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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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94 vote 0 2020.02.04 (16:07:52)

    기독교의 입장


    옳고 그름을 떠나 먹힌다는게 중요하다. 개신교의 예정설은 먹힌다. 신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준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로또에 모든 권력을 몰아준다. 좋잖아. 그런데 과연 로또의 절대권력이 좋은 것일까? 어쨌든 현장에서 먹힌다. 장사가 된다. 그러면 된 거다. 


    주호민 만화 '신과 함께'에 나오듯이 사람을 한 명씩 선악의 저울에 달아본다면 웃긴 것이다. '상점 1점 추가요. 어라? 벌점 1점이 숨어 있었네.' 이런 식으로 절대평가를 한다고? 지구에서 가장 착한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졌다면. 


    생이별이다.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줘야 하는데 생이별이라니. 이거 이상하다. 착한 사람을 포상하려면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도 구해줘야 한다. 소승과 대승의 차이다. 고대 노예제냐, 중세 봉건제냐? 노예제 사회에서 처벌은 엄격하다. 노예는 평등하며 뒤로 선처해주기 없다. 


    그러나 중세 봉건제가 되면 얄궂어진다. 가문이 의사결정 단위가 되므로 춘향이 구원되면 몽룡은 묻어가는 것이다. 문제가 있어도 국가 탓을 못 하고 가문이 조상묘를 잘못 썼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줄을 잘 서야 구원된다. 고행은 필요없고 선행도 필요없고 성지순례 필요없다. 


    잘 나가는 사람에게 묻어가는게 최고의 전략이다. 구원이 신에게 달렸다면 신은 바보가 아니므로 춘향을 구원하면서 몽룡까지 구해준다. 중세 봉건제는 개인의 경쟁이 아니라 가문경쟁이며 가문의 성공에 묻어간다. 가문이 국가도 되고 회사도 되고 인종도 되고 기득권도 된다. 


    가장 좋은 전략은 물론 신의 가문에 속하는 것이다. 소승과 대승의 차이는 노예제와 봉건제의 차이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덩달아 병역면제 받는다. 이기려면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 상대의 반응을 떠보려고 훼이크를 쓴다. 나쁜 사람이 사실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었다. 


    변학도가 알고 보니 춘향을 띄워주려고? 안철수가 알고 보니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 복잡해진다. 이쯤 되면 개인의 선악은 의미 없다. 강자와 약자로 나눠진다.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그룹으로 나눠진다. 팀 단위로 보면 악역을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 악역은 악인이 아니다. 


    선악을 넘어 이기는 그룹에 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쯤 되면 점점 구조론으로 가고 있다. 결정론이 부정된다. 팀을 위해 희생타를 친다면 개인의 선악을 판별할 수 없다.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팀은 좋아진다. 문제는 사회 안에서 엘리트와 비엘리트의 차이다. 


    엘리트가 팀플레이를 하는 봉건사회라면 비엘리트는 고대 노예제다. 엘리트는 가장 한 명이 전문직이 되고 나머지는 묻어간다. 이건희 한 명이 잘했는데 삼성가문 전체가 묻어간다. 재주없는 재용이, 부진한 부진이도 카메라 앞에서 어색한 미소 한 번 짓는다. 그런데 노동자라면?

    

    남편은 도로를 청소하고 부인은 식당에서 접시를 닦는다. 대표자 한 명이 아니라 개개인의 실적이 평가된다. 오늘 청소를 얼마나 했지? 오늘 접시를 몇 개 닦았지? 부자는 가문의 구성원들이 잘나가는 대표자 한 명에 기대고 사는데 빈자는 개개인이 성적표를 검사당하는 것이다.


    부자는 봉건사회에 살고 빈자는 노예제 사회에 산다. 부자는 잘난 한 명에게 묻어가는 전략을 취하고 빈자는 개개인의 선행과 성지순례, 고행이 평가된다. 부자는 집안 보고 뽑고 빈자는 이력서 보고 뽑는다. 이는 법질서에 대한 태도에 반영된다. 빈자들은 정상참작을 싫어한다.


    정상참작을 하면 부자는 어떻게든 빠져나간다. 어떻게든 수를 써서 군대를 뺀다. 5천만 원을 사기치면 3년을 징역살고, 5억을 사기치면 3개월을 징역살고, 50억을 사기치면 집행유예로 빠져나간다. 이것이 현실이다. 절대평가를 선호하고 정시 좋아하고 학종은 절대로 반대한다.


    이런 것을 일생동안 무수히 경험하므로 사실은 학종이 더 좋은 제도라고 선전해봤자 먹히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납득해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카톨릭의 구원관보다 개신교의 구원관이 더 엘리트의 비위에 맞는 것이다. 나더러 고행하고 성지순례하고 선행하라고? 내가 노예냐?


    엘리트는 그런 것이 귀찮을 뿐이다. 세상은 엘리트에게 유리하게 되어간다. 그런 사회가 승리하기 때문이다. 대중이 이득 보고 엘리트가 모욕받는 공산주의 망한다. 그런 내막을 엘리트는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알게 모르게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는 실을 인정해야 한다.


    엘리트와 비엘리트가 갈라져서 투쟁하는 사회는 백퍼센트 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엘리트가 변해야 한다. 대중은 쪽수가 많아서 안 변한다. 특혜를 받고 있는 검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숫자가 적은 쪽이 변하기 쉽다. 재벌이 변해야 한다. 재벌은 적고 노동자는 숫자가 많으니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10]kilian

2020.02.04 (16:58:10)

"엘리트와 비엘리트가 갈라져서 투쟁하는 사회는 백퍼센트 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엘리트가 변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164600

프로필 이미지 [레벨:12]르네

2020.02.04 (17:14:33)

order에서 disorder로 가는 것은 자연스럽고
disorder에서 order로 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order는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 가는 것이고
disorder는 강물을 거슬러 상류로 가는 것이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는 힘이 든다

order는 먼저 벽을 허물어야 한다 
벽을 쌓는 것 보다는 허무는 것이 쉬울 법 한데
종종 벽을 허무는게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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