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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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55 vote 0 2019.06.26 (16:55:23)

    
    주체의 관점을 획득하라


    자동차를 밖에서 피상적으로 관찰하는 것과 직접 운전석에 타고 핸들과 브레이크를 조작해 보는 것은 다르다. 수학은 눈앞의 대상을 계량화한다. 대상화한다. 대상화하면 이미 틀려버렸다. 타자화하면 이미 잘못된 것이다. 관측자와 관측대상으로 나누어지면 이미 틀렸다. 구조론은 나와 타자를 분리하지 않는다.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운전자는 차를 자신의 신체 일부로 여겨야 한다. 분리할 수 없다. 밖에서 보면 각각의 부품이 별도로 있지만 안에서 보면 하나의 파워트레인으로 통합되어 있다. 시동을 걸면 에너지에 의해 모두 연결된다. 달리는 차에서는 무언가를 마이너스할 수 있을 뿐 플러스할 수 없다.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체의 시선을 얻어야 한다. 운전자는 차를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주체의 시선은 강자의 관점이다. 약자의 시선은 다르다. 약자인 승객은 운전기사가 택시강도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차단해야 한다. 연결을 끊어야 한다. 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시선을 피하고 정보를 은폐하고 대화를 거부해야 한다. 반장이 볼 때 반원들은 에너지에 의해 통합되어 있다. 반원들이 볼 때 통합되어 있지 않다. 가장이 볼 때 식구들은 하나의 미션에 의해 통합되어 있지만 식구들이 볼 때 가족은 통합되어 있지 않다. 누구는 형이고 누구는 아우이고 누구는 삼촌이며 별개의 관계로 정의된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약자의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기 때문이다. 방어하려고 하고 차단하려고 하고 도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내게 해코지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딴 생각을 하고 있다. 전부 한 줄에 꿰어 전체를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을 얻어야 한다. 강자의 시선을 얻어야 한다. 대상화하지 말고 타자화하지 말아야 한다. 방어벽을 쌓고 해자를 파기보다는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에 의해 통합되고 미션에 의해 통합되어야 한다. 개별적인 관계로 보지 말아야 한다. 왜 사람들은 초능력, 텔레파시, 내세, 귀신, 따위의 개소리에 빠져들까?


    도망갈 구멍을 파놓은 것이다. 여우는 굴의 입구가 아홉 개라고 한다. 약자이기 때문이다. 기, 염력, 외계인, 유령, 천국, 일루미나티, 초고대문명 따위 얄궂은 것이 잔뜩 있어야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그 방향으로만 머리를 쓰므로 세상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진리 앞에서 도망가서 숨을 생각 따위는 버려야 한다.


    용감해져야 한다. 하나의 끈끈한 덩어리로 모아져야 한다. 그렇게 보여야 한다. 동전을 떨어뜨렸다면 주위에 크게 원을 그려놓고 밖에서부터 안으로 조여오는 방향으로 수색하는 것이 정답이다. 아닌 것을 소거하는 마이너스법이다. 전부 연결시켜 놓고 조금씩 지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전을 찾을 확률은 증가한다.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멀어진다면 수색하다가 최초 낙하지점을 잊고 미궁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 이곳을 들춰보고 저곳을 뒤집어본다. 장롱 속도 살피고 신발장도 뒤져본다. 각각의 사물은 각각의 사건이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다. 연결시키는 그 무엇이 없다. 에너지가 없다. 멀어지는 방향이므로 최초 지점에서 멀어진다. 


    자신이 도망갈 때는 이 방법이 현명하다. 추적자로부터 멀어질수록 붙잡힐 확률이 낮다. 그러나 자신이 범인을 추적할 때는 반대로 좁혀가는 방법을 써야 한다. 여러분은 세상 앞에서 추적자인가, 도망자인가? 자신을 도망자로 규정하면 망해 있다. 포지셔닝의 문제다. 애초에 위치선정이 잘못되면 이후 모두 잘못되고 만다.


    여러분은 추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과학가의 자세다. 점차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 이 방법을 쓰려면 최초에 바운더리를 잘 구획해야 한다. 동전이 굴러갈 수 있는 최대거리를 정해서 원을 그려야 한다. 반대로 플러스 방향으로 수색한다면 그냥 운에 달려 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확률은 비슷하다.


    동전은 서랍이나 장롱이나 신발장이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각각의 확률은 비슷하다. 진행할수록 확률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수색을 진행하면서 얻은 시행착오를 데이터로 써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방향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하나로 수렴되어야 데이터가 된다. 전체를 10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다.


    한 구역씩 수색한다면 마지막 구역을 남겨두었을 때 여기서 발견할 확률은 백퍼센트다. 다른 구역에 없으면 이 구역에 있다. 과연 그런가? 과연 여기서 잃어버린 동전을 발견할 수 있는가? 절대로 그 점을 확신할 수 있는가? 애초에 원을 잘 그렸는가? 혹시나 각주구검의 실패는 아니던가? 엉뚱한 곳을 뒤지고 있지 않나?


    이에 필요한 논리가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이다. 1법칙에 따라 세상은 원자가 아니라 에너지이며 2법칙에 따라 사건 안에서 에너지원은 하나다. 1법칙이 틀렸다면 세상은 에너지가 아니라 원자다. 그 원자가 변한다면? 책상 위의 연필이 고양이로 둔갑한다면? 이러면 곤란해진다. 이 경우는 원자의 속성에 운명이 달려 있다.


    원자의 속성이 변하는 데 따라 모든 규칙이 동시에 변할 수 있다? 동전이 떨어진 자리에 4차원의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염력이 작용하여 체중이 마이너스로 바뀐다? 그렇다면 내가 떨어뜨린 동전이 잠깐 사이에 여우로 둔갑해서 어딘가로 도망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전우치 설화를 참고도 좋다.


    동전이 살살 굴러가서 족자 속에 있는 동자승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1법칙에 의해 우주의 최종보스는 입자가 아니라 에너지다. 에너지가 규칙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왜? 만유는 서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성질이 연동이다. 독립적 존재는 없다.


    에너지는 계의 통제가능성이고 서로 연동되어야 계가 통제되기 때문이다. 통제되어야 비로소 존재하기 때문이다. 입자라면 그 입자의 속성에 의해 존재가 성립되지만 에너지는 자체의 성질이 없으므로 서로 연동되지 않으면 존재를 수립할 수 없다. 고유한 속성이 없는 대신 서로 연동되어 계를 이루고 통제되는 것이다.


    최초 1을 1로 정했을 때 1억이나 10억의 위치는 동시에 정해졌다. 우주 전체의 윤곽이 드러나 버렸다. 이미 사건의 규칙이 정해졌기 때문에 중간에 바뀌지 않는다. 사건은 시공간에 전개하므로 시간과 공간이 제한된다. 예컨대 필자는 앞에서 동전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중간에 사실은 잃어버린 게 양심이다. 이렇게 바꾼다.


    자한당의 잃어버린 양심을 어디서 찾지? 이런 개소리 하면 안 된다. 그것은 언어파괴다. 에너지는 사건이고 사건은 움직이고 움직이면 시공간의 제한을 받는다. 동전이 여우로 둔갑하기 없기다. 염력으로 질량을 줄일 수는 없다. 사차원의 문으로 도망갈 수는 없다. 외계인을 부려먹을 수 없다. 그러기 없다. 규칙은 정해졌다.


    열역학 1법칙은 우주가 입자가 아니라 사건이며 사건의 주체가 에너지이며 에너지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모두 연동되므로 동시에 많은 부분이 이미 정해졌다는 거다. 이미 정해진 규칙을 나중 뒤엎으려고 하면 안 된다. 머물러 있는 정이면 어떻게 작용해서 바꿀 수 있는데 시공간과 맞물려 움직이는 동이라서 안 된다.


    우주가 입자라면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있어서 알 수 없다. 입자의 성질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는 고유한 성질이 없고 그러므로 서로 연동되고 연동되면 서로 맞물리고 맞물리면 임의로 규칙을 바꿀 수 없다. 정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것은 통제가능성이다. 우주는 자력으로 통제가능한 방향으로 진행한다.


    2법칙은 사건이 하나라는 거다. 둘이 아닌 하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사건이 여럿이다. 복잡하다는 말이다. 복은 중복된 것이고 잡은 혼잡한 것이다. 같은 것이 반복되면 중복이고 다른 것이 섞이면 혼잡이다.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여 곧 복잡을 제거하고 단순화시키면 사건의 규모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전모가 보인다.


    계의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전자제품이 복잡해도 전기회로에 의해 전부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으므로 계를 통제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통제되지 않는다. 자녀는 말을 안 듣는다. 등교거부다. 부하들이 말을 안 듣는다. 항명이다. 노동자는 말을 안 듣는다. 파업이다. 부인도 남편도 말을 안 듣는다. 


    이혼이다. 왜? 에너지의 입구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말을 안 듣는 자녀는 유혹하는 다른 친구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있다. 이유 없는 반항의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말을 안 듣는 부하는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 뒤로 에너지가 작용하고 있다. 옆구리 찌르며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 그곳을 틀어막아야 한다.


    말을 안 듣는 남편이나 아내는 몰래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다. 말을 안 듣는 직원은 뒤로 이직을 꿈꾸고 있다. 별도로 에너지원이 하나 추가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파악하면 무엇을 통제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 그 은밀히 추가된 별도의 에너지원을 차단하고 조정하면 해결된다. 얽힌 가운데 사건을 분리해야 한다.


    알고 보니 공무원이 부업을 해서 별도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비위 공무원 징계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사건이 일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잘 분리하면 전모의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건이라도 살살 추려보면 주범과 공범과 배후조종자의 네트워크가 명확히 드러난다. 에너지 효율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통제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6.27 (03:14:22)

"추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과학가의 자세다. 점차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 이 방법을 쓰려면 최초에 바운더리를 잘 구획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10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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