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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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90 vote 0 2019.09.23 (10:54:59)

    이기는 진보가 진짜다


    내가 친구에게 차를 빌려줬는데 잔뜩 망가져 돌아온다면 화가 날 것이다. 권력은 국민이 지도자에게 위임한 것이다. 국민은 자신이 빌려준 권력이 잘 사용되기 바란다. 나약한 지도자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건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얻어맞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면 상실감을 느낀다.


    초보운전자에게 방금 공장에서 뽑은 신차를 빌려준 꼴이 될 수 있다.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얻어맞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다. 국민이 노무현을 배반한 이유는 노무현이 맨날 얻어맞는 것을 지켜보기가 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을 도와 함께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승산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임기말에 그래봤자 승산이 없다고 봤기 때문에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사람은 앞날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단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며 리더가 그런 예단을 깨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감격한다. 뻔히 예상대로 움직이는 자를 경멸한다. 


    정치인더러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고 요구하고 과연 그렇게 하면 경멸한다. 내가 귀한 권력을 빌려줬는데 그 권력을 사용하지 않고 창고에 처박아 놨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라도 국민의 예단을 깨뜨려야 하며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십분 사용해야 한다. 


    원칙밖에 모르는 문어벙이 아마추어처럼 굴다가 독종을 만나 인실좆을 당해서 작살나겠지 하고 예단하다가 과연 어벙하게 굴복하면 경멸한다. 김영삼의 깜짝쇼에 탄복하고 노무현의 원칙은 비웃는다. 익숙한 패배주의 탓이다. 원칙은 언제나 패배하고 말더라는 경험칙을 믿는 거다. 


    정치인은 뭔가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예단과 패배주의를 깨뜨려야 한다. 허를 찔러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국민이 개새끼다. 국민을 탓할 수는 없고 그러한 국민을 이끌고 가나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목표를 제시하고 장벽을 하나씩 깨뜨려 보여야 한다. 계속 이겨 보일 때 국민은 지도자를 따른다. 아베를 조지고, 정은을 제압하고, 트럼프를 길들이고, 시진핑을 압박해야 한다. 총선에 이기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국민이 빌려준 보람 느끼게 권력을 휘둘러야 한다.


    매 맞고 다니는 모습 보이면 안 된다. 내가 빌려준 차를 시궁창에 처박으면 안 된다. 적들도 목숨을 걸고 벌이는 짓이다. 그 목숨을 알뜰하게 받아내야 한다. 진보진영의 문제는 승리에 관심이 없는 자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계획이 없고 목표가 없고 도무지 생각이라곤 없다. 


    그들은 임박한 총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밖에서 겉돌고 있다. 역량이 부족하고 미성숙하고 임무가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겨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지시해주는 사람과 세력이 있어야 한다.


    팁을 찔러주는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관망하며 기회를 노리지만 적극 가담하지는 않는다. 당장 어떻게 해야 가담이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눈치보다가 보수로 돌아설 선택지를 호주머니에 담고 있다. 우리도 민주화투쟁의 역사가 50년이면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동안 본 게 있고 겪은 게 있고 쌓아둔 게 있는데. 역량이 있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자기 진지를 찾아 짱돌 하나라도 던져야 한다. 내가 빌려준 권력인데 팔짱 끼고 관망하면 나만 손해다. 상호작용이다. 뛰어난 지도자가 지지자를 각성시키고 훌륭한 지지자가 뛰어난 지도자를 만든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9.23 (13:32:56)

"뛰어난 지도자가 지지자를 각성시키고 훌륭한 지지자가 뛰어난 지도자를 만든다."

http://gujoron.com/xe/112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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