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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90 vote 0 2020.07.19 (16:16:48)

      
    숙명여고 쌍둥이의 경우
   

    이런 예는 많다. 뻔뻔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략이 수립되지 않아서다. 범죄자가 죽는 순간까지 딱 잡아떼는 경우도 흔하다. 자신이 남을 모함해서 생사람을 잡아놓고 억울하다며 자살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살이 진실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뻔뻔하다는 것은 그냥 관념이다. 막연한 느낌이다. 


    독종이거나 악질이다? 천만에. 당신도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다. 인지부조화로 설명될 수 있다. 인지부조화는 행동에 인식을 맞추는 것이다. 인간은 인식하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행동을 정해놓고 거기에 필요한 인식을 불러낸다. 혹은 조작하여 행동을 합리화한다. 행위가 주변과 얽히면 관성의 법칙이 작동한다.


    이 경우는 복잡하게 얽혀서 관성의 법칙에 따라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 본질이다. 특히 구속된 아버지와 얽혀 있다. 어차피 세상과 틀어진 마당에 부모자식간의 의리라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쌍둥이를 미워하지 말고 '아! 인간은 원래 저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동물이구나.' 하고 납득할 일이다.


    쌍둥이의 아버지를 꾸짖어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태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어린이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감추려다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악순환이면 외부의 도움 없이 탈출 못 한다. 어머니와 둘이 사는 소년이 어머니가 죽었는데 시신을 방치하고 학교에 나온다.


    소년이 뻔뻔해서 어머니의 시신을 방치했다는 말인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한다. 소련에 포섭된 미국의 부부간첩이 끝까지 잡아떼다가 사형된 일도 있다. 소련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고? 천만에. 우리는 편하게 말한다. ‘역시 빨갱이는 지독해! 세뇌교육 때문이지.’ 편하게 도망가지 말고 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자.


    사르트르, 아인슈타인, 장 콕토, 피카소, 프리다 칼로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줄을 이어 이 재판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교황 비오 12세까지 나서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로젠버그 부부의 사면을 부탁하기도 했다.[나무위키]


    로젠버그 부부는 원자폭탄에 대한 정보를 소련에 넘겨 육이오 전쟁을 유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부부 때문에 소련이 핵개발을 했다는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런데 왜 부부는 끝까지 체제와 싸웠는가? 자신의 간첩협의는 확실하지만 부인은 무죄인데 왜 그 점을 주장하지 않았나? 이 사건 역시 행동을 봐야 한다.


    핵개발 정보는 독일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가 소련에 넘겨준 것이다. 로젠버그는 작은 혐의를 인정하고 부인을 빼내거나 혹은 형을 감면받느니 매카시즘과 싸우는게 더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진보당 사건으로 사법살인을 당한 죽산 조봉암도 북한과 내통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그게 사형당할 만한 일은 아니다. 


    박정희도 북한과 내통하다가 걸리자 연락책인 친구를 사형에 처했다. 사실은 둘 다 간첩인데 박정희는 친구를 죽여서 대통령직을 유지했고 죽산은 죽었다. 쌍둥이의 경우 컨닝을 한 건 맞지만 물타기용으로 공부를 조금 했는데 그 점을 알아주지 않아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억울한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뻗대고 본다.


    자신을 약자로 보는 관점 때문이다. 어른이라면 자신이 책임있는 행위의 주체로 보지만 미성년자는 그렇지 않다. 자신은 수동적인 존재로 보므로 승복하지 못한다. 재수 없게 사건에 휘말렸을 뿐이라고 믿는다. 대부분 친구 꾐에 사건에 휘말린다. 이는 어린이의 특징인데 진중권처럼 어른이 그러면 그게 소아병이다.


     이번 사형 선고는 놀랍지 않습니다. 사형선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을 납득할 수 있으려면 미국인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집단적 공포는 더욱 강렬해야 했기에, 로젠버그 사건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로젠버그 부부가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


    로젠버그는 매카시즘의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명분이 있으므로 자신이 간첩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미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소련공포증이 더 근본적인 질병이라는 말이다. 미국이 얼마나 미친 나라인지 증명해서 소련공포증에 미국공포증으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다. 거짓말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미쳐 날뛰는 자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보여주는게 의미 있다고 믿는다. 왜 이렇게 되는가? 사건은 복잡하지만 우리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단순한 판단을 선호한다. 로젠버그가 악질 간첩 악마거나 그게 아니면 선한 천사에 영웅이다.


    그만큼 판돈이 올라갔고 에너지가 고였다. 세계가 주시한다. 인지는 액션에 맞춘다. 액션은 이거 아니면 저거다. 중간은 생략된다. 쌍둥이도 똑같은 심리다. 우리는 악마이고 사탄인가?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컨닝만 했나? 그게 아니잖아. 검찰은 정의의 화신이라며? 조금의 억울함도 없어야 하잖아. 그게 검찰의 정의냐? 


    이미 사탄으로 몰려버린 사실 자체에 승복을 못 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승복하면 어떻게 빌고 사죄하고 삼보일배를 하고 주변 사람에게 고개 숙여야 하느냐? 얼굴에 철판깔기로 하면 답은 나왔다.


    철판 깐다 - 평소처럼 하면 된다.

    사죄 한다 -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언제까지? 삼보일배를 하면서 해남에서 휴전선까지 기어가면 되나? 자살해야 되나?


    견적이 안 나오는 거다.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다.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행위의 어려움 때문이다. 합당한 전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 친절하게 조언해줘야 바르게 행동한다. 상담해줄 변호사가 필요하다.


    양심이 없기 때문이다. 나쁘기 때문이다. 뻔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관념적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공허하다. 그냥 느낌일 뿐 구체성이 결여된 레토릭이다. 어쩌라고? 사죄하라고? 사죄는 어떻게 하는 거지? 일본이라면 도게자를 하면 된다는데. ‘잘못했습니다.’ 한 번 말하면 이 사태가 끝나는겨? 그게 아니잖아. 


    사죄한다는건 양심이 있다는 뜻이고 양심을 증명하려면 10년 동안 교육부 앞에서 멍썩 깔고 석고대죄를 해야 하나? 멍썩은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되나? 생수병과 빵을 먹으면서 석고대죄를 하면 황제석고대죄라고 쓸거잖아. 인간은 합당한 액션이 생각나지 않으면 거기에 따라서 인식을 바꾼다. 그래서 인지부조화다.


    반대로 어떤 인간이 행위하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액션에 맞추어서 인간은 지식을 정립한다. 진중권은 왜 그러나? 그걸 할 줄 아니깐. 변희재는 왜 그러나? 그걸 할 수 있으니깐.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액션의 문제이며 액션은 해 본 사람이 하는 거다. 원래 액션은 에너지가 걸려서 고치기 어렵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버지다. 그는 구속되어 있다. 세상이 모두 적이면 한 명이라도 자기편이 필요하다. 아버지와 함께 죽는 수밖에 없다고 여긴다. '인류가 모두 적이고 내 편은 없다. 이게 공정한가? 이게 검사 너희들의 정의라는 것인가?' 소아병적 사유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7.22 (05:15:43)

"인간은 합당한 액션이 생각나지 않으면 거기에 따라서 인식을 바꾼다. 그래서 인지부조화다."

http://gujoron.com/xe/1220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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