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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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99 vote 0 2019.02.15 (13:51:11)

      
    명상을 왜 하는가?


    생각과 명상은 다르다. 생각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것과 같다. 의도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추어 연산한다. 명상은 반대다. 의도의 출발점을 탐색한다.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욕망이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생각에 앞서 의도가 있다. 그 의도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사색한다.


    인간의 의도는 조작된다. 대부분 남의 생각을 중계방송 하고 있다. 나는 출세하고 싶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나는 섹스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가짜다. 그것은 그냥 언어다. 남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불과하다. 인간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남들이 그것을 입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부족민은 욕망이라는게 없다.


    굳이 욕망이 있다면 죽는 것이다. 부족민은 모의전쟁에서 용맹을 과시하다가 허무하게 죽는다. 사실은 남들이 원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부족민의 문제는 사냥감이 적은 것이고, 사냥감이 없는 이유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고, 인구를 줄이는 방법은 전쟁이다.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인다. 먹고 마시다가 시비를 건다. 이걸 음식이라고 내놨는가? 뭐 이런 개떡 같은 부족이 다 있어?


    작년에 우리 부족이 초대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구. 이러면서 싸움을 돋운다. 신호탄이 울리면 각자 준비해온 몽둥이를 꺼내 들고 묻지마 타격을 하는데 40대 이상의 남자는 대개 머리통을 얻어맞고 죽는다. 인간에게는 원래 욕망이 없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잔다. 자연스럽다. 욕망은 고도로 발달한 사회의 산물이다.


    욕망은 타인과 비교된 것이며 외부로부터 주입된 것이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자 주변부로 밀려나는 사람이 있고 이들이 중심부로 재진입을 꾀하며 권력을 다투므로 소외와 고립이 있고 그래서 욕망이 생겨난 것이다. 부족민은 소외가 없고 이지메가 없으므로 욕망도 없다. 즉 인간에게는 의도가 없다. 의도는 주입된 거다.


    명상은 그러한 인간의 사회적인 길들여짐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집단무의식에서 발원하여 외부로부터 주입되어 내면화되어 욕망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보는 것이다. 마음은 먹는 것이다. 마음을 발견하고 마음을 획득하고 마음을 먹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명상이다. 그리하여 진짜 나의 생각을 알아채는 것이다.


    초딩일기와 같다. 나는 오늘이라고 첫 문장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선생님의 검열을 의식하고 있다. 나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남을 이야기한다. 나는 오늘 장난치다가 접시를 깨서 어머니께 야단을 맞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쓰지만 실제로는 선생님은 내가 이렇게 써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아. 하고 쓴 것이다.


    선생님에게 복종하겠다는 의사표시다. 일기를 쓴 것이 아니라 충성맹세를 한 것이다. 집단의 리더인 선생님에게 고개를 숙이는 방법이다. 침팬지의 마운팅과 같다. 두목 침팬지는 아침마다 마당 가운데 나와 침팬지들의 인사를 받는다. 한 마리씩 엉덩이 위에 올라타는 시늉을 한다. 인간이 원숭이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명상이란 그런 우스꽝스런 포즈를 보는 것이다. 태극기 할배들도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충성맹세를 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기도라는 형태로 충성맹세를 한다. 말로는 돈이다, 명성이다, 성공이다, 평판이다 하지만 그게 집단에 대한 충성맹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읽고 내 안에서 그 압박을 처리하여 밖으로 배출하고 있다.


    은밀하게 작동하는 집단의 에너지 흐름 안에서 개인은 자기 위치를 깨닫고 서열을 바꿀 수 있음을 알고 에너지 처리능력을 높여가는 것이 명상이다. 생각은 OEM 방식으로 남의 에너지를 처리하는 것이며 남 좋은 일 하는 것이며 명상은 자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남 좋은 일을 하다 보니 사회가 발달한 건 사실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챠우

2019.02.15 (15:29:22)

어제 말씀해주신 위빠사나를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인도 명상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요가 동작을 1시간 정도 한 뒤에 위빠사나 명상을 합니다.

요지는 내가 나를 관찰하는 겁니다. 한동안은 이걸 이해하지 못해서 개고생. 내 생각으로 가득찬 나를 어떻게 들여다 보라는 거야? 영혼 드론이라도 뛰우라는 건가?

사실은 중이 제 머릴 못 깍는다고 원리적으로 나는 나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럼 뭐냐? 나를 시뮬레이션 하라는 말입니다. (물론 그때는 구조론을 알기 전이라 이런 말을 몰랐지만.)

근데 "나를 본다는 것"은 부족한 표현입니다. 나의 배경을 함께 봐야 나를 본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인간은 대상을 볼 때 과만 본다고 착각합니다. 사실은 인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즉 나를 본다는 것은 곧 나(생각)의 원인을 함께 보라는 혹은 분명히 인식하라는 말이 됩니다. 숨겨진 전제를 찾으라는 거죠.


참고로 내가 나를 보는 훈련은

1) 어떤 한 가지 대상을 정해놓고 1시간 정도 멍때린다.

2) 이게 지겨워질 때까지 대상만 째려본다. 

3)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면 반복적으로 이 뻘짓을 한다.

4) 이 뻘짓을 시키는 이유가 뭘까하고 백만가지쯤 이유를 찾아본다. 

5) 어차피 자신으로 가득차서는 보이지 않는다. 

6)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면 딱 하나 남는 이유가 있다. 

7) 어느 순간 묘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8) 그 느낌을 발견하면 성공.

9) 반드시 삽질과 느낌이 동반되어야 깨달을 수 있다. 

10)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돈내고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인도명상의 부작용은 알아서 해결.

프로필 이미지 [레벨:10]kilian

2019.02.16 (04:15:33)

"생각은 OEM 방식으로 의 에너지를 처리하는 것이며 좋은 일 하는 것이며 명상은 자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이다." - http://gujoron.com/xe/1063319
[레벨:5]김미욱

2019.02.16 (09:39:58)

명상 혹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그 방법에 차이를 두라고 붇다가 일찌기 가르친 바, 위빠사나는 통찰을 통한 지혜계발 수련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물을 철학적 사유를 거친 언어의 힘으로 이론화시킨 게 구조론이 아닐까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9.02.18 (09:58:47)

생각과 명상을 둘로 대비해 놓으신것 만으로 머리가 맑아집니다
[레벨:6]목양

2019.02.22 (16:22:19)

오랫동안 명상이라는 것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명상과 생각을 구분해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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