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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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3 vote 0 2019.05.07 (16:08:08)

       

    질문은 성의있게 해야 한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불쾌한 것이 주인공의 정당한 발언에 악당들이 너무 성의 없이 딴지를 건다는 점이다. 상투적인 클리셰다. 기다렸다는 듯이 딴지를 건다. 합당한 논리도 없이 무조건 반대한다. 일단 기회를 주고 지켜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반대하는 게 맞다. 그들은 왜 반대할까? 간단하다.


    주인공의 의도를 관객이 모르기 때문이다. 악당이 주인공에게 태클을 걸게 한 다음에 주인공이 조목조목 설명하여 반격하는 형태로 관객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악당이 너무 성의 없이 태클을 건다는 점이다. 어차피 작가는 주인공의 의도를 설명하는 게 목적이니 악당의 논리는 상관없다.


    아내가 남편을 반대하고, 자식이 부모를 반대하고, 제자가 스승을 반대하고, 부하가 상관을 반대하고, 공무원이 시민을 반대하고 전방위적으로 반대한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니 미국넘들은 원래 다들 저렇게 심사가 꼬였는가 하고 국민성을 의심하게도 된다. 그런데 발리우드는 한술 더 뜨더라.


    감독이 영화를 쉽게 만드는 것이다. 성의가 없다. 클리셰에 익숙해지다 보니 왠지 주인공을 위해 반대를 좀 해드려야 할 것 같다. 하여간 반대를 하더라도 합당한 논리와 방향을 가지고 맥락에 맞게 반대해야 한다. 자한당 무조건 반대는 곤란하다. 황교안 나경원 TV에 얼굴내밀기 반대 좋지 않다.


    구조론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성의 없이 인사치레로 질문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게시판이 썰렁해 보여서 질문이라도 해드려야 할 것 같다는 식이다. 예전부터 문제가 되었는데 시정이 안 되고 있다.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인사치레 언급이지만 답변하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이다.


    구조론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 필자는 소설 쓰는 사람이 아니다.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질문해도 가볍게 한마디 툭 던져 응수하고 할 수 없다. 질문을 하려면 자기 생각부터 밝혀야 한다. 유시민에 대해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하고 자기 입장을 개진해야 내가 의견을 보탤 수 있다.


    예컨대 유빠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유시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해도 되는지를 질문한다면 답해줄 수 있다. 그런 건 안 된다고. 필자 입장에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므로 잘못 대답하면 그게 룰이 되어버린다. 하여간 남의 시간을 3초 이상 뺏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정치는 차라리 괜찮다.


    정치칼럼은 30분 안에 휘리릭 쓰는 게 보통이므로 상관없지만 구조론은 어려운 내용을 고도의 집중상태에서 쓰기 때문에 탈진하게 된다. 명연주자가 혼신의 연주를 마쳤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어! 그 연주 한 번 잘 하네. 한 번 더 해봐. 이러시면 안 된다. 필자의 글이 수다나 떠는 그런 글은 아니다.


    구조론을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말이다. 다른 분야라면 그렇지 않다. 다른 과학의 분야는 100층 건물을 짓되 99층까지는 이미 지어져 있고 과학자는 거기에 한 층을 더 올리는 것이다. 아니 벽돌 한 개를 더 보태는 거다. 구조론은 백지상태에서 거대한 도시 하나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다.


    관계와 실체의 대비를 모르겠다면 구조론의 기초가 안 되어 있다는 말인데 이런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봤자 알아들을 가능성은 없다. 전부 설명해야 하는 판인데 단행본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관계가 반복되어 굳어지면 실체가 된다. 결혼은 관계지만 실체가 있다. 아니 결혼의 실체가 없다.


    결혼은 그냥 약속일 뿐이고 마음속 태도일 뿐이다. 부부라도 실제로는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아니다. 실체가 있다. 결혼제도가 있다. 돈도 관계를 나타내는 표지다. 돈이 있다고 하면 현찰이 있는 게 아니라 잔고가 있는 것이다. 현찰이 없다면 실체의 관점에서 돈이 없다. 아니다. 있다.


    계좌가 있으므로 돈이 있다. 신용이 있으면 돈이 있는 것이다. 시스템 안에서 호흡하면 실체가 있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은 관계를 실체로 바꾸어온 과정이다. 시스템은 쌍으로 일어선다는 말이다. 혼자 서면 관계이고 쌍으로 서면 실체가 된다. 짝사랑이면 관계이고 결혼식을 올리면 실체가 된다.


    이런 것을 성의 없이 지나가는 말로 혹은 인사치레로 적선하는 셈으로 한마디 툭 던져서 야 한번 읊어봐라 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고약한 것이다. 99를 말해놓고 부족한 1을 채워달라고 하는 게 바른 질문이다. 질문자가 개떡같이 질문했다고 해서 필자가 개떡같이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기초가 안 되어 있으면 질문할 자격이 없다. 국어공부가 안되어 있는 사람은 질문할 자격이 없다. 다른 사이트에서 하듯이 하면 안 된다. 저 작자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글이나 쓰고 있는 모양인데 불쌍해서 말이나 한번 걸어주는 거지 하는 식은 사절이다. 시시한 걸로 남의 시간 빼앗지 말자.




[레벨:4]서단아

2019.05.07 (17:15:41)

구조론 출력하는 머신 김동렬.. 그의 숭고한 타자 노동을 잊지 않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수원나그네

2019.05.07 (20:08:30)

머신의 눈에는 머신밖에 안보이는 법.

건방진 표현법이오.




[레벨:4]서단아

2019.05.07 (20:13:00)

인터넷 개통 이후로 김동렬님만큼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 나름 경의의 표현인데,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사과드립니다.
어떤 대상이 그의 구조론 모형에 의해 구성되고 그의 손끝과 자판의 만남에 의하여 이 아카이브에 기록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입력과 출력 사이의 시공간에 존재하는듯한 그를 '감정'이 없는 무언가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기계'를 놓고 고민하다가, 통상적으로 쓰이는 기계라는 표현은 방향성이 없는 단순 반복을 지칭하는 것 같아 지금의 표현을 차용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05.08 (00:58:31)

지난 글들에 실수는 없었는지 돌아보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여야 하겠습니다. 
감사히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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