계를 정하는 문제가 질량보존이다. 


    변화는 그 질량보존의 바운더리 안에서 일어난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다. 1법칙 안에 2법칙이 숨어 있다. 1법칙이 정해지면서 거기에 연동되어 2법칙도 정해진다. 변화는 닫힌계 내부에서만 일어난다. 닫힌계가 1법칙이면 그 변화는 2법칙이다. 변화는 바로 그곳에서만 일어난다. 


    닫힌계 안에서 일어나는 자체의 변화는 닫힌계 안에서 자체적으로 그 변화의 원인과 절차의 과정을 조달해야 한다는 말이다. 1법칙이 문장의 주어라면 2법칙은 동사를 이루어 둘이 한 문장이다. 왜 엔트로피는 증가하는가? 변화의 근거를 닫힌계 내부에서 조달하였기 때문이다. 


    변화가 진행된 만큼 무질서도가 증가했으므로 질량은 보존된다. 그냥 있는 것은 그냥 있고 변화는 그 안에서 내부적으로 일어나므로 질량은 보존된다. 이것은 자연과 상관없이 언어의 원리다. 주어는 그냥 있고 동사는 그 주어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 일어난다. 사람이 밥을 먹는다. 


    사람은 사람이고 밥을 먹는 일은 그 사람의 행동이다. 언어는 접힌 종이를 펼쳐서 속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종이는 그대로 있고 글씨는 그 종이에 쓰여 있다. 언어는 약속이고 약속이므로 당연히 지켜진다. 만약 당신이 언어를 이해했다면 우주의 모든 법칙을 이해한 것이다. 


    언어 안에 다 있다. 과학자는 자연도 인간의 언어를 위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백퍼센트 믿을 수 없지만 어쨌든 138억 년 동안은 그래왔다. 138억 년 동안 꾸준히 지키던 규칙을 자연히 갑자기 어기겠는가? 그 규칙 어기려면 비용이 많이 들 텐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10]흑태

2020.09.22 (09:47:04)

양자역학을 정립한 닐스보어도 결국 언어가 문제다라도 했답니다.

많은 영감을 주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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