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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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47 vote 0 2019.07.20 (18:28:29)

    엔트로피와 필승법


    엔트로피는 간단히 사건 안에서 에너지는 사용한 만큼 감소한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강력한 힘을 가진다. 만약 어느 부분에 에너지가 감소해 있다면 그쪽이 사건의 꼬리다.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많은 쪽이 머리다. 사건의 머리와 꼬리를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다. 


    사건은 머리에서 꼬리로 간다. 다음번 전투가 벌어질 위치를 알 수 있다. 바둑알이 뒤섞여 있어도 고수는 머리와 꼬리를 구분해낸다. 상대의 꼬리에 이쪽의 머리를 두면 이긴다. 손자병법을 지은 손무의 손자 손빈의 삼사법을 생각하자. 손빈이 제나라 장군 전기의 식객으로 있을 때 전차 세 대로 겨루는 전차경주가 열렸다.


    손빈이 필승법을 조언했다. 말을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누되 상대의 상등 말에는 이쪽의 하등말을 붙여 버리는 카드로 쓴다. 이쪽의 상등 말은 상대의 중간 말과 붙이고 이쪽의 중간 말은 상대의 약한 말과 붙여서 2승 1패로 이긴다. 전기는 손빈의 조언을 받아들여 전차경주 내기에서 거금을 챙기고 손빈을 신임하게 되었다. 


    손빈의 삼사법은 요즘 E스포츠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고. 구조론으로 보면 하나의 사건에 다섯 개의 머리가 있으니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상대가 량으로 나오면 운동으로 이기고, 상대가 운동으로 받으면 힘으로 이기고, 상대가 힘으로 맞서면 입자로 이기고, 상대가 입자로 도전하면 질로 이긴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


    상대가 처음부터 질로 나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질은 바둑의 포석처럼 몇 개의 바둑알이 어우러져서 시스템을 갖추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쌍으로 서는 것인데 쌍으로 세우려면 최소 바둑알 다섯 개가 필요하다. A와 그 변화 그리고 이에 대칭시킨 B와 그 변화 그리고 양자의 연결이다. 포석은 이 정도로 한다.


    처음 한 알의 바둑을 두면 그것은 무조건 량이다. 최소 두 개의 바둑알이 놓이되 연결되어야 운동이 된다. 놓여있는 두 바둑알의 관계에 따라 그냥 량에 머무르거나 둘이 연계되어 운동을 이루거나다. 그러므로 바둑은 먼저 두는 쪽이 절대 유리하다. 상대가 돌 하나로 량을 이룰 때 이쪽은 둘을 연계시켜 운동을 이루면 된다.


    싸움을 해도 선빵필승이다. 그러나 고수는 이를 역이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훼이크를 쓰는 것이다. 한 집을 먹고 떨어져라 하고 사석으로 버린 다음 다른 곳에 전단을 벌였다가 상대가 그쪽으로 쫓아올 때 방치했던 처음의 한 집과 연결하면 강력해진다. 상대는 이쪽저쪽으로 쫓아다니느라 연결이 끊어져서 멸망한다.


    바둑알들의 간격을 벌리고 대칭적으로 연결하여 운동으로, 힘으로, 입자로, 질로 에너지의 레벨을 높이는 필승법이 바둑의 포석이다. 포석을 완성했다면 질이 세팅된 것이며 이를 활용하여 지속적인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한 단계 높은 레벨에서 대응할 수 있다. 상대가 하로 나오면 중으로 이기면 된다.


    상대가 중으로 나오면 상으로 이긴다. 상대가 상으로 나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이쪽이 먼저 포석으로 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에너지는 머리와 꼬리 둘도 아니고, 상중하 셋이 아니고, 기승전결 넷도 아니고,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이다. 5회에 걸쳐 엔트로피의 비효율성 증가를 활용할 수 있다. 


    상대를 찢어서 꼬리로 만들고 이쪽을 모아서 머리를 만들어 이긴다. 그 국면에서 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51 대 49로 타이트하게 가면서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된다. 머리를 판단하는 안목을 얻어야 한다. 조금 더 효율적인 지점이 머리다. 주변과 많이 엮여 있는 쪽이 머리다. 더 많은 관계를 맺는 쪽이 머리다. 


    우리는 엔트로피를 통해 사건의 머리와 꼬리를 구분할 수 있으며 에너지는 머리에서 꼬리로 가므로 사건의 다음 단계를 내다볼 수 있다. 꼬리에서 머리로는 갈 수 없다. 끊기기 때문이다. 상대가 길을 막으면 연결되지 않는다. 머리에서 꼬리로는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연결할 만한 중요지점을 미리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을 포착하는 일이다. 우리는 사건 속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을 모르므로 헷갈리게 된다. 바둑을 두면서 자신이 바둑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는다. 포석을 잘해놓고도 그 사실을 잊어먹고 활용하지 못한다. 작전을 잘 짜놓고도 써먹지 못한다. 패스를 연습하고도 무리한 드리블을 하다가 욕을 먹는다. 


    훈련해야 한다. 바둑판이 메워져 있다면 바둑이 그만큼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건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했는지 알 수 있다. 진행된 정도에 따라 이쪽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편 진지를 먼저 지어야 할지 아니면 상대편 진지부터 부수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여기에는 황금률이 있는데 역시 엔트로피다.


    무질서도 증가는 비효율성의 증가다. 큰 원칙은 선수비 후공격이다. 집부터 짓는게 맞지만 점점 비효율적으로 된다. 기초를 놓고 기둥을 세울 때까지는 효율적이지만 인테리어까지는 필요가 없다. 집을 다 짓고 보면 이미 포위되어 있다. 기초도 놓지 않고 바로 공격하다가는 각개격파 당한다. 뭉쳐야 살지만 뭉치다가 몰살된다.


    왜인가? 우리는 어떤 존재의 고유한 속성이 내재해 있다고 믿는다. 천만에. 고유한 속성은 없으며 우리가 있다고 믿는 속성은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되는 정도다. 금은 녹슬지 않는다. 산이나 염기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즉 연결이 차단되는 것이다. 어떤 성질이 있다는 것은 어떤 외부와 연결이 방해받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사각형을 □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구조론으로 보면 다르다.

   

   

   ▽


    네 방향이 차단된 형태가 사각형이다. 단풍은 붉은 것이 아니라 붉음을 제외한 나머지가 차단된 것이다. 어둠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이 차단된 것이다. 그러므로 사건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차단되었다는 의미다. 무질서도 증가다. 그러므로 사건이 진행될수록 비효율에 의해 망해 있는 것이다. 보통 망하는 공식이 그렇다. 


    A부터 해야 하는데 A에 치중하다가 점점 비효율적으로 되어 말라 죽어 있다. 구조론으로 보면 A를 얼기설기 대강 해놓고 빠르게 B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A로 돌아와서 완성해야 한다. 공부를 해도 전체를 한 번 개괄하고 다음 세부를 암기해야 한다. 고조선을 조금 배우고 삼국시대를 수박 겉핥고 고려시대로 넘어가자.


    다시 고조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모든 국면에서 상대보다 간발의 차로 앞서가야 한다. 상대가 서두른 나머지 한 단계를 빠뜨리면 그 약점을 추궁하여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어떤 것을 규정하는 속성은 어떤 것의 내부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와의 연결가능성에 있으므로 진행될수록 연결이 차단되어 비효율이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같다. 로그곡선을 그리며 점점 비효율적으로 된다. 도처에서 연결이 차단되기 때문이다. 차단되기 전에 이동해야 한다. 머리를 먼저 만들되 조금 되었다 싶으면 재빨리 손발로 이동해야 한다. 계속 머리만 만들면 포위되어 죽고 계속 손발만 만들면 둘로 쪼개져서 죽는다. 중앙을 관통당하여 망한다. 


    머리를 먼저 짓고 다음 손발로 연결하되 다시 본진으로 되돌아와 머리를 보강하고 다시 손발을 확대시키는 식으로 반복하되 순서는 언제나 머리가 먼저여야 한다. 엔트로피 증대는 비효율성의 증대이므로 어느 한 곳에만 매몰되면 비효율로 죽는다. 수비만 하면 수비가 비효율로 되고 공격만 하면 공격이 비효율로 된다.


    선수비 후공격이되 간발의 차로 상대보다 전술변화가 앞서야 하며 상대가 다급하여 어느 한 쪽을 빠뜨리고 방치하면 그 약점을 추궁해서 이긴다. 어느 쪽이든 상대보다 국면에서의 우위를 달성하여 이긴다. 이쪽의 효율로 상대의 비효율을 끌어내는 것이다. 4로 적의 5에 대치하여 붙잡아놓고 버티며 6으로 적의 5를 이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파악이다. 열역학으로는 닫힌계라는 말을 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가며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5회에 걸쳐 형태변화를 일으키는데 그 변화의 길목에 갇힌다. 100명이 있는데 한 사람만 검은 옷을 입고 나머지는 흰옷을 입었다면? 100명이 있는데 그중에서 한 사람만 흑인이라면? 한 사람만 여성이라면? 


    차별화된다. 그 차별에 갇힌다. 인간은 사건에 갇힌다. 타짜는 도박에 갇힌다. 학생은 공부에 갇힌다. 승객은 버스에 갇힌다. 사건에 올라타는 순간 우리는 엔트로피에 갇힌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차단되는 것이다.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에 갇힌다. 변화는 불변과 다른 것이다. 그 다름에 갇힌다. 


    우리는 피부색에 갇히고 성별에 갇히고 실력차에 갇히고 수준차에 갇힌다. 다른 사건에 올라타게 된다. 다른 버스를 타게 된다. 초졸이냐 중졸이냐 고졸이냐 대졸이냐에 따라 다른 버스를 타게 된다. 엔트로피는 사건 속에서 작동하며 닫힌계는 사건에 있고 사건 안에서 언제나 외부와 연결이 끊어져서 비효율적으로 된다. 


    화장실에 가면 전화를 받을 수 없다. 샤워하는 동안 대화할 수 없다. 무엇을 하는 동안 다른 무엇을 할 수 없다. 무엇을 하든 사건에 올라타는 순간 당신은 방해받는다. 운전하면서 통화할 수 없다. 밥 먹으면서 공부할 수 없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야구를 할 수 없다. 무엇을 한다는 것은 방해받고 차단된다는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kilian

2019.07.23 (03:45:20)

"구조론으로 보면 A를 얼기설기 대강 해놓고 빠르게 B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A로 돌아와서 완성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107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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