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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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12 vote 0 2018.12.18 (19:15:18)

      
    인간은 의리가 있다


    의리가 없다고 썼더니 제목에 낚여서 걱정하는 분도 있는 모양이다. 있다없다 하는 술어에 현혹되지 말고 주어를 봐야 한다. 의리가 중요하다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의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데 있다. 한국인들이 특히 사기를 잘 치고 사기를 잘 당한다.


    왜 한국인들은 사기를 칠까? 한국인들이 유난히 악질일까? 아니다. 한국은 바닥이 좁다. 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하다. 원래 돈은 막 빌려주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한국처럼 연대보증인 세우고 그러면 안 된다. 원래 안 된다. 두 사람이 동업하면 거의 깨진다고 봐야 한다.


    왜 둘이 동업하면 파토날까? 원래 안 되는 거다. 말했지만 구조적인 이유로 의사결정이 안 된다. 일본만 해도 예전부터 도시가 발달해 있었다. 인구 200만이나 되는 에도에 별 놈이 다 있으니 낯선사람을 조심하는게 당연하다. 한국은 도시가 없고 자본주의 역사가 없다.


    인간은 원래 낯가림이 있다. 작은 문제로도 틀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내막을 잘 모른다는데 있다. 조선시대라 치자. 시골사람이 서울 오면 거의 백퍼센트 사기당한다. 서울역 앞에 사기꾼이 아주 진을 치고 있다. 저 빌딩 몇층까지 봤어요? 층당 만 원씩 받겠습니다.


    야바위와 소매치기와 들치기와 날치기가 노리고 있다. 누가 아버지 소판돈 훔쳐서 막차타고 무작정 상경한 촌놈인지는 3초 안에 알아낸다. 작업 들어간다. 단번에 털린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비슷하다. 서구는 수백 년 걸려 자본주의 발달로 극복해왔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편제다. 축구라면 스쿼드에 답이 있다. 멀리서 답을 찾지 말고 가까운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원래 낯가림을 하므로 의사결정을 못한다. 이 부분에서 각도만 살짝 틀어줘도 엄청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히딩크에 박항서가 해결했다.


    훈련된 군대와 훈련되지 않은 군대의 전투력은 10배다. 영국군과 미국 독립군의 교전비는 10 대 1이다. 무기는 미군이 더 우수했다. 소총의 사거리가 더 길었던 것이다. 로마군 병사와 게르만군 사병이 일대일로 붙으면 당연히 게르만이 이긴다. 덩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로마군이 투구에 닭볏을 세운 이유는 육식을 하는 게르만족보다 키가 작아서 커보이려고 한 것이다. 보리떡 먹는 로마군이 힘이나 쓰겠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덩치 큰 게르만족은 왜 훈련을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개인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고 팀플레이가 되어야 한다.


    근대전을 만든 사람은 구스타프 아돌프지만 먼저 콘스탄티노플 3중 성벽을 깨부순 메메드 2세가 공병을 만들었다. 로마군은 원래 길 닦고 다리 만드는 공병대다. 전쟁을 해도 공사판을 벌이는 식으로 한다. 전혀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태평천국군은 내분으로 자멸했다.


    왜 자기네끼리 내분으로 자멸했을까? 원래 안 되는 거다. 전쟁을 하려면 충성심, 애국심, 정신력 다 필요없고 밥을 줘야 한다. 각자 알아서 밥을 지어먹어라고 하면 조선군 밥 짓다 연기 때문에 왜군들에게 위치를 노출시켜 망한다. 시스템으로 해결하는게 근대전이다.


    원래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구조적인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의리가 없다. 의리를 지키는 사람은 엘리트다. 여기가 하버드 대 교수들 모임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의리를 잘만 지킨다. 누가 배반하겠는가? 훈련되지 않은 군대는 백퍼센트 붕괴된다.


    필자가 의리를 강조하는 것은 인간의 정신력, 도덕심, 애국심 따위가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군대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필연적으로 틀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거다. 원래 안 된다. 벤처기업이라도 상장하면 유능한 직원들은 전부 사표 쓰고 나가서 독립하려고 한다.


    당연히 배반한다. 그 점을 알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잡스와 워즈니악도 서로 배반했다. 잡스는 초기에 워즈니악을 속여서 거금 5천 달러를 삥땅쳤고 워즈니악은 나중에 이를 알고 분개하여 애플 주식을 죄다 팔아버렸다. 그거 안 팔고 버텼으면 대박인뎅. 뭐 그런 식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노무현을 배반하지 않은 사람은? 천정배? 정동영? 추미애? 정몽준? 안희정? 유시민? 천호선? 모두 배반했다. 꿋꿋하게 의리를 지킨 사람은 거의 0명에 가깝다. 노무현은 알고 있었다. 모두가 배반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종로 버리고 부산 내려갔다.


    모두가 배반하면 망한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움직일 수밖에. 다른 국회의원들은 모른다. 아마 다들 의리를 지키겠지. 나 하나쯤 배반해도 괜찮겠지. 이런 식이다. 원래 배반하는 것이 맞다. 어쩔 수 없다. 당연히 배반하므로 구조적으로 장치를 만들어 막아야 한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유태인이다. 유태인은 장치를 만들어 돈을 떼먹지 못하게 보장을 받는다. 유태인이 가는 곳마다 경제가 발전한다. 직업이 장사꾼이라서 아는 것이다. 2천 년 간 장사를 하다보면 그런 것을 알게 된다. 막연히 믿으면 안 된다. 사람이 아닌 구조문제다.


    춘원 이광수는 왜 배반했을까? 특별한 이유가 없다. 남들이 먼저 친일할 건데 1등을 빼앗길 수 없었다.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서 배반하는게 아니고 조선의 천재로 유명해져 있으니 나서는 거다. 이완용이라도 배반의 논리는 같다. 그 상황에서는 인간들이 그렇게 된다. 


    우리가 이완용을 씹는 이유는 그 인간이 특별히 나쁜 놈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은 놔두면 죄다 이완용이 되기 때문에 친일파는 조지고 또 조져서 그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정몽준 짓은 또 나온다. 알고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자본주의 역사가 잘 없다. 


    5천만이 죄다 촌놈이다. 순진하게 사람을 믿는다. 그러다보니 사기꾼 천지가 되어버렸다. 다들 돈을 떼어 먹는다. 그냥 아무나 동업하자고 하면 솔깃해서 잘 넘어간다. 백 퍼센트 망한다. 인간은 반드시 배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사기꾼 대국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사람이 배반하는게 아니고 뭐든 하다보면 일이 틀어져서 그렇게 되어 있다. 배반할 확률은 훈련되지 않은 당나라 군대가 잘 훈련된 로마군을 이길 확률과 같다. 왜 로마군은 배반하지 않을까?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판단과 도덕심과 정신력에 맡기면 안 된다.


    영국군은 대오에서 이탈하면 곤장 1200대를 때린다. 맹훈련으로 배반을 막았다. 다른 나라는? 영국이 화약원료인 아메리카의 초석을 독점했기 때문에 라인배틀을 훈련할 기회가 없었다. 무조건 영국군이 이기도록 되어 있었던 거다. 생각하라. 우리는 잘 훈련된 군대인가?


    훈련되지 않으면 백퍼센트 배반한다. 전쟁에 처음 가 본 병사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면 백 퍼센트 도망친다. 그때 어깨를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한 거다. 이건 윤리의 문제, 도덕의 문제,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고 훈련의 문제, 편제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 구조의 문제이다.


    대부분 편제가 잘못되어 있고 장교단이 부실하고 역할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공병대와 보급부대가 없거나 약하다.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다. 백퍼센트 무너진다. 일중대와 이중대가 양쪽에서 협공하자고 해놓고 실제로는 안 한다. 서로 눈치보고 있다. 그러다가 망한다.


    그게 되는 부대가 딱 하나 있었는데 그들이 세계를 정복했다. 징기스칸의 군대다. 그들은 훈련해서 되는 것이며 편제를 바꿔서 되는 것이고 사전에 깃발신호를 정해서 되는 것이고 사병을 총알받이로 희생시키지 않는 전쟁을 만들어 된 것이지 용맹으로 된게 아니다.


    사기 좀 치지마라고 외친다고 되는게 아니고 이게 수백 년 걸려온 자본주의 발달사에 의해 누적된 경험으로 되더라는 본질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간은 호르몬과 무의식에 지배되는 동물이며 낯가림을 하는 존재다. 인간은 쉽게 흔들린다. 맹훈련으로만 겨우 극복된다.


    필자가 의리를 강조하는 것은 곧 편제를 강조하는 것이며 장교가 없으면 군대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며 밖에서 뜬구름 잡지 말고 주어진 자원 안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바꿔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배반한다는 본질을 알아야 신뢰하게 할 수 있다.


    축구든 야구든 그라운드 안에 답이 있다. 약속 플레이는 미리 연습해야 된다. 박항서 감독이 말로 야 잘해봐 한다고 잘하겠는가?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해둬야 한다.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말로 인종차별 하지마라고 한다고 차별을 안 하겠는가?


    다른 피부색의 사람과 함께 살아보고 상대의 눈을 보고 표정을 읽는 훈련을 해야 한다. 중국은 625때 미군포로를 세뇌하여 중국에 협력하게 만들었다. 미군은 다들 조국을 배반했다. 미국인에게는 원래 배반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원래 다 그런 것이다.


    배반하도록 만들기는 쉽다. 며칠전 신문에 나왔지만 간단한 기술이다. 일본군은 미군을 겁쟁이라 믿었지만 카미카제식 돌격을 먼저 감행한 것은 미군이다. 미드웨이에서 일본군은 110명의 조종사를 잃었지만 미군은 208명이 죽었다. 뇌격기의 묻지마 돌격으로 죽었다.


    겁쟁이를 영웅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다. 시스템이 받쳐주어야 한다. 의사결정의 난맥상을 만들면 백퍼센트 겁쟁이가 된다. 반면 베테랑이 옆에서 어깨를 붙잡아주면 용맹해진다. 역시 간단한 기술이다. 히딩크와 박항서는 해냈다. 구스타프 아돌프와 징기스칸이 해냈다.


    분열이 주특기인 몽골을 단결의 몽골로 바꿨다. 흉노 선우 묵특의 기술이다. 병사를 한 방향을 바라보게 하고 일제히 움직이면 모두 의리를 지킨다. 정으로 흩어진 것을 동으로 묶어낸다. 방향제시가 안 되므로 배반한다. 당연히 배반하듯이 쉽게 묶어낼 수도 있는 거다.


    구조를 바꾸고 편제를 바꾸면 되는데 정신력 강조로는 안 된다. 벽을 등지게 하면 누구나 용감해지고 등 뒤가 불안하면 누구나 도망친다. 누구 한 명이 도망치면 일제히 움직여서 내가 떠밀려서 압사당할 것이므로 미리 도망친다. 배수진을 쳐야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


    그래도 끝끝내 오해하고야 말겠다는 분을 위해 한마디 덧붙인다면, 예컨대 김흥국이 체육부장관이 되었다 치자. 의리의 김흥국이니까 의리있게 잘하겠지? 천만에. 역량이 안 되면 배반할 수밖에 없다. 설사 김흥국에게 신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잘 안 된다. 


    주변에서 틀기 때문에 안 된다. 세력이 받쳐줘야 되는데 김흥국에게 세력이 없다. 물론 김흥국이 조그맣게 구멍가게를 하면 잘 해낸다. 필자의 글을 오해하는 분은 아마 자기를 개입시키기 때문일 거다. 뭐? 나도 배반한다고? 이렇게 된다. 당신도 중책 맡으면 배반한다.


   다행히 당신은 체육부 장관이 아니다. 국회의원 300명은 배반했지만 당신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당신은 배반하지 않는다. 역량이 없는 사람을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 두고 도구를 주지 않으면 반드시 배반한다. 한의사도 CT촬영 하게 하면 좀 한다. 도구가 있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8]kilian

2018.12.19 (04:28:59)

"역량이 없는 사람을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 두고 도구를 주지 않으면 반드시 배반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cintamani

2018.12.19 (09:45:36)

도구가 있어야 한다. => 구조론!!!

[레벨:5]펄잼

2018.12.19 (12:03:54)

천국도 있다고 믿을게요ㅋㅋㅋ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레벨:7]風骨

2018.12.19 (14:56:40)

인간이 의리를 갖추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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