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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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49 vote 0 2019.08.12 (13:32:38)

   
    한일관계 의사결정구조의 대결


    한국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특이한 나라다. 그것은 엘리트주의다. 서구의 역사가 귀족의 지배나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로 설명되는 것과 다르다. 한국은 오백 년간 엘리트가 지배해 온 특이한 나라이며 지금도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특별한 지정학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중국은 농민혁명이 여러 차례 성공했다.


    중국의 농민혁명 역시 세계사에 없는 중국만의 특징이다. 중국은 농민의 지배를 거치며 엘리트주의가 약화되었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식의 중국인다운 발상은 명나라 때부터 있었다. 사농공상의 신분제가 먹히지 않는다. 천민출신 주원장은 지식인을 탄압했고 청나라 역시 통치에 방해되는 한족 지식인을 억압했다.


    모택동이 문화혁명을 통해 보여준 반지식인 행동이 사실은 1천 년 전부터 내려온 중국의 전통이다. 일본은 교묘한 봉건주의다. 왕과 귀족과 가신과 무사와 농노 간에 역할을 나눈다. 민주주의 시대에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혁명의 본질은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


    나폴레옹 시절의 프랑스와 중앙정부의 권력이 약했던 미국 정도다. 반대편에 선 나라는 젠틀맨의 영국과 융커의 독일과 사무라이의 일본이다. 영국과 독일과 일본이 강한 이유는 이들 중간계급이 활약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젠틀맨을 점잖은 신사라고 알지만 착각이다. 젠틀맨은 당연히 귀족출신이고 부자여야만 한다.


    영국은 돈을 받고 장군을 팔았는데 크림전쟁에 깨지고 바꾸었다. 자기 돈으로 병사를 먹일 능력이 되는 젠틀맨이라야 지휘관 자격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가디건 장군이 병사들에게 가디건을 입힌 것이 그 예다. 스코틀랜드와 에이레와 웨일즈와 잉글랜드로 쪼개진 영국처럼 일본과 독일도 지방자치가 발달되었다.


    다이묘의 영지와 한자동맹으로 국경이 잘게 쪼개져 있으면 민중이 들고일어나지 못한다. 독일과 일본과 영국은 그래서 시민혁명의 경험이 없다. 지역주의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뮌헨 애들이 공산주의로 간다면 베를린 애들은 그 반대쪽으로 가는 식이다. 항상 대칭적으로 움직여서 민중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단이 없다.


    반면 중국과 프랑스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으므로 민중이 쉽게 들고일어난다. 잔다르크를 따르는 농민병이나 혁명정부의 프랑스군이 그렇다. 지역주의 없이 순식간에 전 국민의 의견이 통일된다. 그들은 신속한 기동을 위주로 하는 민중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간계급은 민중을 말리지 못한다.


    한국은 특이하다. 농민혁명이 성공한 적도 없고 중간계급이 발달한 것도 아니다. 양반이나 상놈이나 가난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5백 년간 엘리트가 득세한 나라인데 문제는 전 국민이 자기를 엘리트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산으로 막혀 곳곳에서 지리적으로 격리되었지만 의견이 순식간에 통일된다. 


    중간계급이 발달한 나라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나라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린다. 중국의 문화혁명 소동이다. 한국은 엘리트가 곧 민중이 되는 특이한 나라다. 중국이나 일본과 의사결정구조가 다르다. 중간계급의 지배를 주장하는 사람은 회의를 좋아한다.


    정의당이 그러하다. 사전에 충분한 회의와 계획과 토론으로 미리 말을 맞춰놓으려고 한다. 그사이에 정당의 전략이 다 새나간다. 일본식으로 말하면 네마와시다. 정의당은 네마와시 하다가 망한 정당이다. 정의당은 아마 앞으로 백 년 후의 일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을 자들이다. 온난화가 어떻고 하며 열심히 계획한다.


    정의당들이 노상 토론을 주장하고 위원회 따위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그들이 바로 중간계급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으로는 민중을 말하지만 민중의 에너지를 철저하게 억누른다.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나라는 글자로 된 계획보다 몸으로 때우는 경험을 중시한다. 일단 도전해 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다.


    아니다 싶으면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오류시정을 하면 된다. 문제는 중국은 덩치가 너무 커서 방향전환에 몇십 년씩 걸린다는 점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방향을 틀지 못하는 것이 문화혁명기의 중국이었다. 민중의 자발성이 문화혁명기의 온갖 혼란을 낳았다. 홍콩민중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자 시진핑 정권은 당황했다.


    현대는 의사결정속도가 빠른 나라가 이기는 시대다. 이차대전 시기 일본이 미국을 공격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미군 숫자가 17만 명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용의주도한 계획을 앞세우는 일본이 보기에 미국의 재무장에는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 10년 안에 히틀러가 유럽을 석권해주면 대응방법을 찾아내자.


    그러나 미국은 순식간에 백만대군을 만들어냈다.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낼 줄 아는 나라는 그게 순식간에 된다. 미군은 뛰어난 장교가 없었다. 그래도 이겼다. 유능한 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 일본, 영국은 유능한 장군이 없다. 귀족주의 시스템이 유능한 장군의 등장을 방해한다. 장군은 고지식해야 출세한다.


    능력있는 지휘관보다 동료와 우애가 있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충직한 장교가 요구된다. 그들은 당연히 명문가 자제인 젠틀맨이다. 크림전쟁에서 발라클라바 전투의 무모한 돌격이 그렇다. 지휘관이 잘못된 명령을 내려도 돌격한다. 패전해도 영국인들은 젠틀맨의 용맹을 보여줬다며 찬양한다. 


    정신승리에 빠지는 것이다. 이 나쁜 전통은 미군에도 전해져서 남북전쟁시기 캐티스버그에서 피켓사단의 무모한 돌격으로 재현된다. 농민출신인 히틀러는 귀족 위주의 멍청한 전쟁을 경멸했다. 그는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낸다며 농민출신 롬멜을 중용했다. 롬멜은 몇 차례 민중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전쟁을 선보였다.


    독일군이 강한 것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프로이센 귀족출신의 고지식한 융커들 덕분이다. 독일군단 하면 느껴지는 우악스러운 느낌은 융커들의 정신이지 롬멜의 잔꾀가 아니다. 민중의 자발성이라는 것은 공격 때 통할 뿐 수비 때는 먹히지 않는다. 공격은 재치있는 농민이 잘하고 수비는 고지식한 귀족이 잘한다. 


    임기응변에 능한 민중의 자발성이냐, 규율이 엄한 귀족의 충직함이냐는 조조의 위나라와 손권의 오나라에 비유할 수 있다. 황건적 농민병 출신의 청주병이 주도하는 조조의 군대는 화려한 지략으로 공격전에 능했고 오나라는 귀족들이 각자 자기영토를 지켜서 수비에 능했다. 일본군과 독일군과 영국군은 수비에 능하다.


    지금의 IT전쟁에 수비는 필요없다. 충성스런 여왕폐하의 군대 같은 낡은 개념은 필요없다. 지금은 임기응변에 능하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민중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엘리트와 민중은 등을 돌리고 서로를 비웃는다. 미국 민주당이 원칙을 지키는 엘리트라면 공화당은 민중이다.


    원래 민중은 공격에 능하고 수비에 약하다. 트럼프가 창의적인 전투로 공격하여 힐러리의 수비를 깨뜨렸다. 그런데 공수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공격하고 트럼프가 방어해야 하는데 과연 방어할 수 있을까? 민중의 자발성이란 것은 자발적으로 뭉치기도 하지만 세가 불리하면 자발적으로 도주하므로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민중의 자발성이 엘리트주의로 나타난다. 엘리트와 민중이 당연히 등을 돌리는 나라들과 다르다. 일본과 영국과 독일의 경우 언제나 엘리트가 이겼고 민중이 전면에 나서면 졌다. 일본의 2차대전 패배는 만연한 하극상 때문이며 근대화의 과도기에 해방된 농노의 벼락출세로 일어난 헛소동이다.


    그들은 다시 얌전한 봉건제도로 되돌아갔다. 하극상을 일으키던 용맹한 군인들이 사라지고 그들은 고분고분한 회사원이 되었다. 독일 역시 비스마르크의 전성시대에 융커들이 귀족다운 군율과 고지식한 행군으로 이겼지만 히틀러 집권기에 에른스트 룀을 필두로 한 나치 돌격대가 민중의 자발성을 강조하면서 헷갈렸다.


    영국의 브렉시트 역시 민중의 자발성을 포기하고 귀족주의 시대의 향수를 되살리려는 것이다. 민중의 자발성을 강조하니 흑인도 오고 아랍인도 들어와서 한꺼번에 훌리건이 되어 엉망이 되었다. 그들은 다시 절도있는 엄한 젠틀맨 시대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들은 팽창하려는 에너지를 잃고 다시 얌전해지기를 선택했다.


    승부는 누가 국민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동원하느냐 하는 동원력 승부로 결정된다. 일본의 탄탄한 중간허리냐, 한국의 특이한 민중적 엘리트주의냐다. 일본은 계획을 잘 세우고 매뉴얼을 잘 만들지만 한국은 임기응변에 강하다. 몽골의 유목민처럼 순식간에 대오를 바꾸고 전술을 바꾼다. 지휘관이 천재일 때 극대화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kilian

2019.08.12 (14:08:33)

"승부는 누가 국민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동원하느냐 하는 동원력 승부로 결정된다. 일본의 탄탄한 중간허리냐, 한국의 특이한 민중적 엘리트주의냐다. 일본은 계획을 잘 세우고 매뉴얼을 잘 만들지만 한국은 임기응변에 강하다."

http://gujoron.com/xe/111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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