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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44 vote 1 2020.07.22 (17:35:31)

      

    왜 왜가 문제냐?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흔히 말하는 것이 도구의 사용이다. 그런데 도구가 뭐지? 새의 발톱은 도구가 아닌가? 사자의 이빨은 도구가 아닌가? 인간이 손으로 만든 물건만 도구인가?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우리가 대충 뭉개고 넘어가는 전제를 의심해야 한다.


    이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이다. 돌도끼로 사냥하던 시절 돌을 깨뜨려 이를 만들어 모퉁이를 쓰니 쓸모가 있다. 뾰족한 이가 있는 것이 이익이며 뾰족한 모가 있는 것이 쓸모있는 것이다. 어원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 호흡呼吸도 호~ 하고 불면 호, 흡~하고 빨아당기면 흡이다.


    근본은 의성어 혹은 의태어다. 착취도 착의 원래 발음에는 기역받침이 없다. 한석봉 형님이 편의로 기역 받침을 붙여놓은 것이다. 착취搾取Zhàqǔ의 원래 발음으로 보면 짜아쥐이다. 비틀어서 짜고 손으로 쥐는 것이 착취다. 어원을 알고 보면 느낌이 다르잖아. 기억하는게 쉽잖아.


    공부가 잼있잖아. 찾아보면 많다. 한자를 이런 식으로 낱낱이 따져 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다. 명제의 숨은 전제를 낱낱이 살펴야 한다. 명사가 전제되고 동사로 진술된다. 우리는 동사에 홀린다. 도구를 사용한다고 말하면 사용에만 주의가 쏠리고 도구는 그냥 넘어간다.


    도구가 뭐지? 하고 물어야 한다. 왜 도구를 사용하지? 사용만 궁금하고 그게 과연 도구가 맞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례를 든다. 자신이 봤다고 말한다. 이명박의 ‘내가 해봤는데’와 유사한 수법이다.


    여자가 아니라 약자라는 생각은 못 한다. 보스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혹은 회사 안에서 여자와 남자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부분은 보지 못한다. 학은 왜 한쪽 다리를 들고 있을까? 찬물에 발이 시려서? 물속에서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다는 동사에만 주의가 가는 것이 문제다.


    명사인 다리에 관심이 가야 한다. 두 다리로 서는게 편할까? 뇌가 두 다리에 어떻게 체중을 분배하지? 당연해 보이는 전제를 의심해야 한다. 학만 그런가? 비둘기는 왜 한쪽 다리를 들고 있지? 닭은 왜 불편하게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지? 땅바닥에 이불 깔고 자지 왜 횃대에서 자?


    답은 학보다 앞선 전제인 조류와 포유류의 골반구조의 차이에 있다. 조류>학>다리>한쪽 다리로 선 자세로 전개하는 것이며 여기서 앞부분이 전제다. 개는 왜 공을 물어올까? 주인이 보상하기 때문이지. 여기서 물어온다에만 관심이 간다. 왜 개가 주인 주변에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전제의 전제의 전제의 전제까지 가야 골반구조를 이해해서 이족보행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모든 동물은 한쪽 다리로 서야 한다. 두 다리로 달려도 한쪽 다리를 교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용이 최소화된다. 로봇을 만들어도 골반이 없으면 체중분산 실패로 부품이 마모된다.


    개는 보상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이다. 보상하지 않으면 긴밀한 관계인지를 확인하지 못한다. 즉 개는 주인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팀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다. 개가 원하는 것은 동료와의 팀플레이다. 인간이 원하는건 행복이 아닌 의미다.


    의미는 사건의 연결이다. 사건의 연결이 뭐냐? 추상적이다. 성경에 나오는 표현이 걸맞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던 일이 잘되고, 자식이 사업을 이어받고, 민주화와 진보가 실현되고, 사방에 이름을 떨치는 것이 의미다. 그래서 어쩌려고? 그래서 뭐 하자는 건데? 사건의 연결이다.


    태초에 사건이 있었다. 137억 년을 전개하여 여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거대한 에너지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행복이나 쾌락은 똥개훈련 보상에 지나지 않는다. 보상이 없으면 밥을 먹어도 맛이 없으니 굶어 죽고 섹스를 해도 기쁨이 없으니 종족보존이 안 되어 인류가 멸종할 판이다.


    인류의 멸종방지 수단일 뿐 그게 목적은 아니다. 쾌락, 행복, 사랑, 성공, 명성은 삶의 진짜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은 의미의 실현이며 의미는 만남으로 가능하고 만남의 기쁨, 만남을 앞둔 설렘과 업된 상태의 긴장감, 만나서 스칠 때의 전율함, 그때의 충만한 에너지가 진짜다.


    호르몬이 진짜다. 137년 전의 격발을 연결해 가는 것이 진짜다. 사건은 한 방향으로 속도감 있게 계속 흘러간다. 복잡한건 가짜다. 단순해야 진짜다. 어느 분야든 끝까지 밀어붙이면 단순해진다. 호흡이나 착취의 어원이 그렇다. 의성어에 의태어라면 보다사인이니 복잡한 이유가 없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수피아

2020.07.23 (15:55:30)

4번째 문단에 있는 "언저의 숨은 전제를 낱낱이 살펴야 한다" 문장에 오타가 있는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0.07.23 (16:25:46)

네. 수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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