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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07 vote 0 2020.01.29 (10:54:54)

   
    박정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비스마르크는 정치교육을 전혀 못 받은 국민들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그 결과 정치분야에서 국민들의 수준은 이미 20년 전에 도달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 1917년, 막스 베버


    박정희는 전제정치에 환상을 가진 박빠들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전두환에서 박근혜까지 웃기고 자빠진 촌극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눈길을 처음 가는 사람은 뒤에 올 사람을 생각해서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한 개인이 꼼수와 재치를 발휘하여 용의주도하게 일을 처리하면 재앙이 일어난다. 그 후유증은 후손들이 감당하게 된다. 비스마르크 시대에 독일은 제법 잘 나갔다. 러시아와 화해하고, 프랑스를 고립시키고, 영국을 배제하여 유럽을 안정시켰다.


    독일은 언제나 외교무대의 중심이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과 달리 독일은 식민지 경쟁의 유혹을 참았다. 그때는 영국이 양아치였고 독일이 신사였다. 그러나 이후 독일은 더 참지 못하고 히틀러의 폭주와 양차 세계대전의 대재앙을 일으켰다. 


    참으니까 힘이 생기고 힘이 생기니까 그 힘을 휘두르게 된다. 빌헬름 2세는 비스마르크에게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처럼 매달렸다. ‘영국 때려주게 해줘. 러시아 발라버리게 해줘. 식민지 해먹게 해줘. 하고 말거야!’


    결국 비스마르크를 쫓아내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 그리고 망했다. 보수꼴통들은 비스마르크는 괜찮고 히틀러는 나쁘다고 말하겠지만 둘은 한몸이다. 정치를 너무 잘하면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의 반영이며 국민수준에 맞추어 가는 것이다.


    진중권처럼 혼자 독주하면 반드시 후유증이 생긴다. 비스마르크의 왼편엔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있었다. 오른편에는 전쟁광, 식민지광, 자본가들이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양쪽을 동시에 틀어쥐고 억누르며 절묘하게 교통정리를 잘했다.


    좌파를 억누르면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했고 우파를 억누르면서 자본가를 키웠다. 비스마르크가 물러나자 빌헬름 2세는 좌파와 우파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 그래! 오늘부터 자유다. 데모해라. 사회주의다. 파업해라. 그리고 전쟁도 막 하자.


    데모도 하고, 파업도 하고, 식민지도 챙기고, 전쟁도 하고 망했다. 모르는 사람은 좌우파를 동시에 억누르면서 독일의 실리를 챙긴 비스마르크를 찬양하지만 그게 못 배운 사람이라는 증거다. 역사는 어린애 장난이 아니다. 풍선을 누르면 터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가 실력으로 대결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스프링을 누르다가 갑자기 놓으면 터진다. 좌파와 우파의 억눌린 욕망이 동시에 분출한 결과로 독일은 개판이 되었다.


    용의주도하게 일처리를 잘하는 정치는 위험하다. 좋은 정치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오류를 시정하는 것이다. 좌파가 무리한 주장을 해도 그것을 해보고 시정하는게 낫다. 우파가 헛소리를 하더라도 경험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 길은 틀린 길이니까 절대 가면 안 된다는 독단적인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그 길을 가지 않으면 후손들이 가게 된다. 그리고 망한다. 잘못된 길도 가봐야 하며 아니다 싶으면 탄핵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한국인들은 왜 이명박근혜를 찍었나?


    이명박근혜 찍은 자들도 사실은 자기들이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을 안다. 알면서 그러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잘난 척하는 엘리트들 엿먹이고 싶어서고, 둘째, 띨한 그룹이 권력을 잡아보고 싶어서고 결정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보려는 것이다. 


    그들은 그 길이 옳기 때문에 투표한 것이 아니라 엘리트들에게 대립각을 세우려면 그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통제하려면 대립각을 세우고 선제공격 들어가봐야 한다. 이때 상대의 대응여하를 보고 자기들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봤더니 우리쪽의 대응은 촛불이었다. 아! 알았다. 이게 정답이었어. 하나 배웠네. 그럼 우리는 태극기로 받아치자. 이런 공식이다. 그들은 이명박근혜 찍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일베충들도 같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지?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게 뭐지? 노빠들이 가장 싫어하는 걸로 반응을 끌어내는게 목적이다. 반응을 봐야 자기 생각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기 생각이 없기 때문에. 우리쪽을 감시하다가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걸 반대하는게 전부다.


    권력은 핸들에 있다. 일단 핸들을 박아야 핸들링이 가능하다. 대립각을 세워야 핸들을 박을 수 있다. 어깃장을 놔야 한다. 진보가 가장 싫어하는 걸로 핸들을 박자. 이명박근혜를 가장 싫어하더라. 나도 이명박근혜 싫지만 일단은 이명박근혜 찍자.


    이것이 보수의 본심이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이명박근혜에 의한 반듯한 나라가 아니라 진보가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잘난 엘리트들에게 빅엿을 먹여서 대한민국을 핸들링할 수단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명박근혜는 도구였을 뿐이다.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똑똑한 전문경영인을 불러와서 위기를 수습하고 회사가 안정되면 멍청한 자기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게 재벌의 속셈이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위기에 빠지면 진보에 권력을 넘기고 안정되면 띨한 자신이 해보려고 한다.


    지렛대가 필요해서 이명박근혜를 이용한다. 광우병 촛불 때 이명박 지지율 12퍼센트는 진짜 이명박을 신뢰해서 찍은 사람이 12퍼센트라는 거다. 박근혜는 5퍼센트다. 자기 힘이 없으면 상대방 힘을 역이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지렛대가 필요하다.


    인간은 옳은 길을 갈 생각이 없다. 자기가 핸들을 잡고 싶은 것이며 그러다가 위기에 빠지면 전문가에게 핸들을 넘기고 난코스를 넘어 편한 코스가 나오면 자신이 핸들을 잡는다. 그러므로 똑똑한 좌파와 멍청한 우파의 대립은 영원히 계속된다.


    문제는 멍청한 좌파다. 그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무장하고 올바른 길을 주장하며 사고를 내고도 핸들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순수 속에 숨은 권력욕을 봐야 한다. 그들은 도덕과 양심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바로 그것이 숨은 권력욕이다.


    비스마르크 시절 독일인들이 억지로 참다가 폭발한 것처럼 억지 도덕가 행세 곤란하다. 도덕으로 권력을 사려는 자를 감시해야 한다. 반드시 사고친다. 그들은 도덕과 양심을 사고쳐도 되는 까방권으로 여긴다. 나는 도덕가니까 난폭운전 해도 돼!


    가장 좋은 코스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쪽저쪽의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말로 우기면 안 되고 경험해야 한다. 정치는 때로 고구마처럼 답답하게도 가고 때로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게도 가되 주도권을 분명히 해야 경험치가 쌓인다.


    박정희 패거리들의 독선이 그렇다. 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혁명가니까 친일파 재산 좀 털어먹어도 돼! 이런 식의 아집과 독선이 무서운 거다. 선의로 하는 나쁜 짓은 괜찮다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진보진영에도 많이 있다.


    개인의 의지나 결단이 아니라 시스템에 맡겨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밀당하며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을 거듭하여 경험치를 쌓는게 정답이다. 나만 옳다는 식의 독선이 고약하다. 이명박근혜의 틀린 길을 가봤기에 문재인의 옳은 길로 속도를 낸다.


    박정희의 가장 큰 잘못은 박빠를 만든 것이다. 박빠가 사라질 때까지 박정희는 매를 맞아야 한다. 답은 통제가능성이다. 핸들링이 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박빠든 노빠든 운전대가 뻑뻑하면 안 된다. 도덕이든 경제성장이든 핸들이 부드러워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kilian

2020.01.29 (14:54:11)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가 실력으로 대결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http://gujoron.com/xe/116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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