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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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100 vote 1 2016.11.02 (15:59:30)

     

    최순실이 박근혜를 쏘았다.


    대구지역의 박근혜 지지율이 8.8퍼센트로 9.2퍼센트인 전국평균보다 낮다고 한다. 35퍼센트 콘크리트 지지율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박근혜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 애정을 다르게 표현할 뿐이다. 박근혜가 샌드백처럼 얻어터지는 꼴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건 그들에게 고통이다.


    진정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하야를 외쳐야 한다. 나같은 사람이야 인간이 몰락하는 끝을 보고싶어 하므로 박관천이 말한 ‘무덤에까지 가져갈 최순실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캐는데 흥미가 있으니 당장 물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가더라도 박정희 숭배가 어떤 것인지 뼈저린 교훈을 주고 가야 한다.


    대구사람은 고통 백 배다. 박근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다치는 것을 지켜보느니 그냥 사라지기를 원한다. 박근혜가 대담한 결단을 내려서 단번에 해결하고 곧 정치판이 조용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잊혀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대구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지지자를 배반한다.


    주변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과 다르다. 그는 주변이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 않는다. 그는 텅 빈 사람이며 그만큼 순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와 같다. 갓난 아기는 자존심이라는 것이 없다. 자존심은 남과 비교하는 데서 생긴다. 그는 비교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에 의해 평가되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 그는 무심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주술사는 신과 인간을 중개한다. 유심하면 주술사가 될 수 없다. 주술사는 단지 신의 말을 전달할 뿐이므로 자아가 없다. ‘나’라는 것이 아주 없다. 신에게 입을 빌려줄 뿐이다. 그러므로 욕을 먹어도 신이 욕을 먹는 것이다.


    텅 빈 존재인 그는 다만 신탁을 받아 그대로 실행할 뿐 사심이 없다. 최순실을 챙겨준 것도 그렇다. 신탁이 그렇게 내려왔기에 그렇게 행한 것 뿐이다. 퇴임 이후를 대비하여 챙겨두고 그런 것 없다. 그는 수천억원의 재단 재산을 최태민에게 강탈당하고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만치 순수한 강적이다.


    안종범은 박근혜와 최순실의 직거래를 폭로했다. 최순실이 박근혜보다 서열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일이 일어나면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곤 했다. 정윤회 때도 경찰 한 명이 죽었다. 과거 일본에 부패가 심하던 때는 국회의원 보좌관의 자살이 꼬리를 물었다. 보좌관이 자살하면 동정표로 재선되곤 했다.


    그런데 안종범은 최순실에게 충성할지언정 박근혜에게 충성하지 않았다. 최순실 역시 주군을 위해 덮어쓸 낌새가 없다. 오히려 박근혜가 최순실을 위해서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역시 뭐가 있는 것이다. 무덤에까지 가져갈 그 비밀이 궁금할 뿐. 거기서 최순실과 박근혜의 운명이 결정되어버린 것이다.


    추태는 계속된다. 대구사람의 악몽도 계속된다. 고통의 계절이다. 그들은 조금 더 고통받아야 한다.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지지자들은 최순실에게 죄다 덮어씌우고 박근혜에게 동정을 보낸다. 이번에는 다르다. 박근혜를 타격할 뿐 최순실을 타격하지 않는다. 지지자 입장을 신경쓰지 않는 배반 때문이다.


    대구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다 최순실 탓이다 하는 것보다 이게 다 박근혜 탓이라고 하는게 낫다. 그 쪽이 덜 고통스럽다. 그들은 여전히 박근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부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주군을 보호하는 사람은 아직 주군이 이용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큰 고통이 닥치면 그만큼 큰 에너지를 얻은 것이며 에너지가 크면 어떻든 그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심이다. 광복 직후에 친일파들이 애국을 외치고, 625 직후에 빨갱이 박정희들이 빨갱이 사냥에 앞장선 것이 그러하다. 그들은 에너지를 보고 움직일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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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수립 직후 국회 의석분포를 보면 친일파가 많았던 지역에서 그때까지는 반일투사였던 이승만 지지가 높았고 반대로 친일파가 적었던 지역은 친일혐의가 있는 땅부자 지역토호들이 금뺏지를 다수 달았습니다.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419 직후에도 비슷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인간은 어떻게든 에너지를 지키려고 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그것이 설사 나쁜 원인에 의한 에너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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