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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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02 vote 0 2019.01.14 (18:46:12)

      
    사랑은 대칭이다


    인간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사랑하면 인생은 성공이고 사랑하지 못하면 인생은 실패다. 진보는 사랑이고 보수는 증오다. 그러므로 보수는 일단 실패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동물적 본능일 뿐 진짜가 아니다. 삶의 정수를 향해 깊이 다가서야 사랑이다. 내 안의 깊은 것을 온전히 토해내고 상대방의 깊은 부분으로 성큼 다가서야 사랑이다.


    남녀의 사랑이라도 서로의 깊은 부분을 건드린다. 그것은 비유다. 남녀의 사랑을 통해 진짜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사랑이라는 표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에게는 구조의 깊은 부분을 설명할 단어가 없다. 사랑이라는 말도 근래에 유행한 것이다. 진정한 것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다. 왜 사랑이 유행일까? 왜 너도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까? 


    그것은 권력의지다. 귀족은 사람을 차별하고 봉건 가부장은 사람을 억압한다. 이에 맞서는 수단은 사랑이다. 사랑은 강자의 횡포에 맞서는 약자의 대항이다. 진정한 것은 무엇일까? 새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광야에 먼저 와서 새로 씨앗을 뿌린다. 거기에 귀족의 고상함도 소용이 없고 가부장의 완고함도 소용이 없다. 그곳은 순수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건은 순수한 것이고 진행된 사건은 불순한 것이다. 기득권은 불순하며 이에 맞서는 것이 사랑이다. 일을 새로 시작하는 방법으로 기득권에 맞설 수 있다. 그래서 사랑은 순수한 것이다. 룰을 새로 정한다. 위와 아래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안다. 이런 사랑의 본질을. 그러나 말하는 사랑은 이러한 진짜와 거리가 멀다. 


    사랑한다는 것은 대상을 건드린다는 것이다. 깊숙이 침범한다는 것이다.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다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게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고상한 의미로 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잘 없다. 대개 상대방의 입장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감정상태를 강조하여 상대방을 압박하는 말로 사랑을 주장한다. 


    난 너를 사랑해 이 말은 난 이 치킨게임에서 절대 굴복하지 않을 테니 니가 항복해라는 선전포고다. 많은 경우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하고 싶다는 뜻이다. 짝사랑이다. 사랑은 연주다.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다. 손을 대야 한다. 멀리서 악기를 쳐다보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사건은 불성립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한다는 건데 무언가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진실로 말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아니고 결혼하고 난 다음에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서로 마주보고 대칭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등 뒤를 바라본다면 대칭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은 사랑에 빠졌는가? 아니다. 


    탐욕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면 곤란하다. 연주할 실력이 있어야 사랑이 된다. 사랑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리스인은 신이 되고 싶어 했다. 신을 닮고 싶어 했다. 이상주의가 그들에게 있었다. 현실에서는 신분상승이다. 더 높은 레벨로 올라서는 것이 사랑이다. 종교인들은 구원을 추구한다. 거짓이다. 우연히 구원이라는 단어를 얻어서 써먹을 뿐이다.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다가 탈출한 경험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역시 신분상승이다. 그들은 높아지기를 원한다. 높은 것은 이상이다. 이상을 품고자 한다. 이상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다. 사건을 일으킬 수 있어야 사랑이다. 인간은 단지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랑하려면 긴밀해야 한다. 그런데 긴밀하지 못하다. 붕 떠 있다. 겉돌고 있기 다반사다.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색한 연기를 하는 연극배우처럼. 톱니가 맞고 아귀가 맞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친구와는 죽이 맞아야 하고 동료와는 합이 맞아야 한다. 그냥 좋아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이제 사랑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뇌의 신호다.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뇌에서 사랑하라고 명령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아직은 사랑이 아니다.


    합을 맞추려면 서로를 필요로 해야 한다. 한곳에 몰려있는 것은 사랑하는게 아니다. 강아지들은 비좁은 개굴에 일곱 마리씩 모여있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중에 하나가 사라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마주보고 대칭을 이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잠재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상태다. 마주보고 대칭될 때 토대의 공유가 드러난다.


    거기서 축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좋아했다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토대가 움직였다는 것이다. 결혼의 토대는 가문이다. 가문을 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에 의해 가문이 깨진다. 가부장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 질서를 깨는 것이 사랑이다. 시어머니를 밀어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다.


    쉽게 만나고 쉽게 사랑한다면 사랑으로부터의 도피다. 돌아다니는 남자는 누군가를 만날 확률이 높다. 돌아다니지 않는 여자는 만날 확률이 낮다. 남자가 더 쉽게 사랑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여자가 더 진실한 사랑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남자가 선택하므로 사랑이 아니다. 여자가 판돈을 올리고 있으므로 사랑이 아니다. 


    남자는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 여자도 조건을 걸 수 있지만 조건을 걸지 않아야 한다. 남자는 창밖에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여자의 조건을 충족시키려고 기를 쓴다. 그렇게 조건을 건다면 일단 사랑은 아니다. 조건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선택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저 사람이 아닌 이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건에 휘말려야 사랑이다. 아담과 이브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건을 맞춘다면 남들의 이목을 신경쓰는 것이다. 질서에 복종한 것이다. 사건을 일으키지 못한다. 요리할 줄 모르는 요리사는 사랑이 아니며 돈 쓸 줄 모르는 부자는 사랑이 아니며 무리를 이끌지 못하는 지도자는 사랑이 아니다. 사건을 일으킬 수 있어야 사랑이다.


     사랑은 광부와 같다. 땅속에 묻힌 것을 캐낸다. 예술가는 사람들이 모르는 새로운 관점을 제출한다. 인간들 속에서 가치를 캐낸다. 땅을 파야 캘 수 있다. 땅을 파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다. 악기는 연주해야 소리가 난다. 세상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을 건드려 소리를 낸다. 혁명가들은 사랑한 사람이다. 세상을 건드려 소리를 끌어낸다.


    작가들도 사랑한 사람이다. 반응을 끌어냈다. 분노를 끌어낸 이명박은 사랑이 아니다. 증오한 사람이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끌어내야 한다. 신파를 뛰어넘는 쿨한 사랑이 진짜다. 고독한 항해에 나서 운명의 파도에 휩쓸린다면 거기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선택하지 않는, 조건을 맞추지 않는. 이야기에 압도당하는 그런 사랑이어야 진짜가 된다.


    총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며 총을 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며 총을 쏘아 맞추지 못하면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전부를 투입하여 상대방의 전부를 끌어내는 것이 사랑이다. 대칭이 아니면 사랑이 아니며 상대방을 건드리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며 건드려서 완성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에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 권력과 에너지가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연습게임이다. 세상을 건드려서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진짜다. 세상과 대칭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세태에 휩쓸리면 사랑이 아니다. 환경에 적응해버린 보수는 일단 사랑이 아니다. 세상을 향해 한 방을 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쏘아서 맞히지 못해도 사랑이 아니다. 세상의 격렬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사랑이 아니다.


    당목이 범종을 때려 소리를 끌어내듯이 사랑은 자신의 전부를 던져 세상과 부딪혀 소리를 끌어낸다. 반응을 끌어낸다. 상호작용을 성공시킨다. 그림이 완성된다. 거기에 권력이 있다. 질서가 있다. 사람을 사랑함은 본게임을 앞둔 연습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될 때 자신의 전부를 내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럴 때 세상을 사랑할 수 있다.


    ###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이다. 사람을 사랑할 때 호르몬이 나오지만 맛보기다. 토대를 공유한 채 대칭을 이루고 서로 완전하게 소통할 때 호르몬이 나오지만 이를 설명할 언어는 없다. 종교는 구원을 말하고 천국을 말하지만, 적당히 둘러대는 말이다. 삶의 기승전결이 일관되게 맞아질 때의 느낌이 진짜다. 종교를 찾는 것은 이상 때문이다. 토대의 공유다.


    인간은 이상을 찾다가 엉뚱하게 종교에 낚이는 것이며 진정한 소통을 찾다가 남녀 간의 사랑에서 그와 비슷한 느낌을 얻는다. 토대가 되는 이상을 공유할 때 진정한 소통은 일어나는 법이다. 그럴 때 인간은 전율한다. 호르몬이 쏟아진다. 에너지가 폭발한다. 발동이 걸린다. 긴밀할 때 가능하다. 진정한 만남은 그곳에 있다. 도달할 수 있는 완전성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9.01.15 (05:00:43)

"토대가 되는 이상을 공유할 때 진정한 소통은 일어나는 법이다." - http://gujoron.com/xe/105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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