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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76 vote 1 2018.11.19 (16:01:26)

      
    자연은 가난하다


    인간은 근육과 지방에 비축해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가하게 옳고 그름을 논하지만 자연은 극도로 가난하다. 언제나 간당간당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들은 절박하다. 가난이 리얼리즘이다. 가난한 자는 어떤 처지나 형편이나 입장에 서 있다. 몰려 있는 것이다. 편하게 입으로 도덕적 당위를 주장하지 말고 그 대상의 환경을 살펴야 한다. 


    서 있는 처지와 형편과 입장과 상황과 포지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이 리얼리즘이다. 말로 떠드는 의견이 아니라 그가 서 있는 형편이 의사결정을 대신한다는 사상이 리얼리즘이다. 대칭원리 때문이다. 자연의 어떤 상태는 안정된 상태이며 안정된 상태는 대칭상태이고 대칭상태는 가난한 상태다. 자연은 언제나 가난하며 가난한 것이 자연스럽다. 


    조금이라도 에너지가 남으면 열로 변하여 계를 빠져 나가서 열적평형을 이룬다. 북극지방에 동결된 상태로 에너지가 조금 비축되어 있을 뿐이고 대개 세균들이 금방 분해시켜 에너지를 약탈해간다. 남아도는 에너지는 없다. 포유류가 근육과 지방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은 자연에서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다. 상대적으로 열효율이 더 낮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우면 악어도 힘을 쓰지 못하는게 냉혈동물은 추위에 근육이 굳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유류는 발달한 털로 열손실을 막는다. 대신 포유류는 열손실이 많아서 땃쥐는 24시간 내에 먹이를 먹지 못하면 심장마비로 죽는다. 심한 경우 3시간 이내에 먹이섭취를 못하면 죽는 땃쥐도 있다.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인간이 특이하다. 


    그중에도 부자들이 많은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러므로 부자는 가난한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올바르지 않은 결정을 하지? 왜 가난한 주제에 부자당에 투표하지? 가난하기 때문이다. 왜 조선인들은 일제에 맞서지 않지? 힘이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부족하므로 약간이라도 여유가 생긴다면 당장 에너지를 사용해 버린다. 


    장기적인 계획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위주로 논하려고 하지만 여기에는 훼이크가 있다. 옳고 그름의 판단에는 많은 숨은 전제가 깔려 있다. 옳다는 것은 다수의 기준으로 또 장기간의 기준으로 옳다는 것이다. 소수의 집단인데다 단기간의 결정이라면 다른 거다. 통제가능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 외국인 난민신청이 예가 된다.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도덕적 당위 이전에 상황을 통제할 역량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곧 에너지가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외국인이 선진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익이 되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에너지가 있다. 반대로 하층민이 외국인을 빌미로 선동하여 말썽을 일으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면?


    예멘 난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사실 예멘 난민을 고리로 기성질서를 타격할 의도가 있는 것이다. 난민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기성질서 타도의 의도를 제압하는 문제다. 하층민들은 아는게 없고 아는게 없으므로 서로 신뢰가 없고 신뢰가 없으므로 지도자가 없고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세력화를 하려면 반드시 외부에 타격대상이 있어야만 한다. 


    타깃이 외부에 있어야 무리가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중지란으로 대오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러므로 예멘 난민이 오기도 전에 누군가 오기만 해봐라. 때려줄테다 하는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하층민이고 그러므로 집단의 의사결정중심에서 밀려나고 그래서 기성체제에 불만이 있는 것이다.


    엘리트는 아는게 있고 따라서 신뢰가 있고 당연히 지도자가 있으므로 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면 되지만 하층민은 지도자가 없으므로 자체 의사결정을 못하고 타격대상이 외부에 있을 때만 조건부로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호시탐탐 외부의 타격대상을 찾아 노리고 있으며 마침내 먹잇감을 찾았다 싶으면 상어떼처럼 일제히 달려드는 거다.


    자연은 가난하므로 사건이 진행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결이 있어서 결대로 간다. 그 방향은 에너지 효율성의 방향이며 축과 대칭의 구조가 효율성을 낳으므로 자연은 축과 대칭의 구조를 따라가며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로 축과 대칭이 작동하는 것이며 자연은 언제나 이 방향으로 간다. 가난한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다.


    그 방향은 엔트로피 증가방향이다. 인간은 비축해둔 에너지를 사용하여 엔트로피를 무력화시키고 도덕적 당위를 주장할 수 있지만 한 번 벌어진 사건은 점차 커지기 마련이며 사건이 커지면 에너지가 고갈된다. 결국 엔트로피의 지배를 받는다. 청소년은 엔트로피의 영향권 밖에 있으므로 진보다. 청소년은 부모의 도움을 얻어 엔트로피를 면한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엔트로피에 지배된다. 에너지가 고갈된다. 지속가능성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비축해둔 에너지가 바닥난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필연 보수화된다. 어린이는 개구리나 뱀 따위 만만한 상대와 겨루지만 어른은 언제나 버거운 상대와 씨름한다. 무슨 장사를 하든 자영업자는 한계상황에 몰려 있기 마련인 거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일제히 그쪽으로 몰려들어 결국 가난해지고 만다.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을 배제하고 당장의 통제가능성에 집착한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절박한 마음이 된다. 극소수의 부자 예술가와 돈 많은 미국 연예인만 그 점에서 자유롭다. 유럽의 봉건귀족들이 그린피스 활동을 하는게 그렇다. 그들은 비축해둔 에너지가 꽤 있다.

 

    어지간한 부자라도 부려놓은 허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은 적어서 언제나 은행잔고의 추격에 쫓기게 된다. 부자 최순실도 돈에 쫓겨서 노승일 월급을 깎으려 드는 판이다. 군중도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내부적으로 대칭과 축을 도출시키기 힘들다. 축과 대칭의 도출에 비용이 든다. 훈련된 군대와 오합지졸의 교전비는 10 대 1이다.


    오합지졸도 전투경험을 쌓으면 상승부대로 바뀐다. 지도자를 선출하고 집단 내부에 축과 대칭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비축해둔 에너지가 있으므로 에너지가 빈곤한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교육받은 엘리트이므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군중을 이해하지 못한다. 엔트로피의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문제는 부자도 사건이 커지다보면 결국 간당간당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엘리트도 정치를 하면 어리석어진다. 정치는 항상 상대가 있고 상대의 맞대응에 의해 에너지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군중을 비난하다가 본인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안철수다. 안철수는 부자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새정치를 하면 된다고 여긴다.


    순진한 생각이다. 안철수를 보고 모여든 지지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군중이고 그들을 통제하는데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에너지를 아끼다 보니 그들의 폭주를 막지 못한다. 안철수가 군중을 통제하는데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한정의 에너지 투입이다. 모든 주식을 팔아 돈을 뿌리면 군중이 통제된다. 대신 주식이 폭락해서 망하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순환구조의 딜레마가 있다. 안철수가 주식을 안 팔면 지지자가 모인다. 대신 돈을 풀 때까지 군중이 개판친다. 안철수가 주식을 팔아 돈을 뿌리면 호주머니가 빈다. 안철수의 호주머니가 비었다는 정보가 폭로되면 지지자들은 한순간에 흩어진다. 그러므로 안철수가 돈을 안 풀면 지지자가 개판을 쳐서 망하고 돈을 풀면 거덜나서 망한다. 


    부잣집 도련님 안철수라도 순식간에 간당간당한 대칭상태에 놓이고 마는 것이며 왕부자 정주영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자기 나와바리 안에 안주하며 왕노릇을 하다가 정치와 같은 새로운 무대를 만나면 금방 밑천 털린다. 정치는 언제나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고 새로운 이슈는 대칭을 만들며 순식간에 가난해지고 만다.


    이상은 이슬처럼 쓰러지고 현실세계의 비정함을 맛보게 된다. 엘리트 정치가 위험한 이유는 엘리트는 모두 안철수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처럼 밑바닥에 올라왔으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엘리트이고 부자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사막을 건너온 왕자다. 그런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오직 의리로만 그런 심리적 여유상태를 조직할 수 있다. 


    내가 실패해도 동료가 성공하면 된다는 믿음이 의리다. 안철수가 만약 내가 대통령이 못되어도 문재인을 당선시키면 성공이라는 마음을 품었다면 문재인도 되고 안철수도 된다. 이 간단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정치인 한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노무현이 당선되면 그만이고 대통령 생각이 없었던 문재인이 있지만 그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는 타의에 의해 정치판에 억지로 끌려온 것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당연히 간당간당하고 에너지가 있으면 역시 순식간에 간당간당해지고 그래서 망한다. 에너지가 있든 없든 모두 대칭상태에 몰린다. 대칭으로 몰리면 외력에 의지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외부의 협조자가 없으면 반드시 교착되고 말라죽는다. 외부에 돈줄이 있는 젊은이만 진보이다.


    미국 연예인과 예술가들이 진보인 이유도 믿을만한 돈줄이 있기 때문이다. 유태계 금융자본을 끼고 있는 부자들은 돈줄이 있으므로 진보다. 한국 연예인과 작가는 가난해서 보수다. 유산상속을 위해 애를 태우고 있는 이재용은 간당간당한 상태이므로 보수다. 보수는 외부 세력을 적대하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여 잠시 흥하지만 결국은 망한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오는 법인데 외부를 적대하므로 에너지가 고갈되어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맞닥뜨리는 것이다. 진보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철이 없어서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없다. 결대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어린이의 막연한 이상주의다. 그들은 현실세계의 비정함을 모른다. 온실에서 자라서 밑바닥 세계의 엄중함을 겪어본 적이 없는 거다.


    에너지는 언제나 고갈된다. 열적평형에 의해 에너지는 순식간에 이탈한다. 그런데 포유류는 특별하다. 에너지 과소비 체제인데 버틴다. 그 중에서 인간이 더욱 특별하다. 무한대의 에너지를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 그중에서도 진보가 무개념이다. 그들은 에너지 고갈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중에서도 젊은이들이 무개념이다. 반대로 노인은 퇴행한다.


    그들은 에너지의 결대로 가지만 말라죽는다. 왜? 생물의 진화와 문명의 진보는 엔트로피와 싸워온 역사이기 때문이다. 포유류가 더 비효율적이고 그중에도 인간이 가장 비효율적이며 문명이 발달할수록 더 비효율적이다. 지게는 효율적이고 자동차는 비효율적이다. 에너지를 절약하여 지게를 쓰면 조선왕조처럼 가난해지고 만다. 낭비하면 이긴다.


    포유류가 엔트로피에 어긋나는 에너지 낭비로 이겼듯이 미국은 에너지 낭비로 이겼다. 에너지를 절약하면 살아남지만 점차 말라죽고 에너지를 낭비하면 위태롭지만 운이 좋으면 확률적으로 이긴다. 이기면 계 안에서 숫자가 줄어들고 숫자가 줄어들면 더욱 위태로워진다. 그러므로 진보는 리스크를 증대시킨다. 이 딜레마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문명의 진보는 내친 걸음이며 그 길을 가야만 한다. 왜? 이기거나 아니면 질 것이며 게임에서 패배한 자는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기지만 더 위태로워지거나 아니면 패배하여 조용히 사라지거나 중에 하나다. 조용히 사라질 자들은 떠들지 말고 닥쳐! 그러므로 이길 자만 발언권이 주어지며 이기는 자는 언제나 위태롭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8.11.19 (16:27:13)

언제나 감탄하며 읽습니다. 

[레벨:30]스마일

2018.11.19 (16:46:56)

태평성대면 안이한 생각에 나태해져서 죽고

위기상황이면 쓰고 먹을 것이 없어서 죽고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끊임없이 가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싸움만 하면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해보고 데이타를 쌓아서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이 한국에 좋으면

또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박원순처럼 발목을 잡으면 안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systema

2018.11.19 (16:50:51)

명문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1.20 (05:30:42)

"이길 자만 발언권이 주어지며 이기는 자는 언제나 위태롭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8.11.21 (08:38:01)

명문입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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