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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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9 vote 0 2019.05.12 (12:03:58)


    의하여는 앞서고 위하여는 뒤진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서 특별히 오해할 빌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다양한 오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For는 어원으로 보면 앞인데 미래를 뜻한다. 미래가 현재를 결정할 수 없다. 위하여는 애초에 말이 안 되는 헛소리다. 위하여는 굳이 말하자면 후건긍정의 오류가 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은 논리적으로 엄격하지 않으니 두루뭉수리다. 일상적으로는 대략 패턴이 반복되므로 위하여를 구사하여 후건긍정의 오류를 저질렀다고 해서 항의받는 일은 없다. 위하려고 하면 대략 위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재판과 같이 사리분별을 엄격히 할 때 문제가 있다.


    위해서 위해지면 괜찮은데 위해서 위해지지 않으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구조론은 시스템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시스템은 쌍이다. 쌍은 둘이다. 위하여는 쌍이 깨져 있다. 의하여는 쌍이 있다. 즉 의하면 반드시 의해진다. 그런데 의하여와 위하여는 항상 같이 다닌다. 위하여 뒤에 의하여가 있다.


    그러므로 재판정과 같이 문책을 할 때는 위하여 뒤에 숨은 의하여를 찾아내고 그것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이때 위하여는 무조건 배척된다. 의하여 6 대 위하여 4가 아니고 의하여 100 대 위하여 0이다. 위하여는 값을 지워버린다. 숫자가 얼마든지 상관없이 지우개로 문질러서 없애버리는 것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 입자 힘의 상부구조가 의하여다. 질은 결합한다. 둘이 결합하여 시스템을 이룬다. 쌍으로 서는 것이 시스템이다. 입자는 그 구조를 내부에 가져온다. 하나 안에 대칭된 쌍이 있다. 대칭이 조직되어 있고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는 구조가 된다. 힘은 축을 틀어서 대상과 교섭한다.


    여기서 계가 깨진다. 힘 운동 량이 위하여인데 구조가 깨져 시스템이 없으므로 결과를 확정할 수 없다. 즉 위해서 위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확률로 나타난다. 위해서 과연 위해졌을 경우. 이 경우는 그냥 넘어간다. 위해서 망했을 경우? 문책된다. 의하여를 캔다.


    위했으니 용서해달라? 그런 거 없다. 배후에 의하여가 숨어 있다. 의하여는 보통 숨어 있기 때문에 파헤쳐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기꾼이 공범을 끌어들였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사기꾼은 말한다. 너를 위하여. 사기에 성공하여 돈을 나눠가지면 위하여가 성립된다. 이건 다 너를 위한 것이야. 


    이렇게 말하면 공범은 매우 고마워한다. 그런데 실패하면? 사기범은 말한다. 널 위해서 사기 쳤으니 책임은 네게 있어. 공범은 말한다. 날 속여서 내게 위험을 떠넘겼잖아. 법정은 이런 것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리스크 분산이라는 단어가 없는 거다. 공범은 멍청하므로 그런 단어 모른다.


    직감적으로 주범이 나를 끌어들여 이익을 챙길 심산인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 리스크 분산의 이익에 의하여라고 말하지 못하고 속는 것이다. 가해자는 변명한다. 인생의 쓴맛을 보여주어 세상 살아가는 경험치를 높여주려고 피해자를 위하여 했어. 변명일 뿐이다.


    누가 에너지를 틀어쥐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무엇에 의했는지만 심사하여 유무죄를 판단하고 누구를 위했는지는 정상참작으로 형량결정에 쓰인다. 위하여도 정상참작과 형량결정에는 사용되지만 핵심적인 유무죄 판단에는 배척되는 것이다. 이거 헷갈리면 곤란하다. 위하여는 완전 배척된다.


    그러므로 법정에서 감동적인 눈물 호소로 판사를 꼬셔보려는 피고의 행동은 역효과를 낳는다. 그런 행동은 법정을 만만하게 보고 법정의 권위에 도전하는 선제대응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반성문을 백 장 쓰면 형량을 깎아주는데 그것은 법정의 권위에 굴복한 후속대응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하다. 선제대응으로 판사를 이기려고 하면 죄가 두 배다. 반면 패배를 인정하는 후속대응 행동은 형량을 깎아준다. 순서가 중요하다. 감동적인 눈물호소는 판사의 판결에 앞서므로 괘씸죄 추가요 반성문 백 장은 판결에 뒤지므로 형량고려다. 이거 헷갈리면 망하는 것이다. 


    의하여가 순서에 앞서는 점이 중요하다. 순서에 뒤지면 값이 얼마든 0으로 치는 거다. 위하여가 전면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위하여를 잘하면 형량을 깎을 수 있다. 그러므로 여친에게 고백을 하더라도 미리 암시해야 한다. 돌출행동은 싸대기다. 남자가 고백해도 권력이 여자에게 있어야 한다. 


    강제하면 안 된다. 여자가 눈치로 요구해서 장미꽃 백만 송이를 부쳤다거나 종이학 천 마리를 접었다거나 이런건 허용된다. 반대로 여자를 제압할 의도로 장미꽃 백만 송이 물량공세를 펼쳤다거나 이런 건 아웃된다. 순서가 틀렸다. 순서가 틀렸지만 정성이 갸륵하니 봐주는 게 아니고 괘씸죄 추가다.


[레벨:5]국궁진력

2019.05.12 (20:45:01)

"리스크 분산의 이익에 의하여"라고 말하지 못하고 속는 것이다.


모르는 단어는 하나도 없는데, 이걸 발견하지 못하는 제가 밉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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