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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치는 롤러코스터정치다. 지난해 대선 때도 그랬다. 경선 직후 이회창을 압도한 70퍼센트대의 지지율을 YS방문으로 야금야금 갉아먹고, 10월에는 정몽준에게 까지 밀려 제 3후보로 떨어졌다. 15퍼센트대의 끝간데 없는 추락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부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노무현정치의 본질에서 연유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답이 없다. 나는 단언한다. 노무현은 집권 5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지지자들을 곤혹스럽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갈라서는 것이 좋다.

호남도 갈라서야 하고 진보도 갈라서야 한다. 본질은 철학과 이념의 빈곤이고, 결론은 노무현의 자업자득이다. 코드가 안맞는다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안에서 비판해봐야 먹히지 않는다. 코드가 안맞는다면 차라리 갈라서고 밖에서 갈구는 것이 좀 낫다.

그래도 노무현은 성공한다
요는 노무현의 모험이 결과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단히 위험하다. 승률 51퍼센트의 아슬아슬한 모험이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가면 1퍼센트의 전력차가 움직일 수 없는 차이로 벌어지기 마련이다. 5년 후를 예상한다면 『100프로 노무현정권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하겠다.

노무현정치는 YS나 DJ와 본질에서 다르다. 노무현은 안정적 지역기반이 없다. 그의 성공은 지지층의 결집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의 표를 뺏어옴으로써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한나라당을 붕괴시켜야 답이 나온다. 당분간 노무현은 한나라당 유권자들에게 아부하는 정치를 할 것이다.

정치에 대해 발언함은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명성을 탐하는 진보도 노무현과 갈라서는 것이 맞고, 차기를 대비하는 호남도 지금 갈라서두는 것이 장기적인 포석이 된다. 훈수를 두어도 밖에서 두는 훈수가 먹혀드는 법이다.

김구와 링컨의 길을 간다?
노무현은 김구가 되려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링컨이 되려하고 있다. 김구와 링컨이 어떤 인물인가? 까놓고 이야기하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는 교과서용 언설에 불과하다. 상해임정 시절 김구는 좌파를 싸그리 숙청한 바 있고, 링컨은 수십만의 인명희생을 각오하고 전쟁을 벌인 사람이다.  

이념과 원칙은 당선되기 전 이야기고, 당선되고 나면 개인의 기질과 주어진 환경이 결정하는 것이다. 노무현의 승부사적인 성격과, 한나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있는 작금의 정치환경으로 볼 때, 특히 노무현의 이념과 철학의 부재로 볼때 그렇다.

김구나 링컨은 어떤 면에서 드골이나 처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진보 혹은 좌파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정치는 의미가 없다. 물론 드골과 처칠 또는 링컨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른바 『건전한 보수』다. 진보가 이걸 용납할 이유는 없다.

룰라의 배신과 노무현의 우향우
브라질의 룰라정부 명실상부한 좌파정권이다. 노무현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올 1월 룰라의 집권 후 4개월동안 뭐가 달라졌지? 브라질 노동자들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 브라질에 사회주의가 꽃피고 있습니까? 천만에!

브라질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룰라의 좌향좌를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 룰라는 명백히 우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왜? 지금 브라질에서는 권영길이 아니라 진중권이 가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물론 좌향좌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도 있다. 정치인은 때를 잘 타고나야 한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석유산업의 국유화라는 좌향좌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석유산업은 국유화가 맞다고 본다. 그러나 브라질경제는 노동귀족을 양성한 페론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향우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우향우를 누가 하는가이다. 노동자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노동자에게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재벌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이것이 정치의 역설이다. 노조의 도움을 받고 집권해서 노조와 충돌한 외국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정치는 온통 역설이다
우파가 집권해야 진보가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이회창이 집권했다면 촛불시위도 반전시위도 지금보다 배는 더 열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노무현에게 진보를 기대한다기 보다는, 노무현이 공정한 룰을 보장해 준다는 전제로 진보가 스스로의 힘으로 커야한다.

지금 진보가 노무현을 두둔한다면 진보주의의 씨가 마르게 되어 있다. 진보는 살기 위해서라도 노무현과 거리를 두는게 맞다. 같은 이치로 호남도 노무현과 일정부분 각을 세우는게 맞다. 막말로 JP가 DJ와 연합해서 자민련이 얻은게 뭐냐 말이다. 이건 둘다 죽는거다.

물론 그래도 노무현은 진보를 적으로 돌려서 안된다. 구조적으로 인재는 항상 진보가 공급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무현은 호남을 포기해서 안된다. 두들겨 맞더라도 호남을 안고가는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보수정치인 노무현은 진보를 열심히 짝사랑하며 인재를 야금야금 빼먹고, 또 진보는 노무현을 계속 갈구면서 커나가는 거고, 그런 기이한 공생관계를 5년간 계속할 것으로 본다. 진보는 이것을 실패로 규정하겠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유익하다.

노무현과 호남은 계약결혼이 맞다
계약결혼을 해야 부부금슬이 더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남편을 믿으라는 식은 위험하다. 노무현 못믿는다. 노무현과 호남은 도장찍고 계약서대로 가는 것이 맞다. 당장 이혼할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는 상태까지는 가는 것이 맞다.

이 경우 주도권을 쥔쪽, 실권을 잡은 쪽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노무현은 적극적으로 호남을 짝사랑하는게 맞고, 탕평책으로 인사를 챙겨주는 것이 맞다. 반면 호남은 노무현과 거리를 둘수록 유리하다. 호남이 JP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전혀 없다.

좋은시절 다 지나갔다. 어차피 코드가 안맞는다면 일시 헤어져 있다가 선거 때만 공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부시의 재선이 노무현에게 유리할 수 있다
미국경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부시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일단은 내년 선거에 재선할 확률이 약간 높아졌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치는 역설이다. 내년 대선에서 부시가 낙선하고 민주당이 집권한다 해서 노무현이 득본다는 보장은 없다.

전두환의 쿠데타는 분명 인권대통령을 자임한 카터의 재임시기에 일어난 사건이다. 민주당의 클린턴이 영변을 폭격하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보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한반도에 더 많은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게 정치다.

유권자의 균형감각을 이용하라!
햇볕정책은 국민 90프로가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김정일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클린턴, 김대중 콤비가 많은 것을 이뤄내긴 했지만 일정부분 김정일에게 끌려다닌 것도 사실이다.

부시의 승리는 노무현의 대북한 협상력을 강화시켜 주는 면이 분명히 있다. 물론 전쟁위험도 있다. 잘 해내기만 한다면, 노무현이 부시에 끌려다니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는데 성공한다면, 김정일이 부시에게 쫄아서 고분고분하게 나온다면, 부시와 노무현의 좋은 콤비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균형감각이 있다. 유권자들은 부시의 보수노선이 뒤를 책임져준다면 노무현의 개혁노선을 용인할 수 있다. 당근과 채찍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잘하면 그렇게 된다는거지 무조건 그러한 것은 아니다.  

부시를 극복할 수 없다면 이용하라!
필요악이라는 말이 있다. 악역도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 해서 악이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부시는 명백한 악이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 힘으로 부시를 이길 수 없다면 이용해야 한다. 부시에게 악역을 맡기고 노무현의 선한 역할이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노무현이 부시에게 끌려다니면 대실패가 된다. 그러나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노무현은 어르고, 부시는 뺨치고 역할분담을 한다면 김정일은 부시가 무서워서 노무현에게 굴복하게 되어 있다. 민족사적 과업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최종결론 - 씨 뿌리는 사람 따로 수확하는 사람 따로
우리가 정치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에서 발언하는 것과, 밖에서 비판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먹혀드는가이다. 평소에는 밖에서 냉정하게 보다가, 선거 때 한번 쯤 힘을 몰아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명성을 탐하는 진보나, 차기를 대비해야할 호남은 노무현과 일정부분 금을 긋고 밖에서 비판하다가 선거 때 공조해서 한나라당을 응징하고 다시 해산하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

어쨌든 노무현은 행운아이다. 모든 상황이 노무현에게 유리하게 가고 있다. 정치라는건 원래 그렇다. 씨앗을 뿌릴 때는 진보가 쓸모있고 수확을 할 때는 보수가 먹힌다. 통일의 씨앗은 좌파인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뿌리고, 수확은 엉뚱하게 보수왕초인 콜수상이 하는 식이다.

지금 상황이 그렇다. 씨앗은 김대중이 뿌리고 수확은 노무현이 하게 생겼다. 우향우를 해서 수확을 할 수 있다면 노무현은 그 우향우를 할 사람이다. 말릴 수도 없다. 노무현이라는 인간이 원래 그런데 어쩌냐구요.

전쟁통에 서프라이즈 굶어죽을 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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