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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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26 vote 0 2018.12.27 (13:55:42)

     왜 바른말 하는 사람을 조심하고 삐딱한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가? 세상이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뭐든 내막을 들여다보면 속사정이 만만치가 않음을 알 수 있다. 뭔가 숨겨진 것이 한 겹 더 있다. 원인과 결과가 뒤집어지기 다반사다. 나는 원래 삐딱한 사람이다. 정치뿐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삐딱했다. 단, 냉소하거나 도피하지는 않았다.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유쾌한 낙관주의자여야 한다. 그러나 그 낙관은 충분한 의심을 거쳐서 나와야 한다. 이중의 역설이다. 낙관>의심>낙관이어야 한다. 첫 번째 낙관은 세상에 대한 사랑의 태도다. 두 번째 의심은 에너지를 획득하는 절차다. 마지막의 낙관은 에너지를 얻고 주도권을 틀어쥔 다음의 낙관이다. 순진한 어린아이의 막연한 낙관은 곤란하다.


    나는 당연한 상식을 의심했다. 그 결과가 구조론이다. 지금은 여당이 되어 입장이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내게 그런 충고를 한 사람은 쓸개 빠진 박정희 추종자들이었다. 근간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여 기어이 고래고기를 먹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국제사회를 우습게 보고 말을 안 듣는다. 


    큰형님 트럼프가 말을 안 들으니 영국도 말을 안 듣고 브렉시트에 일본도 말을 안 듣고 고래고기다. 이들은 섬이거나 섬에 가까운 나라다. 이웃나라와 그다지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빼면 국경이 없다. 국경이 적을수록 말을 안 듣는다. 변방에 치우쳐 있어도 말을 안 듣는다. 유럽의 변방인 터키와 러시아가 특히 말 안 듣는다. 


    이란은 수니파 아랍국들 사이에서 변방인 시아파라 말 안 듣는다. 제주도 사람이 육지 사람 말을 들을 리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도 싫고 자한당도 싫다. 무소속 원희룡이 먹었다. 왜인가? 밸런스 때문이다. 국경이 여러 개 있으면 일본처럼 몽니를 부릴 수 없다. 고립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이면 상관없다. 바다가 있으니 먼나라와 사귀면 된다. 


    일본인들은 가까운 한국과 틀어져도 유럽과 사귀면 된다고 여긴다. 서구인들은 다들 일본을 좋아하지. 이런 사상에 빠져 있다. 와패니즈다. 위아부라고도 한다는데 검색해보면 나온다. 일본은 섬 속에 섬이 있다. 섬나라 사람이기에 섬나라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홋카이도 애들 원래 말 안 듣는다. 일본에서도 극성인 지역이 있는 것이다.


    고래고기를 꼭 먹어야 하겠다고 설치는 애들은 홋카이도와 그 주변지역이다. 혼슈인들은 말 안듣는 북쪽 애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일본 자기도 세계의 말을 안 듣는데 홋카이도 애들이 말 듣나? 시코쿠 애들은 더 꼴통이다. 포기해야 한다. 차라리 일베를 설득하는게 낫지. 규슈 애들도 만만치 않다. 오키나와는 아주 독립할 판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예컨대 제주도 출신이면 자기네가 육지사람 말을 절대 안 듣기 때문에 마라도 사람들이 제주도 말을 당연히 안 들을거라고 지레짐작 하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를 쳐서 내부를 단속한다. 외부에 긴장을 조성하여 내부를 결속한다. 북한을 쳐서 호남을 제압하려는 박정희 수법이다. 공연히 레이저를 시비하여 긴장을 조성한다. 북한과는 전부터 긴장상태다. 


    말 절대 안 듣는 그리스인도 페르시아가 쳐들어오면 단결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사를 보면 패턴이 있다. 그리스 일부가 배반하여 페르시아 군대를 끌고 온다. 그리스가 단결하여 페르시아를 물리친다. 페르시아를 물리친 영웅은 도편추방되어 페르시아로 망명한다. 페르시아를 물리친 영웅들은 예외없이 페르시아로 망명했다. 배배 꼬인 자들이다.


    그리스가 섬과 반도로 이루어진데다 북방이 산악으로 막혀서 기질이 거칠어진 것이다. 경상도 역시 소백산맥이 등을 돌리고 있으니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라서 심사가 배배 꼬였다. 북한과 싸우려고 한다. 내부를 통제할 목적으로 외부를 때리는 것이다. 영국도 말 안 듣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와 웨일즈를 지배할 목적으로 이웃나라를 집적거린다. 


    그래서? 옳다 그르다에 집착하는 자들은 대륙국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말 안 들으면 왕따시키겠다는 거다. 그러나 해양국가들은 밸런스의 논리가 있다. 영국은 수백년 동안 대륙에 강자가 등장하는 것을 막아왔다. 스페인이 뜨면 조지고, 프랑스가 뜨면 조지고, 독일이 뜨면 조지고, 러시아가 뜨면 조진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밸런스와 주도권의 논리다. 


    옳고 그름만 따지면 러시아가 남쪽으로 진출하여 터키를 먹어도 영국이 개입할 명분이 없다. 영국이 세계의 경찰노릇을 할 이유가 없다. 비대해진 러시아를 누가 통제할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일본은 독도를 침범하여 한국을 괴롭히면 한국이 중국에 붙을텐데 어쩔거냐 하는 점을 봐야 한다. 일본도 북방도서 문제로 푸틴에게 코가 꿰어 있다.


    러시아가 북방 섬을 일본에 돌려주면 미군이 러시아 코밑에 군사기지를 세울텐데 어쩔거냐 하는 점을 푸틴이 보고 있는 것이다. 삐딱하게 봐야 이런 것이 보인다. 착한 범생이들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진리다. 이면에 숨은 에너지가 보이고 기세가 보이고 결이 보이고 밸런스가 보이고 주도권이 보인다. 이를 석가는 중도라 했고 공자는 중용이라 했다.


    중간은 아니다. 밸런스는 음악과 같다. 강도 약도 아닌 중이 아니라 강약약으로 강 하나에 약 두 개를 붙여 균형을 잡는다. 강하게 한 번 약하게 두 번 이것이 밸런스다. 천장을 뚫을 때는 힘을 모아서 강하고 짧게 그리고 큰 문턱을 넘어선 후에는 속도를 조절하며 약하고 길게 여운을 주는 것이 정답이다. 바른 행동이 아니라 주도권 잡는 행동을 해야 한다.


    바른말 하는 사람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좋지 않다. 한국은 대륙국가도 아니고 전형적인 해양국가도 아닌 반도국가다. 미국에 종속되면 괴롭고 중국에 종속되면 소멸된다. 원교근공의 원칙에 따라 멀리 있는 미국을 끌여들여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침입을 막되 어느 쪽에도 잡아먹히지 말고 적절히 균형을 지켜가는게 정답이다.  

    

    대륙국가 독일은 입장이 다르다. 국경이 여럿이라 왕따되면 이차대전처럼 동부전선과 서부전선 양쪽에서 몰매 맞는 수 있다. 조금만 실수해도 독일로 올 자원이 경쟁국가 프랑스로 몰려간다. 폴란드가 다시 일어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삐딱해야 산다. 미국이 불러도 심드렁 중국이 불러도 심드렁이다. 


    아베처럼 버선발로 뛰어가서 트럼프 푸들노릇 하면 호구가 된다. 손에 쥔 카드가 없다. 일본이 중국편이나 러시아편에 붙어 미국을 위협하기는 무리다. 옳고 그름의 논리가 아니라 에너지의 논리, 기세의 논리로 보고 타이밍의 논리로 봐야 한다. 무조건 통일이 선이라거나 북한은 독재국가이므로 무조건 안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kilian

2018.12.28 (05:00:39)

"옳고 그름의 논리가 아니라 에너지의 논리, 기세의 논리로 보고 타이밍의 논리로 봐야 한다. 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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