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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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65 vote 0 2019.04.07 (18:37:23)

      

    레깅스 논쟁에 대하여


    https://news.v.daum.net/v/20190407060017522?d=y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옳다 그르다'의 관점을 탈피해야 한다는 거다. '이기는가 지는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특히 ‘내가 어떻게 느꼈다’는 식의 자기소개식 발언은 곤란하다. 그것은 미성숙한 사람의 태도이다. 유아틱한 거다. 글자 배운 사람이라면 배운 티를 내야 한다. '나'를 개입시키면 흥분해서 링 위로 올라가려는 태도이다.


    주관적 관점 좋지 않다. 점잖게 중립적인 포지션에서 말하는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그냥 내가 편해서 입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말을 그렇게 돌려서 하는 거다.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것이다. 무의식의 명령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목적으로 혹은 집단의 의사결정 중심을 흔들어 놓을 목적으로 저지르는 공격행동이다. 


    그렇다. 그것은 사회를 향한 공격행위다. 그러나 그게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러한 세상과의 싸움걸기야말로 문명의 본질이니까. 에너지의 방향성에 따른 부단한 상호작용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역사가 도전과 응전이라면 유행은 자극과 반응이다. 도전하고 응전하듯이 능동적으로 자극하고 또 반응해야 한다. 


    화장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화장을 하지? 하고 물어보면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곤 한다. 맞는 말일까? 자기만족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 많다. 그런데 말이다. 성형을 하는게 왜 자기만족이 될까?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가 없다 해도 무의식의 속삭임은 있다. 


    무의식은 구체적 행동을 지시하지 않는다. 에너지의 업된 상태와 다운된 상태가 있을 뿐이다. 화장을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레깅스를 입으면 에너지가 업된다. 들뜨게 된다. 왜 에너지가 업될까? 왜 기운이 날까? 답은 언제라도 위하여가 아니라 의하여이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의 증대라는 에너지의 방향성에 의하여가 진실이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것은 주체적인 의사결정에 의한 능동적인 공격행동이다. 남자들이 쫄티를 입고 근육을 자랑하거나 혹은 반바지를 입고 다리털을 자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복에 넥타이를 입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의 옷깃 세우기나 영국 메이총리의 왕방울 목걸이나 다 마찬가지다. 


    그 안에 랑그와 빠롤이 있다. 타인을 지배하겠다는 사회적 기표다. 반면 넥타이에 양복은 복종의 의사표시다. 젊은 여성의 긴 생머리도 복종의 기표다. 반면 10대들은 이마를 최대한 가리는 머리모양을 하거나 후드티를 입거나 혹은 닌자복장을 해서 자신을 은폐하려고 한다. 가면 쓰기도 좋아한다. 세상을 무서워한다는 기표다.


    본인은 아무 생각없이 그런 옷을 입었겠지만 면접관은 불쾌하게 생각하고 감점을 준다. 사회적인 불안감을 복장으로 나타낸다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물론 저커버그는 10대들에게 어필할 의도로 후드티를 입는 것이고 스티브 잡스는 제품이 더 돋보여야 한다는 핑계로 청바지를 입지만 사실은 타고난 워스트 드레서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사는 게 맞다. 인간은 자극과 반응으로 산다. 레깅스를 입어라거나 입지 말라거나 하고 말할 수 없으며 각자가 판단할 사회적인 균형감각의 문제인 것이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이며 유행을 만들어 앞서가면서 다른 나라를 문화적으로 지배할 것이냐의 문제다. 기성세계를 타격할 문화적 공격무기다.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타격해 볼 것이냐. 혹은 전혀 먹히지 않는 낡은 무기로 사골을 재탕해 먹을 것이냐의 문제다. 남이 한다고 해서 따라하는 것이냐, 남이 하기 전에 공세를 펴느냐다. 문화행동에는 분명히 공격의 의도가 있다. 도전과 응전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전쟁에서 방어만 하는 나라는 보통 망하더라는 사실이다.


    계에 에너지가 걸리고 방향성이 주어지면 그 방향으로 계속 굴러가게 되어 있다. 상호작용의 증대방향으로 가게 된다. 다만 집단적 상호작용에서 보다 개인적인 상호작용으로 추세가 바뀌는 게 다른 점이다. 집단적 상호작용이란 계급이나 신분의 표지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는 말이다. 부족민의 문신은 집단적인 표지가 된다. 


    부족민이 문신을 하는 이유는 다른 부족으로 오해되면 즉시 살해되기 때문이다. 10대들이 패딩을 입는 데는 자신의 소속집단을 표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본인에게 마이크 대고 물어보면 절대 그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좋아서라거나 남들이 입어서라고 말한다. 아마존의 조에족이 뽀뚜루를 하는 것과 같다.


    본인이 좋아서 한다고 대답은 하는데 전혀 좋아보이지 않는다. 잇몸이 무너진다. 에티오피아 무르시족의 거대한 입술접시도 마찬가지다. 자랑스럽다고 주장하며 자랑하는데 별로 자랑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나 계급을 표지하려는 경향에서 개인의 캐릭터를 나타내려는 경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레깅스를 할머니가 입거나 남자가 입으면 눈총을 받는다. 무의식적으로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간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할머니도 레깅스를 입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계급을 표지하는 시대에서 개인의 캐릭터를 표지하는 시대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측의 동기도 분명하다. 몸매를 차별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의 직장여성은 일제히 루이뷔똥 가방을 들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계급과 신분을 나타내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 직장여성의 프라이드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있다. 사회를 제압하려는 권력적 동기 역시 내포되어 있다. 청소년들의 아이돌 추종행동도 세력을 만들어 사회를 제압하려는 공격의도가 있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해야 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중요한 것은 먹히는가다. 현장에서 먹힌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회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 말이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며 문화는 자극과 반응이다. 자극해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해야 한다. 불을 지르는 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민망하다거나 이런 개인의 감정을 근거로 논리를 세우면 안 된다는 거다. 그게 하지 말라는 자기소개다. 어떻게 느낀 것은 그렇게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좋다면 그게 좋고 싶었기 때문이고 어떤 것이 싫다면 그게 싫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업상 하루에 백 마리씩 닭의 모가지를 치는 사람 있다.


    닭목치기의 달인이라 하겠다.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괜찮아유. 뭐 어때유?’ 이런다. 그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면 갑자기 닭목치기가 싫어진다. ‘아유 끔찍해. 저런 일을 어떻게 한담? 나라면 때려죽여도 못혀.’ 이렇게 태도를 바꾼다. 왜? 로또에 당첨되었으니깐. 인간은 형편대로 감정을 바꾸는 동물이다. 감정도 사회적인 표지다.


    구한말에도 짧은 치마 입은 신여성 보고 민망하다고 말들 했다. 윤복희의 미니에는 다들 충격받았다. 복장의 변화는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것이며 싸움을 걸 때는 승산을 보고 해야 한다. 흑인들의 엉덩이 바지 baggy pants는 흑인세계 안에 갇혔다. 그들은 승리하지 못한 것이다. 패거리를 이루는 정도의 의미는 물론 있겠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게 맞다. 왜냐하면 스스로 자신을 차별하게 되니까. 보편적 가치를 발굴하여 싸움을 걸어야 한다. 이겨서 자신이 문화적 다수파에 속하고 주류파에 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먼저 시도해서 남이 따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해보는 거다. 중요한 것은 언제라도 먼저 싸움을 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먼저 싸움을 거는 자는 상대의 반응을 봐가며 전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으며 이기는 게임과 지는 게임이 있을 뿐이다. 보편적 가치에 다가서면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에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고 자신이 방어자 포지션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자신이 늙었음을 고백해야 한다. 


    에너지가 고갈된 증거다. 점잖은 사람이라면 '아유 민망해! 애들이 보고 따라할까 겁나.' 하고 이맛살을 찌푸려서 자신의 실체를 들키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 '뭔 대수라고. 내 살면서 별꼴을 다 봤지.' 하고 웃어넘겨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문제를 일으키려 해야 한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1) 보편적 가치를 발굴하여 현장에서 먹히면 하는 게 맞다.

    2) 개인의 감정을 근거로 논리를 제기하면 무식을 들키는 거다.

    3) 센세이션을 일으켜 사회를 타격하려는 공격측의 의도가 있다.

    4) 소속과 계급 표지에서 개인의 캐릭터 표지로 바뀌는 추세다. 

    5) 공격측에 서느냐 방어측에 서느냐는 에너지가 결정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4.08 (03:08:48)

"소속과 계급 표지에서 개인의 캐릭터 표지로 바뀌는 추세다."

http://gujoron.com/xe/1078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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