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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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540 vote 0 2017.04.26 (13:21:05)


    토론회를 보니 문재인이 참 눌변이긴 하다. 내가 대타로 뛰어주고 싶은 심정. 그러나 정치는 말 잘 하는 사람이 먹는 게임이 아니다. 말은 대학교수가 잘 한다. 말 잘 하는 대학교수가 대통령 되는걸 본 적이 없다. 눌변이라도 신뢰를 주는 사람이 있다. 보스기질과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이 토론을 썩 잘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전략은 나쁘지 않았다. 홍준표가 동성애를 거론한 것은 실수다. 전두환에게 표창받은 이야기가 실은 실수를 위장한 보수표 잡기다. 군대 내 동성애 반대 역시 실수를 위장한 중도표 잡기 성공이다. 전략은 좋았는데 말솜씨가 없어서 의사전달이 잘 안되었다.


    군은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라 성폭력이 문제다. 흔히 말하는 비누줍기 농담 말이다. 동성애를 빙자한 성추행이다. 동성애라는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옛날에는 동성애를 동성애로 인식하지 못했다. 선천적인 동성애자가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그때는 동성애를 한량들의 마초다운 행동으로 착각하는 편이었다.


    정확히는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간 섹스다. 구글에서 태껸을 검색해보면 된다. 마을 총각들이 소년을 차지하기 위해 겨루는 것이 태껸이라는 기록이 있다. 총각이란 말의 어원은 목동들의 두목 즉 청년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한다고 한다. 여성공동체도 있는데 제주도나 일본의 풍속에 흔적이 있다. 부녀회 비슷한 것이라고.


    소년을 납치해서 자는 걸로 되어 있다. 청년회도 있는데 역시 소년을 데리고 잔다. 태껸에 승리해야 소년과 잘 수 있다. 이건 잘못 기록되었을 수 있다. 태껸은 서울에서 행해졌고 동성섹스는 지방의 풍속이다. 지방에도 태껸과 유사한게 있었기에 그런 기록이 남은 것이다. 화랑도를 동성애와 결부시켜 연구하기도 한다.


    하여간 봉건시대 악습이다. 군대 내 동성애가 문제인게 아니라 동성애를 빙자한 부대내 성추행이 문제인 거다. 감옥이나 군대와 같은 특수공간에서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양성애자도 아닌데 공연히 동성 섹스를 한다. 가만 놔두면 병장들이 이등병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비누를 줍게 한다.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된다.


    군에 성추행이 만연해 있다면 누가 입대하려고 하겠는가? 고립된 공간에서는 반드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이는 본질에서 동성애와 무관하다. 군에서의 성추행은 엄격하게 제지되어야 한다. 문재인은 동성애를 빙자한 부대 내의 성추행을 뿌리뽑겠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워낙 어눌한 사람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병장과 이등병이 같이 목욕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남자끼리 있으면 원래 성추행 하는 자들이 있고 이는 동성애가 아니라 그냥 약자에 대한 폭력인데 동성애자가 유탄을 맞는다. 동성결혼 합법화도 본질을 봐야 한다. 그냥 동거해도 되는데 굳이 거창한 결혼식을 하겠다면 이는 사회의 편견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된다.


    사회의 편견을 타파하고 국민을 계몽할 의무는 진보에게 있는 것이고 대통령은 국민평균을 따라가는게 맞다. 국민이 바뀌고 국회가 바뀐 다음에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다. 동성결혼은 국회가 다루어야 한다. 대통령은 전체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진보진영만의 대통령이라면 곤란하다.


    특정 진영을 만족시키고 반대세력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킨다면 민주주의는 붕괴된다. 국회가 결정할 것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게 너무 많다. 대통령은 권력자다. 권력자가 사람의 생각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박정희가 국민교육헌장 만들었던 짓을 한다면? 괴물이 된다. 국민이 결정하고 국회가 집행한다.


    대통령은 방향을 제시한다. 이게 민주주의다. 동성결혼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문제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어 세계사를 주도하려면 선제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밀고가야지 그냥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가르쳐 주겠다’는 식이면 소아병이다. 그러다가 트럼프 당선시켜 준다.


    동성결혼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그걸 승인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주권의 문제다. 부부가 결혼하겠다는데 외부인이 ‘난 그 결혼 찬성일세’ 이러는건 구조론에서 하지 말라는 자기소개다. 결혼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며 외부인은 당연히 간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만 그 결혼을 승인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다.


    부모가 자식의 결혼을 허락한다고? 웃긴 일이다. 남의 결혼에 왜 나서지? 그런 일은 부모의 유산을 탐내는 썩은 자식이 있기 때문이다. 남의 재산을 넘보는 자가 자기 운명을 타인에게 허락맡으려 한다. 인간이 안 된 자다. 왜 남의 돈을 넘봐? 미친 거다. 결혼은 자기가 하는 것이고 돈은 자신이 벌어서 써야 마땅하다.


    왜 남에게 손을 벌려? 돌았나? 사회가 동성결혼을 승인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승인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다. 국민에게 있다. 국민 입장은 ‘니들이 나를 한 번 설득해봐 에헴!’ 이런 거다. 정리하자. 자식의 결혼에 부모가 의견을 낼 수는 없지만 그걸로 틀어져 안 만날 수 있다.


    결혼은 지들이 하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여달라고 하면 거부할 수 있다. 얼굴 안 보고 사는 거다. 선진국은 거의 이렇다. 결혼하면 한 가족이 되어 수시로 왕래한다는건 웃긴 거다. 부모가 자식 집에 드나드는건 이상한 풍속이다. 명절에도 안 간다. 일본이라면 5년에 한 번쯤 시댁에 간다고 하던데 한국도 곧 그렇게 된다.


    그게 정상이다. 결론적으로 동성결혼의 제도화는 국회통과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진보가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면 절대 설득이 안 된다. 이웃나라와 이걸로 경쟁한다고 해야 설득이 된다. 선진국으로 가는 통과의례라고 말해야 한다. 무엇인가? 항상 상부구조가 있는 것이다. 결혼은 지맘이다.


    승인은 부모마음이다. 마찬가지로 선진국 승인도 있다. 법을 정하는 것은 한국 유권자 마음이다. 그 한국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여주는가 말이다. 인종차별 하는 나라를 우리가 받아들여줘야 하나? 인도에 여행을 가면 외국인은 수드라로 분류한다고 한다. 브라만계급 출신이 당신을 수드라로 취급하면 기분 어떻겠는가?


    자식결혼은 지맘이지만 부모가 승인하고, 동성결혼은 지맘이지만 사회가 승인하고, 한국의 법률은 유권자 마음이지만 국제사회가 승인한다. 결국 일자리로 연결된다. 최종적으로는 돈이 결정한다. 그런 문제로 배타적인 나라는 돈을 벌지 못한다. 즉 동성결혼을 반대하면서 자식에게 용돈달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거다.


    마지막으로 귀족노조 타령하는 홍준표를 문재인이 그냥 놔둔 것을 보고 필자는 속이 뒤집어졌지만 어차피 유탄은 안철수가 맞을 것이므로 전략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홍준표 거짓말에 넘어갈 바보 유권자는 원래 설득이 안 된다. 홍준표가 그걸로 기세 올려서 안철수를 깨는 거다. 귀족노조 프레임이 완고해서 버겁다.


[레벨:11]큰바위

2017.04.26 (14:34:39)

결혼 뿐만 아니라, 18세가 되면 부모와 자식이 거의 완전 분리됩니다. 

네 일이니 네가 결정하라고 합니다. 


만 18세면 대학을 갈 나이고, 대학을 가든 말들 스스로 결정하고, 웬만한 가정은 부모들이 학비를 대주지 않아서 학자금 대출을 합니다. 그리고 졸업하면 본인들이 갚는 걸로 이해합니다. 


결혼 문제도 예의는 갖추지만,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들이 축복해주고, 감당해주면 땡큐지만, 안해준다고 갈라서고 칭얼대지 않습니다. 


독립적인 인간임을 인정하는 거죠. 

"안그런 가정도 많은데" 라고 말하면 욕먹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7.04.26 (21:03:49)

제 기억에 전 4~5세 부터 가족이 어색했거든요.

지금도 그렀습니다.

[레벨:2]하룬강아지2

2017.04.26 (16:01:04)

속 뒤집어지신 내용을 좀 더 듣고 싶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7.04.26 (20:49:47)

문재인의 동성애 반대로 오마이가 깠다가 댓글이 만개 이상 나왔습니다.

지금 지글 지글 끓는 민중들의 쓰나미를 저들은 전혀 모르죠.


사실 이제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그러다 죽겠죠.

[레벨:2]약간의여유

2017.04.27 (08:49:03)

오마이가 큰 건 했네요.

오마이야 논쟁이 되면 홍보되고 좋겠지요.

언론이란 모름지기 재미있고 논쟁적인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오마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 뭔가 읽을거리를 제공했다는 것에 긍지를 느낄 것 같네요.

논쟁이 있으면 댓글이 더 재미있을 테고, 그 기사를 읽지 않았는데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관심이 없었는데 이것이 관심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네요.

[레벨:2]약간의여유

2017.04.27 (08:59:05)

혹시 댓글 만 개 달린 기사가 어떤 건가요? 제가 찾아 봤는데, 잘 못 찾겠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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