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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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20 vote 0 2019.01.20 (16:21:50)

      
    모순은 언어에 숨어 있다


    세상이 상대적이냐 절대적이냐? 이런 것은 언어의 문제다. 세상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가 상대적인 것이다. 이원론자는 세상을 선과 악, 빛과 어둠, 정신과 물질, 육체와 영혼처럼 둘로 나누어 표현하기 좋아한다. 대칭이라는 말을 쓰면 한 단어로 나타낼 수 있는데 굳이 두 단어로 번거롭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


    수학의 본질은 간략화다. 3을 1+1+1이라고 풀어서 길게 쓸 이유가 없다. 종이낭비에 시간낭비다. 많은 사람이 이원론이나 다원론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에게 역할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민초의 소박한 권력의지다. 그런데 진리는 언제라도 일원이다. 닫혀있는 사건 안에서는 하나의 에너지원에 의해 통제된다.


    이원론이라면 빛과 어둠을 각각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빛은 아폴론이 담당하고 어둠은 하데스에게 맡긴다. 에너지원이 둘이고 통제방법도 둘이다. 천국은 옥황상제가 맡고 지옥은 염라대왕이 책임진다. 이런 것이 자신에게 역할을 주고 싶은 마음을 반영하는 자기소개다. 겉보기가 이원론이면 대칭은 일원론이다. 축이 있다.


    대칭은 축의 이동 하나에 의해 전부 통제된다. 남북한을 통일하려면 휴전선을 옮겨야 한다. 호남과 영남이 힘을 합치려면 수도권과 지방화의 대결로 갈아타야 한다. 대치하고 있는 전선을 옮겨야 한다. 한국이 일본, 중국과 친하려면 백인과 황인의 대결로 전선을 갈아타야 한다. 하나를 옮기면 두 가지가 해결되므로 일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이 주접을 떨고 있지만 사실은 정의의 문제가 아닌 언어의 문제다. 정의는 평등을 논하는 것인데 부분의 평등인지 전체의 평등인지 단기적인 평등인지 장기적인 평등인지 종잡을 수 없다. 인간의 언어가 그런 것을 시시콜콜 정해두지 않기 때문이다. 기회의 평등인지 분배의 평등인지 애매하다.


    대부분 정의가 없는게 아니라 매뉴얼이 없는 거다. 여성은 여성끼리 경기하는 것이 평등한가 아니면 아니면 여성선수도 남자선수와 같이 뛰는게 평등한가? 이런 부분은 사전에 규칙을 정해야 한다. 흑인은 가난해서 교육받을 기회가 적다. 그러므로 성적이 모자라도 입학시켜 줘야 한다. 아니 그것은 백인에 대한 역차별이다.


    어느 쪽이 정답일까? 그것은 사회가 합의하기 나름이다. 미리 규칙을 정하고 규칙대로 하는게 정의다. 정의가 애매한게 아니라 규칙을 정해두지 않은 입법부와 사법부가 게으른 것이다.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서 정의를 탓하고 있다. 차가 못 가는건 운전기사가 없기 때문이지 차가 고장났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 탓이다.


    하늘은 왜 푸른가? 하늘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문제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가 자외선과 가까운 청색과 반응한다. 이는 하늘의 사정이 아니라 미세먼지의 사정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하늘은 검다. 하늘은 희다고 말해도 된다. 우주공간 어느 방향이든 망원경 배율을 높이면 흰 별이 포착된다. 태양광에 가려 검게 보인다.


    하늘은 푸르다도 맞고, 검다도 맞고, 희다도 맞다. 언어가 하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권만 하늘인지 외우주도 하늘인지 애매한 것은 그때그때 맥락이 다른 언어의 사정이다. 사실은 절대고 수학은 엄격하다. 그러나 언어는 고무줄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언어의 모순을 사실의 모순으로 착각한다. 


    창과 방패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이건 사실의 모순이 아니라 언어의 모순이다. 창은 힘센 사람이 던진다. 방패는 힘센 사람이 들지 않는다. 힘센 사람이 방패를 든다고 해서 방패가 더 단단해지겠는가? 애초에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 모순이 아니고 원래부터 질문이 불성립이다. 창과 방패의 공정한 대결은 원래 불가능하다.


    창에 핸디캡을 주든가 해야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창이 이긴다. 창에는 투창수의 에너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바둑은 흑이 유리하다. 흑이 먼저 두기 때문이다. 덤을 제하면 백이 유리해질 수 있는데 덤은 규칙을 정하기 나름이다. 많은 사람이 궤변을 구사하여 언어의 모순 뒤로 숨으려 한다. 비겁한 반철학적 행태다.


    사실을 명확하게 나타낼 수 없는 것은 인간이 언어를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수학은 그렇지 않다. 백퍼센트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학자들이 명확하게 정해두었기 때문에 언어의 혼선이 없다. 말로 헷갈리게 하지 않고 좌표로 명확하게 표현한다. 잘못된 것은 언어이지 사실이 아니다. 궤변가는 좌표 두고 일부러 말로 한다.


    정확한 사실을 표현할 언어를 가져야 한다. 구조론이다. 헷갈리는 것은 닫힌계를 정하지 않고, 에너지를 태우지 않고, 방향성을 판단하지 않고, 토대의 공유를 보지 않고, 축의 이동을 따라가지 않고, 통제가능성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무한동력의 착오는 사실의 착오가 아니라 언어의 착오다. 공자의 정명사상을 배울 일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9.01.21 (01:47:00)

"이원론이나 다원론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에게 역할을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민초의 소박한 권력의지다."

http://gujoron.com/xe/1055400

프로필 이미지 [레벨:4]챠우

2019.01.23 (02:44:43)

사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차있습니다. 구름은 몽글몽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대기중에 꽉 차있죠. 왜냐하면 구름이 없는 곳에도 습도는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름은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신기하게도 하늘에 구름이나 담배 연기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은 일정 수준의 습도를 가지는 공기를 구름이라고 명하는 것에 합의한 겁니다. 카메라에 구름이 찍히지 않냐고요? 인간이 합의한 수준으로 필름의 감도를 조정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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