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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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82 vote 0 2019.06.25 (22:25:39)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수들은 특별한 방법을 써왔다. 마이너스 법이다. 세상은 간단하다. 황금을 플러스하려면 온 산을 헤집고 다녀야 하지만 모래에서 돌을 제거하는 마이너스 법을 쓰면 쉽다. 패닝접시를 열심히 돌리면 돌이 빠져나가고 금이 남아 있다. 그저 접시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쉽잖아. 꾸준히 돌려보도록 하자. 


    철을 플러스하려면 풀무질을 해서 1천도 이상의 온도로 광석을 녹여야 하지만 철이 산화된 녹에서 산소를 빼는 마이너스법을 쓰면 쉽다. 석탄을 태워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면 광석에서 산소가 빠져나와 철로 환원된다. 코크스법이다. 뭐든 더하기가 어렵지 빼기는 쉽다. 세상을 마이너스로 이해하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고스톱을 쳐도 순식간에 패를 맞춰서 손패를 털어버릴 수 있다. 따닥에 흔들고 쪽에 싹쓸이 나오면 쓰리고에 피박에 점수 나는 건 금방이다. 청단이나 홍단을 하려고 원하는 패에 눈독을 들이다가 망하는 게 보통이다. 밖에서 원하는 것을 가져오는 것보다 손에 쥔 것을 얼른 털어버릴 궁리를 해야 한다. 운동을 해도 그렇다. 


    야구선수가 하루종일 배트를 휘둘러도 타격감이 살지 않는다. 그러나 웨이트를 해서 일단 몸을 만들어놓고 밸런스를 찾기는 쉽다. 99에서 1을 더해 100을 채우기는 어렵지만 120에서 20을 털어버리고 100을 맞춰내기는 쉽다. 왜냐하면 어떤 상태는 안정상태이고 안정상태는 대칭이고 대칭은 맞물린 짝수이기 때문이다.


    1을 플러스하려면 그 1이 비집고 들어갈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어떤 상태는 안정상태이고 안정상태는 대칭상태이고 대칭은 맞물린 상태이고 맞물리면 집단 전체가 완강하게 저항하므로 1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안정된 상태이므로 100 전체가 완강하게 저항한다. 마이너스는 쉽다. 그냥 비우면 된다.


    바둑의 룰은 간단하다. 상대는 끊고 나는 연결하면 된다. 쉽잖아. 바둑판은 361로가 한정되어 있고 돌을 놓을수록 빈칸이 메워져서 마이너스가 된다. 늘어난 돌을 보는 사람은 지고 줄어든 빈칸을 보는 사람은 이긴다. 빈칸은 연결되어 대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돌을 보고 두면 플러스라서 둘 위치가 이곳저곳이다.


    빈칸을 보고 두면 전체가 대칭을 이루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므로 그 균형점이 되는 일 점을 파악하면 된다. 둘 위치는 한 곳뿐이다. 세상에 천 가지 만 가지 있다. 우주에 벼라별 것이 다 있다. 아니다. 마이너스로 보면 죄다 대칭되어 있고 메커니즘으로 엮여 있고 소속되어 있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요소가 많지 않다.


    기본이 되는 몇 가지 원칙만 파악하면 된다. 열역학 1, 2법칙이 대표적이다. 1법칙이라고 하면 에너지 보존을 떠올리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분자가 아니고 원자가 아니고 소립자가 아니고 기본입자가 아니고 알갱이가 아니고 에너지라는 사실이다. 세상의 기본은 에너지다. 이것이 열역학 1법칙이다.


    에너지는 움직인다. 움직이므로 사건이다. 세상은 사건이다. 사건은 닫힌계를 이룬다. 닫힌계 안에서 지지고 볶든 더하고 빼든 곱하고 나누든 형태를 어떻게 바꾸든 무시하기로 하자. 이것이 열역학 일법칙이다. 사건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움직이고 움직이면 울타리를 쳐서 막아야 한다. 입자가 아닌 닫힌계로 보는 것이다.


    2법칙은 비가역성이 어떻고 무질서도의 증가가 어떻고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가 어떻고 복잡하게 말하지만 필요 없고 사건에서 에너지의 입력은 한 개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많은 가역현상을 볼 수 있다. 대개 부모가 개입한다. 에너지가 들어가는 입구가 추가되어 있다. 이런 반칙을 배제하고 에너지원 한 개가 기준이다.


    에너지원이 하나이면 추가 에너지 투입이 없으므로 자체해결을 해야 하고 자체해결을 하려면 구조적 효율성을 사용해야 하고 효율을 사용하면 그 효율이 소비되므로 구조손실이 일어나서 닫힌계 안에서 방향전환이 불가능하다. 물론 추가로 에너지가 들어오면 방향전환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저절로가 아니라 인위로다.

    

    
 A는 A다. A는 비A가 아니다. A는 A 아닌 것이 아니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다.


 후건이 전건을 칠 수 없다. 진술이 전제를 칠 수 없다.


 세상은 마이너스다. 상부구조의 마이너스가 하부구조의 플러스를 결정한다.


 세상은 사건이다. 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의 연결이다.


 세상은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계에 갇힌 에너지가 절대 기준이다.


 사건은 방향이 있다. 하나의 사건은 에너지원이 하나이므로 자체 효율성에 의지하고 효율성은 수렴방향에서 얻어진다.


 세상은 대칭이다. 대칭은 통제가능성이다. 2가 1로 맞물린 대칭구조가 통제된다.


 사건은 실이 실패에 감긴 만큼 풀린다. 보존이 대칭을 제한한다. 모든 대칭에 보존이 있다. 


 이런 기본적인 몇 가지 원칙만 알면 세상을 손바닥 보듯 장악할 수 있다. 여섯 다리만 걸치면 한 나라 안에서 전부 연결된다. 유력한 사람은 세 다리만 걸치면 대통령과도 연결된다. 마이너스로 보면 세상은 매우 간단하다. 방해자의 제거로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방향을 알기 때문이다.


    산에서 길을 잃었다면 무조건 내리막으로 가면 된다. 한 방향으로 계속 가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마이너스법은 의사결정 횟수를 줄인다. 패닝접시로 사금을 찾는다고 치자. 접시를 돌리는 숫자는 늘어나지만 의사결정 횟수는 무조건 줄어든다. 금이 적다고? 모래를 더 퍼부어. 그래도 안 된다고? 밤새도록 접시를 돌려버려.


    힘들다고? 도랑을 파서 물이 저절로 흘러가게 만들어. 나무를 마찰시켜 불씨를 얻는다고 치자. 이렇게 해서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 손바닥으로 돌리기 힘들다고? 활을 만들어 돌리면 적어도 1분 안에 연기 난다. 해봤다. 그다음은 부싯깃을 잘 활용하면 된다.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순히 속도를 끌어올리기는 쉽기 때문이다. 모터 달면 된다. 중요한 것은 불씨가 부싯깃을 만나는 순간에 산소가 공급되도록 방해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대부분 구조적 방해자 때문에 불씨가 부싯깃과 접촉하지 않고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불이 붙지 않는 것이다. 불과 부싯깃과 산소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면 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9.06.26 (03:38:59)

"뭐든 더하기가 어렵지 빼기는 쉽다. 세상을 마이너스로 이해하는 시선을 얻어야 한다."

http://gujoron.com/xe/110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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