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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42 vote 0 2019.10.17 (18:07:46)

      

    직류와 교류


    호스로 화단에 물을 준다고 치자. 물줄기를 멀리까지 보내려면 엄지로 구멍을 틀어막아야 한다. 반대파가 있어야 수압이 세진다. 태극기부대가 있어야 촛불의 힘이 강해진다. 내리누르는 독재의 억압이 있어야 민중이라는 스프링의 반발력이 강해진다.


    호스의 구멍을 막아 수압을 높여야 원하는 방향으로 물줄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통제가능성 개념이다. 전기와 같다. 교류가 전압이 세다. 풍선이 팽팽한 이유는 자유운동을 하는 공기 분자들이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팽팽해져야 통제된다.


    풍선의 바람이 꺼져버리면 원하는 방향으로 공기를 밀어 보낼 수 없다. 고체는 분자들이 밀착되어 있으므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유체는 분자들이 밀착되지 않는다. 압력을 놓이면 밀착이 된다. 직류는 전기가 한 방향으로 가므로 압력이 높아질 수 없다.


    등 뒤에서 떠밀면 압력이 높아지지 않는다. 앞으로 튀어가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밀어야 압력이 극대화된다. 상대성과 절대성의 차이다. 상대성은 등 뒤에서 미는 것이고 절대성은 양쪽에서 미는 것이다. 상대성은 바깥에서 밀고 절대성은 안에서 민다.


    밖에서 밀어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없다. 궁수가 화살을 당긴다면 활시위는 뒤에서 만다. 궁수가 당기는 힘과 시위가 미는 힘이 두 방향이므로 교류가 된다. 범선이 항해를 해도 그렇다. 바람이 뒤에서 미는 힘으로는 범선이 높은 속도를 낼 수 없다.


    범선은 바람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러나 키를 이용해서 방향을 바꾸면 두 방향이 된다. 두 방향의 힘을 받으므로 범선은 점차 가속된다. 범선은 바람보다 빨리 달린다. 이것이 삼각돛의 원리다. 고대 바이킹 범선은 키가 없으므로 속도가 느렸다.


    바이킹 배는 돛의 힘만으로 가지 못하고 선원들이 노를 저어야 했다. 일당독재는 힘이 없다. 키가 없는 바이킹 범선과 같다. 정치판도 같다. 개인은 유체와 같아 밀착하지 않으면 힘이 전달되지 않는다. 중도파가 있으면 밀착하지 않아 의사결정을 못 한다.


    선거가 시작되면 진보든 보수든 극단으로 쏠리고 중도는 눈치를 보다가 어느 쪽이든 가세한다. 그럴 때 공기거품이 제거되고 수압이 세져서 힘이 전달된다. 변증법과 같다. 정에는 반이 있어야 합에 이른다. 찬성에는 반대가 있어야 진정한 합의가 된다.


    의사결정은 반드시 대칭을 통과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편에 서야 한다. 그럴 때 긴밀해진다. 밀착하게 된다. 반대로 투표율이 낮거나 중도파가 많거나 하면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의사결정은 실패다. 백퍼센트 찬성도 좋지 않다.


    관심이 사라져서 정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찬성하면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결정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통제가능성은 에너지가 내부를 꽉 채워야 성립한다. 호스에 수압이 가득 차야 하고 풍선에 기압이 가득 차서 두 방향을 이루어야 한다.


    태풍이라면 일정한 한계까지 발달해야 작동을 시작한다. 꽉 차지 않고 내부에 빈 공간이 있으면 수압이 약해지고 통제되지 않는다. 중간에 공기가 있으면 사이펀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다들 무관심하면 의사결정이 안 되므로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


    백 명 중의 50명이 찬성한다면 그 50명을 한쪽으로 몰아야 한다. 분산되어 있으면 의미가 없다. 반이라도 꽉 채워야 한다. 이쪽의 반을 가득 채워 저쪽의 반을 불러낼 때 대칭이 이루어진다. 우리 안에 어수선하면 저쪽도 어수선해져서 의사결정은 실패다.


    일단 의견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야 한다. 우리가 단결해야 저쪽도 단결하고 그럴 때 긴장은 높아지고 마침내 팔꿈치가 닿을 때까지 가득 차면 의사결정에 성공할 수 있다. 팽팽해져야 한다. 진중권 똥이 끼어들어 우리쪽이 어수선해지면 저쪽도 어수선하다.


    양쪽 다 어수선하면 대칭이 작동하지 않아 변증법도 힘쓰지 못한다. 정과 반이 합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교류가 압력을 높여 임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직류는 의사결정을 못 한다. 결정해도 전달이 되지 않는다. 너무 순종하면 의사결정은 실패한다.


    어수선해도 안 된다. 일단 의견이 같은 사람만 한쪽으로 몰아야 한다. 무지개처럼 다양하면 계속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머물러 있다. 이는 물리학이다. 호스로 실험해보면 알 수 있다. 독재는 직류고 민주주의는 교류다. 교류는 결정하고 직류는 집행한다.


    공무원은 직류다. 상의하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을 건성으로 한다. 순종하기 때문이다. 어느 공무원이 상사의 명령에 항명하겠는가? 망한다. 집행은 잘하는데 결정을 못 한다. 반대파가 없으면 긴장을 끌어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부가 느슨해진다.


    검찰이 썩은 이유는 한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상사의 눈치만 본다. 검찰조직은 직류다. 공무원 조직이 다 그렇지만. 그래서 망한다. 공무원은 월급만 받아 가면 되지만 검사나 판사는 정치를 한다.


    검사든 판사든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조직은 집행은 잘해도 판단과 결정을 못 한다. 내부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리지 못 한다. 정치를 못한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정치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정치인을 상대하니까. 검찰도 정치적 판단을 해야만 한다.


    송전은 교류로 하지만 가전제품은 정류기를 거쳐 직류로 한다. 회사는 직류다. 그러나 회의는 교류여야 한다. 회의가 직류로 되면 아무도 아이디어를 내지 않는다. 사장님 말씀에 박수만 친다.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의사결정하는 단계는 교류여야 한다.


    그렇게 결정된 사항을 실행하는 과정은 직류여야 한다. 항명하는 공무원은 바로 처단해야 한다. 교류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의사결정하며 직류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이 수순이다. 인간의 뇌 안에서도 그러하다. 반드시 대칭 시켜 양쪽을 주시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0.18 (07:22:18)

"교류로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의사결정하며 직류로 문제를 해결한다. "

http://gujoron.com/xe/113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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