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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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37 vote 0 2019.04.10 (16:22:45)


    인간은 에너지의 동물이다


    한국에 '세나개'의 강형욱이 있다면 미국에는 '도그 위스퍼러'의 '시저 밀란'이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리얼리티 TV인 도그 위스퍼러를 방영하여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고. 강형욱의 보듬교육 카밍시그널Calming Signa과 다른 서열훈련 중심의 알파독 이론을 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시저 밀란이 에너지라는 용어를 쓰는 게 일부 전문가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에너지가 비과학적 용어라는 거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포스 Force의 힘'이나 사이비들이 말하는 '기氣'와 같은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개의 행동이 에너지에 지배되듯이 인간 마음도 에너지에 지배된다.


    수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확히는 구조론적인 관점이 되겠지만, 에너지에는 질량과 같은 절대적인 물리량뿐만 아니라 가속도나 관성력과 같은 상대적인 힘들도 포함된다. 에너지는 에너지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에너지다. 에너지가 아닌 것은 사건을 촉발하는 다른 원인이다.  


    무엇이 사건을 일으키는가? 욕망? 계획? 돈? 신분? 자신감? 본능? 용맹함? 구조론의 입장은 잠재의식이나 트라우마나 야망이나 이성이나 도덕이나 윤리나 스님들이 말하는 내려놓으라거나 비우라거나 이런 것을 부정한다.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방향이 틀렸다는 거다.


    개를 훈련시키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때리면 말을 듣는다. 단, 시청자가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알파독 이론과 보듬교육 이론은 장단점이 있다. 알파독 이론은 거칠게 제압하여 복종시키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얻고 보듬교육 이론은 시간이 걸리지만 개의 심리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어느 쪽이 맞다고 할 수 없고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한도 안에서 최선을 추구할 뿐이다. 확실한 것은 개를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개주인을 훈련시킨다는 점이다. 이 점은 강형욱이나 시저 밀란이나 마찬가지다. 대개 개가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착각하고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점이 문제다.


    구조론으로 보면 에너지는 계의 통제가능성이다. 계를 구성하는 것은 환경이다. 환경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우위에 서면 에너지를 발산한다. 구체적으로는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어린 개는 환경을 장악해야 한다. 시골소년은 마을의 경계까지 가봐야 한다. 산꼭대기로 가고 냇가까지 간다.


    자신에게 허용되는 한계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집단에 가담한다.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높이려면 말썽을 부려서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개입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엄마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관종짓 한다. 계를 장악하고 통제가능한 상태로 만들어간다. 그럴 때 에너지가 있다.


    환경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려는 것이며 여기에는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이 있고 내면환경도 있다. 자연환경은 동네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이며 사회환경은 친구를 사귀고 이웃을 알아가는 것이며 내면환경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에너지는 점차 고갈된다. 다 알아냈기 때문이다.


    갈수록 장애물이 많아진다. 일관성 문제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과 인사를 트면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해야 한다. 피곤해진다. 어릴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지만 그게 현명한 전략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뇌 안에서도 그렇다. 링크가 늘어날수록 다른 파일들과 충돌할 확률이 높다.


    프로그램을 깔아도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도처에서 차단당하고 제지당하고 감시당한다. 결론적으로 잠재의식이니 트라우마니 도덕이니 윤리니 욕망이니 야심이니 명예니 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비중이 약하며 그러므로 굳이 내려놓고 비워놓을 이유도 없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이유도 없고, 잠재의식을 해결할 필요도 없고, 이성을 갈고닦을 이유도 없고, 도덕이고 윤리고 간에 쓸모가 없다. 야망도 필요 없고 야망을 버릴 이유도 없다. 성욕을 추구할 이유도 없고 성욕을 억압할 이유도 없다. 그딴건 어차피 상관없는 것이다. 혹은 지엽적인 것이다. 


    답은 하나다. 그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운명적 만남에 의해서 얻어진다. 운명적인 만남은 첫 만남이다. 우선 환경을 잘 만나야 한다. 국적이나 성별이나 피부색을 타고나는 것은 자연환경이다. 가족과 이웃과 집단을 잘 만나는 것은 사회환경이다. 개인의 지능이나 성격은 내면환경이다. 


    만남에 에너지가 있는 이유는 첫 만남에는 그러한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같다. 어린이는 순수하므로 거리낌이 없다. 고추를 내놓고 있어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걷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돈이 많거나 없거나 간에 신경쓰지 않는다. 피부색을 고민하지 않는다. 


    성적표를 걱정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있다. 두 번째 만남부터 힘들어진다. 컴퓨터라도 첫 프로그램 설치 때는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이미 프로그램이 깔렸다면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서로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엮이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잘못 건드리면 전부 잘못되고 만다. 


    첫 만남에는 잘못된 만남이 없다. 두 번째부터 신경이 쓰인다. 누구를 만나든 첫 만남처럼 된다면 좋은 일이다. 챔피언이라면 그럴 수 있다. 누구를 만나도 첫 만남이다. 재대결은 없다. 싸움마다 이긴다면 모든 만남이 첫 만남이다. 16강에서 8강 4강 결승이 모두 첫 만남이니 에너지가 있다. 


    4개월 된 강아지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두 번째 만남부터는 전에 했던 행동과 연결시켜 해석하게 되므로 헷갈리게 된다. 망설이게 된다. 퇴행하게 된다. 보수꼴통으로 몰린다. 인생에 늘 첫 만남일 수는 없는 거다. 여행자라면 언제나 첫 만남이 되고 그래서 여행은 즐거운 것이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선함은 사라진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에너지는 고갈된다. 통제가능성은 줄어든다. 선택지가 감소한다. 주도권을 잃고 을이 되어 있다. 그러나 가능할 수도 있다. 진리의 편에 서고 역사의 편에 서고 문명의 편에 서고 이기는 편에 선다면 인생은 언제나 첫만남이 된다. 


    연승가도를 달리는 도전자다. 에너지를 고양시킬 수 있다. 계를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비로소 자기 계획을 펼쳐 보일 수 있다. 그러려면 남이 한 요리를 먹는 사람보다 직접 요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즐기는 사람이 그러하다. 사건의 전체과정에 참여하며 납득하려는 태도로 바꿔야 한다. 상호작용을 즐겨야 한다. 먹는 사람이 되면 맛이라는 한 가지 결과에 수렴되므로 같은 패턴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 요리를 디자인하면 달라진다. 과정의 즐거움을 깨닫는다면 매번 다른 연출이 가능하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서, 시작과 종결 사이에서 얼마든지 의사결정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고 디자인할 수 있다. 모든 게임을 이길 수 있다. 상대를 이기려 말고 게임 자체를 이기려고 한다면 말이다. 목적지에 가려고만 말고 탄 배를 이겨야 한다. 


    공항에 도착하려고만 말고 공중에서 비행기를 컨트롤해야 한다. 도착지만 신경쓰지 말고 자동차를 이겨야 한다. 그럴 때 운전하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인생의 비극은 부나 성공이나 명성이나 지위나 신분과 같은 목적지를 신경쓰느라 과정에서 하나씩 이겨가는 재미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동은 남의 이목에 신경쓴 결과다. 달성해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과정의 즐거움이 백이라면 맛의 도달은 1이다. 인생이 백분의 일로 왜소해진다. 처참해진다. 작아지고 만다. 다른 사람에게 성과를 증명하려 들지 말고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군자의 만남이라면 백 번을 만나도 처음처럼이다. 그들은 항상 처음에 대해서 논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노이만과 보어의 만남이라면 언제나 최신 이슈를 논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과학계의 가장 앞선 이슈들을 그들 자신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나 정치인이라도 그러하다. 


    그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그리는 것이 최신작이다. 그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정치의 최신 이슈다. 그들의 만남은 에너지가 넘치는 만남일 수밖에 없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기는 승을 지배하고 승은 전을 지배하고 전은 결을 지배한다. 거기에 찾아야 할 에너지의 낙차가 있다. 


    어린이는 항상 사건의 기에 선다. 어린이가 사건을 일으키고 어른이 사건을 수습한다. 사건의 앞단계에 서는 것이 에너지를 가지는 것이다. 최신 이슈와 트렌드와 유행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의 현재진행 과정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에너지가 마음을 해결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4.11 (00:27:16)

"진리의 편에 서고 역사의 편에 서고 문명의 편에 서고 이기는 편에 선다면 인생은 언제나 첫만남이 된다."

http://gujoron.com/xe/1079315

프로필 이미지 [레벨:7]systema

2019.04.11 (00:41:32)

매순간 처음처럼. 멋진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수원나그네

2019.04.11 (05:45:42)

"에너지가 마음을 해결한다"
21세기 논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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