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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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42 vote 0 2019.01.10 (11:51:06)


    구조론은 새로운 언어다.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게 하는 것은 문명이다. 문명은 여러 사람의 뇌가 컴퓨터처럼 네트워크를 이루어 더 높은 단위의 뇌를 조직한 것이다. 병렬형 슈퍼 컴퓨터와 같다. 그것이 사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 안에서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사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체다. 문명의 수준에 따라 사회의 격이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언어다. 언어에 의지하여 인간은 서로 소통하여 병렬형 슈퍼 컴퓨터를 이루게 된다. 만약 언어가 없다면 인간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숫자가 없다면 인간은 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인간에게 충분한 언어가 있을까? 사물을 가리키는 언어는 있는데 사건을 진술하는 언어는 없다.


    원인과 결과 정도가 사건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단어다. 사건의 세계가 방대한데 겨우 두 단어로 감당할 수는 없다. 부족민은 숫자가 없어 셈하지 못한다. 하나 둘은 있는데 셋이 없다. 만약 셋이 있다면 셋셋셋으로 9까지 곧장 진도를 나간다. 셋하나 셋둘 셋셋으로 4, 5, 6을 나타낼 수 있다. 손가락이 열 개라 열까지 간다. 


    열을 반복하면 스물이다. 백, 천, 만으로 계속 간다. 무한대로 간다. 멈추지 못한다. 그런데 부족민은 2에서 멈춘다. 2는 대칭되니 자체적으로 완성된다. 3은 필요없다. 피곤하다. 셈이라는 말이 3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3은 혁명이며 인류는 3 앞에서 꽤나 망설였던 것이다. 지혜가 축적되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을까?


    문명사회와 부족민 세계의 차이는 2와 3의 차이에 있다. 원래 인간은 하나와 둘, 곧 홀과 짝만 알았는데 어떤 계기로 3을 깨닫자 창졸간에 문명을 이루었다. 각국의 수사를 어원학적으로 규명해보면 대개 3진법이나 4진법이 곱해져서 12까지 나아갔다가 손가락 숫자에 맞추어 다시 10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건을 설명하는 언어가 원인과 결과 둘뿐이라 문명이 더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부족민이 2에서 짝지어져 그걸로 완성되어 안정감을 얻고 거기서 막혀버렸듯이 현대사회도 원인과 결과의 대칭으로 짝지어져 막혀버렸다. 여전히 3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는 대칭이고 3은 비대칭이다. 구조는 3이다.

    

    대칭에 축이 있으면 3이다. 토대의 공유다. 두 사람이 한 배를 탄다. 배는 A에 속하면서 동시에 B에 속한다. 이런 것을 알게되면 인류는 무섭게 전진한다.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버리는 것이다. 보통은 선 아니면 악, 진보 아니면 보수, 정의 아니면 불의로 대칭된 둘 중에서 선택하려 하지만 3이 되면 사건의 주최측이 된다.


    보통은 1+2는 얼마지? 하고 물으면 3이라고 대답한다. 토대의 공유를 아는 사람은 얼마로 맞춰드리면 될까요? 하고 반문한다. 더 높은 층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얻는다. 2가 짝지어져 닫혀 있는 세계라면 3은 열려 있는 세계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어들여 다른 곳에 새로운 전단을 연다. 인류는 2에 갇혔다.


    대칭에 갇혀 축을 장악하지 못했다. 에너지를 이용하지 못한다. 시소의 양 끝자리에 갇혀 있다. 가운데 축을 차지한 사람이 게임의 룰을 바꾸어 농간을 부리면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3을 차지한 자는 언제든 축을 이동시켜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린 거다. 그 세계로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사건은 에너지의 입력에서 출력까지 기승전결로 전개한다. 그 과정에 의사결정을 한다. 하나의 사건에 다섯 번의 세부적인 의사결정이 숨어 있다. 먼저 계를 이루고 다음 축과 대칭의 구조를 만들고 다음 공간에서 축을 움직이고 다음 관성력으로 시간적인 진행을 한다. 그 과정에 에너지가 소모되면 사건은 종결된다. 


    다섯 매개변수가 에너지의 입력에서 출력까지 그리고 원인에서 결과까지 진행하며 일 단위의 사건을 이룬다. 사건은 닫힌계 중심으로 시작과 종결이 있고, 머리와 꼬리가 있고, 전체와 부분이 있고, 그 사이에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 시스템 안에 바둑의 수순처럼 순서와 방향의 형태로 질서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한국인이 영어를 쉽게 익히지 못하는 이유는 영어에 방향과 순서가 숨어 있는데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뇌가 직관적으로 반응하지 않아서이다. 단어가 아닌 어순에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동서남북을 모르면 길치가 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동서남북은 그냥 감각적으로 아는 것이다. 머릿속에 지도가 한 장 그려진다.


    머리 속에 지도를 띄우지 않고 그냥 시각적으로 두드러진 표지를 기억해서 길을 찾는 사람도 있다. 보통은 동서남북 방향을 머리 속에 그려놓고 몇 번 오른쪽으로 꺾고 다음 왼쪽으로 꺾는다는 방향감각으로 길을 찾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큰 건물이나 인상적인 표지들을 카메라로 찰칵 찍듯이 뇌에 입력해 놓는다.


    밤길을 가거나 혹은 잠시 한눈을 팔아 표지를 놓치면 길을 못 찾는 사람이 있다. 영어에 방향성이 있어서 어떤 사람은 더 쉽게 영어를 배운다. 개별적으로 암기하지 않아도 뇌가 반응해서 감각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패턴을 유추하여 아는 것이다. 아기들이 언어를 학습하는 방법도 상황에 맞게 패턴을 유추하는 것이다.


    길에는 동서남북이 있어서 표지를 보지 않고 길을 찾아간다. 오른쪽과 왼쪽으로 핸들을 꺾는 순서만 기억한다.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표지판을 보지 않고 감각적으로 서울방향과 시골방향을 안다. 자연스럽게 몸이 방향을 지시해준다. 방향감각을 과신한 나머지 톨게이트를 뱅뱅 돌다가 헷갈려서 반대쪽으로 가는 수도 있다. 


    사건의 방향을 아는 사람은 쉽게 사건의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있다. 지금 사건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알면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될지 통박을 때릴 수 있다. 초반 포석과 중반 전투와 막판 끝내기에 따라 전술이 변한다. 먼저 닫힌계를 지정하고 축과 대칭과 호응의 엮임을 간파한다. 작동순서를 바로 알고 길을 찾는다.


    에너지와 물질과 공간과 시간과 정보가 순서대로 전개하는 흐름을 바둑의 수순을 읽듯이 훤하게 읽어낸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가 어떻게 맞대응 한다는 대칭의 엮임이 알아야 할 구조다. 좌표의 X축과 Y축을 이룬다. 수학을 배운 사람은 좌표만 보면 감각적으로 안다. 물론 보통사람은 좌표를 보고도 어리둥절해 한다.


    세상은 언제라도 대칭으로 이루어졌다. 대칭이 사건의 얽히고 풀리는 고리다. 우리가 아는 선악과 진보보수, 정의불의, 옳고그름, 높고낮음, 길고짧음, 밝고어두움이 모두 대칭이다. 상대적인 대칭은 알지만 이 대칭구조에서 축을 찾지 못하고 수순을 알지 못한다. 문명은 2에 막혔다. 언제나 탄생이 먼저고 죽음은 나중이다.


    죽고 난 다음에 또 환생하고 또 죽고 또 환생하면서 밑도 끝도 없으면 곤란하다. 사건은 분명히 시작과 끝이 있다. 에너지의 입력과 출력이 있다. 선으로 시작하고 악으로 끝난다. 탄생은 선하고 죽음은 악하다. 진보로 시작하고 보수로 끝난다. 밝음으로 시작하고 어둠으로 끝난다. 하루는 분명히 아침이 저녁에 앞서 있다.

 

    봄으로 시작하고 겨울로 끝난다. 얽히는 방향을 알면 풀어내는 방향도 알게 된다. 좁은 구속으로 몰아가야 할지 아니면 반대로 폭넓게 간격을 벌려야 할지 알게 된다. 나침반 보는 법을 익혀 지도를 찾는 것과 같다. 사건을 읽는 법을 익혀 삶이라는 사건을 설계대로 조직하기다. 사건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하면 망하고 방해자를 제거하면 확률적으로 얻게 된다. 재수가 없으면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이 맞으면 좋은 패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가야 한다. 확률에 지배되는 사건을 다루는 방법이 그러하다. 구조론이 새로운 언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영어 배우면서 한국어 문법 적용하면 안 된다.


    구조론의 언어를 익히려면 귀납적 사유로 세팅된 기존의 문법을 버리고 연역적 사유로 사유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연역은 방향 보고 간다. 방향을 찾으려면 뇌에 동서남북을 그려야 한다. 닫힌계를 펼치고 축과 대칭의 구조를 벌려야 한다. 그런 사전 세팅절차가 없이 그냥 표지만 보고 가겠다는 얌체생각을 버려야 한다. 


    운이 좋으면 표지만 보고 가도 길을 찾을 수 있지만 복제가 안 된다. 자기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다. 머리 속에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수 있다. 익숙한 한국어 문법은 그만 잊어버려라. 2로 짝지어 사건을 완결시키는 습관을 잊어버려라. 선과 악이면 결론이 난게 아니고 시작이다.


    이쪽은 선하고 저쪽은 악하다 하는 판단이 서면 결론 나왔네 하고 이야기를 끝내면 안 되고 토대의 공유를 찾고 다음 그 토대를 이동시켜야 한다. 진보가 옳고 보수가 그르네 하고 결론을 내리고 끝내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활로를 열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일의 길로 내닫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4]퍼스널 트레이너

2019.01.10 (13:17:49)

  그런데 머리 속에 지도를 띄우지 않고 그냥 시각적으로 두드러진 표지를 기억해서 길을 찾는 사람도 더러 있다.


→제가 그렇습니다 ㅠㅠ


그래서 타고난 길치, 도로위의 살인기계 등 온갖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7살땐가 8살때 일인데 원형 경기장의 반복되는 패턴에 속아서 출구를 찾느라 경기장을 몇바퀴나 돌았던 적도 잇습니다.


이런건 타고나는거겠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1.10 (14:00:15)

수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공식을 사용합니다.

길치는 타고나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만만한 도구는 내비게이션이지만 구조내비게이션도 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cintamani

2019.01.10 (13:26:27)

구조론의 언어를 익히려면 귀납적 사유로 세팅된 문법을 버리고 연역적 사유로 사유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연역은 방향 보고 간다. 방향을 찾으려면 뇌에 동서남북을 그려야 한다. 닫힌계를 펼치고 축과 대칭의 구조를 벌려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cintamani

2019.01.10 (20:33:10)

여전히 3의 돌파구를 찾지 몫하고 있다. => 못하고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1.11 (03:57:01)

안녕하세요 cintamani님? 철자 오류의 경우에는 쪽지로 직접 보내드리면 어떨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1.11 (04:00:52)

"보통은 1+2는 얼마지? 하고 물으면 3이라고 대답한다. 토대의 공유를 아는 사람은 얼마로 맞춰드리면 될까요? 하고 반문한다." - http://gujoron.com/xe/105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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