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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83 vote 0 2020.06.22 (19:09:26)

   

    군자론


    두목 침팬지가 되려면 두목 침팬지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집단의 리더가 되려면 자기 암시를 해야 한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되는 동물이다.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안 된다. 리더가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선장이 그 바다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


    기관장은 기관실만 책임지면 되고, 갑판장은 물칸만 책임지면 되고, 어부는 잡아 올린 물고기만 책임지면 된다. 선장은 안개와 햇볕과 파도와 구름까지 전부 책임져야 한다. 인간은 자기를 길들이는 동물이다. 자아를 발달시켜야 한다. 자신에게 역할을 주는 방법으로 그것은 가능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이지 않게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무의식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인간은 환경의 반응을 끌어내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의 성공확률을 약간 상승시킨다. 당신이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면 승률은 적어도 51퍼센트가 된다.


    그 승률은 개인의 승률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승률이다. 인간이 더 시끄러워지고, 더 민주화되고, 더 자유로워지면 상호작용이 활발해져서 집단의 승률은 51퍼센트가 된다. 독재로 가면 승률은 49퍼센트다. 2퍼센트 차이가 수십 년간 축적되면 큰 차이로 벌어지니 나치와 소련이 망했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승률을 올리는 방향은 있다. 단 장기전을 해야 한다. 51과 49의 작은 차이가 모여서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지점에서 흥분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때문이다. 보상 때문이 아니다. 행복이나 쾌락 때문이 아니라는 거다. 


    보상은 결과다. 원인을 봐야 한다. 강아지가 맹렬히 뛰어다니는 이유는 기운이 넘치기 때문이다. 꼬마가 말썽을 피우는 이유는 넘치는 에너지 때문이다. 에너지의 통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리학이 답이다. 집단이 의사결정을 잘하면 이긴다. 문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인간의 마음은 많아야 7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부족민은 50명에서 100명 정도가 단위를 이룬다. 100명 중에 성인 남자는 25명이다. 그중의 일부는 밖에 나가 있고 일부는 다쳐서 누워 있다. 일부는 지능이 떨어진다. 부족민은 근친혼 때문에 바보가 많다. 젊고 똑똑한 사람은 적다. 


    당장 의견을 내세울 만한 사람은 많아야 다섯이다. 심부름하는 사람이나 뒤에서 조언하는 사람까지 많아야 1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세 평 남짓한 족장의 텐트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몽골의 쿠릴타이는 그 정도로 한다. 신라의 화백회의는 대왕과 갈문왕에 차칠왕까지 많으면 9명이다. 


    그중의 실세는 서너 명이다. 의사결정하기 어렵다. 정당이 양당제로 줄어드는 이치다. 의사결정의 난맥상 때문이다. 물리적 한계다. 사랑방에 모여앉아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숫자다.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계획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의사결정을 잘할 마음을 먹어야 한다. 


    대장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도자의 호르몬이 나와줘야 한다. 자신을 길들여 놓아야 한다. 병정개미의 호르몬이 나와야 정치를 할 수 있다. 일개미 호르몬이 나오면 실패다. 좋은 호르몬이 나오려면 올바른 자기규정이 필요하다. 나와 타자 사이에 금을 잘 그어야 한다. 피아구분이다.


    동료를 적으로 오인하지 말아야 한다. 커다란 사건에 올라타야 우리 편이 많아진다. 사람들은 생각의 차이를 강조하지만 천만에. 생각의 배후에 언어가 있고, 언어의 배후에 게임의 룰이 있고, 룰의 배후에 사건이 있다. 자신이 어떤 사건에 올라타 있는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배가 항구를 떠나면 돌이킬 수 없다. 원양어선을 타면 1년 동안 육지를 밟을 수 없다. 당신은 어떤 사건에 올라타 있는가? 큰 사건에 올라타야 한다. 그 배의 선장이 되어야 한다. 왜? 그럴 때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변하고 룰이 바뀐다. 작은 배를 타면 파도를 이겨내지 못한다.


    유물론자가 허무주의를 거쳐 신자유주의로 빠지는 경향이 있다. 물질은 결과다. 심리학이 아니라 물리학이 정답이다. 그러나 물질에 의존하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허무주의에 빠진다. 의미는 사건의 연결에 있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이어진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권력이다.


    사건은 진행 중에 자기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파악했다면 결에 서 있다. 사건이 종결된 다음이다. 도도한 사건의 흐름을 보지 못하므로 도처에서 단절되고 고립을 느낀다. 허무해진다.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러므로 타락한다. 큰 운명을 일으키려면 큰 배를 타야 한다.


    대개 작은 배를 타는 실패를 저지른다. 단기전과 국지전, 제한전으로 사건을 좁힌다. 주변과 연결되지 않으므로 허무하다. 인간이 보수꼴통으로 변하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증거를 찾고 당장 성과를 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나아가 천하를 얻으려면 대승의 큰 배를 타야 한다.


    회의주의자가 좌절하여 일베충이 되는 코스가 있다. 진중권 현상은 지식인이 골방의 샌님으로 고립되어 자신감을 잃고 호르몬이 변한 것이다. 퇴계는 노예 300명을 거느린 노예주였다. 청나라의 강희제는 주역을 공부하여 신하의 거짓말과 허위보고를 꿰뚫어 보는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황제의 지위에 맞는 제왕학이 된다. 노예 300명을 지배하려면 퇴계처럼 도덕적 수양을 해야 한다. 노예들 앞에서 쉽게 화를 내거나 혹은 작은 일로 즐거워한다면 노예들이 주인을 무시하고 속이려 든다. 군주의 위엄을 세워야 한다. 얼굴 곧 일본 말로는 가오かお라고 하는 그것 말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통한다. 퇴계의 도덕은 마키아벨리즘의 변종이다. 현대사회의 회사원들은 사업주의 선을 넘는 정신교육을 경멸한다. 오너는 월급만 잘 주면 되고 직원은 근무시간만 잘 지키면 된다.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자. 저녁 회식자리도, 단합대회나 체육대회도 필요 없는 거다. 


    회사가 직원의 영혼까지 털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도덕이니 정신이니 하는 심리적 공격은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과거에는 평균학력이 낮아서 그런 오지랖이 먹혔지만 말이다. 동남정밀의 이임우 회장 소행으로 알려진 짓거리 말이다. 직원이 식당에서 밥 먹는데 오리불고기 조금 남겼다고. 


    그 이유로 처벌하려고 해서 사표 쓰게 만든 악덕기업 회장이라고. 직원의 영혼을 털어먹으려고 한다. 노조가 없는 기업이라고 짐작되는데 노조가 없으면 백주대낮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공자의 논어는 군자론이라 할 만하다. 나는 도덕가를 추구하지 않는다. 부리는 노예도 없는 판에 말이다.


    아무리 더워도 저고리를 벗지 않는다든가 혹은 소나기가 와도 팔자걸음을 포기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의 남의 눈에 들려고 하는 가식적인 행동은 필요가 없다. 필자의 군자론은 지식인이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낙관주의를 견지하면서도 정명사상의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품성론을 닦은 좌파들은 남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음모론 따위 괴력난신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자의 정명사상과 어긋난다. 기, 초능력, 외계인, 한의학, 주술, 민간어원설 따위 정도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서 좌파들이 대개 관대하다. 유기농이니 천연이니 신토불이, 친환경.


    생태 어쩌구 하는 상술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아무 데나 생태라는 말을 가져다 붙인다. 그렇게 하면 있어 보인다고 믿는다. 내세니 윤회니 부활이니 심판이니 천국이니 하는 종교어에 대해서도 그들은 관대하다. 환빠들의 개소리나 창조과학회의 준동에 대해서도 좌파 지식인들은 관대하다. 


    어떤 스님이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지하의 수맥이 이동하여 도롱뇽이 죽는다는 괴설을 퍼뜨려도 관대하다. 진보가 그러면 안 된다. 김어준이 중학생 수준의 물리학 지식으로도 간파할 수 있는 엉터리 주장을 해도 그들은 비판하지 않는다. 왜? 평판 구겨질까봐. 그들은 퇴계의 무리다. 


    착한 사람인 척하기 놀이다. 안다는 사람들은 점차 우파로 변질된다. 그 이면에는 좌절감과 허무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진중권의 변절은 통제되지 않는 대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대중과 직접 부딪혀서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을 지배하려는 나쁜 권력적 의도를 숨긴다. 


    지식의 타락이다. 안티조선 우리모두에서 활약하던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은 변희재의 미디어 워치에 대거 넘어갔다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학교수들이 모여서 잘 놀다가 말이다. 스켑렙이라고 하는 사이트가 있었다는데. 회의주의 좌파 곧 스켑티컬레프트skepticalleft라고 활동하다가 


    스켑티컬라이트가 되었다고. 오늘날에 지식은 왜소해졌다. 퇴계가 외쳤던 노예주의 덕목을 잃어버렸고 강희제가 주장했던 주역사상의 균형감각도 잃어버렸고, 위엄을 과시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잃어버렸다. 더 이상 노예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인은 제왕도 아니고 군주도 아니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는 미국인들이 정치적 올바름 공세를 펴는 좌파들의 성화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사꾼 트럼프가 뭔가 그럴듯한 것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서로를 혐오하기에 분주하다. 한국의 젊은이들 역시 페미들의 공세에 위축되어 군가산점 따위에나 매달리며 찌질해졌다. 


    강자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생각이 다른 것이 아니라 언어가 달라야 한다. 생각은 하루에 백 가지도 만들어낸다. 종교와 과학은 언어가 다르다. 언어의 차이는 룰의 차이 때문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룰이 다르다. 룰이 다른 이유는 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사건에 올라타고 있다.


    장기전을 해야 한다. 전면전으로 가야 한다. 무제한전이라야 한다. 인류 모두가 참여하는 큰 싸움판을 일으켜야 한다. 큰 배를 타야 큰 운명이 일어난다. 그 배가 다음 항구에 이를 때까지 당신은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그 길이 군자의 길이다. 강자의 철학으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된다.


    왜?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70억이 한배를 타고 항해하는 큰 바다를 만나버렸다. 누가 이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것인가? 바야흐로 산업이 바뀌고 생산력이 바뀌었다.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로소 허무를 극복할 수 있다. 큰 사건은 다음 사건으로 계속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20.06.22 (20:52:13)

전율의 군자론 서설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인생해커

2020.06.24 (10:09:05)

생각-언어-게임의룰-사건  : 마음의 문제,선택의 문제, 1+2+=3 ; 지혜와 군자의 시대를 알리는 서문이네요. 2008년 ㅊ 최초로 촬영된 난자 사진이  생각나는건 무슨이유일까요 ? 꾸우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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