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야기

젊은 여성을 일컫는 '계집'을 학계에서는 대략 세가지 정도의 설로 보고 있다.

1. 계시다설 : 고어 '겨시다'에 '집'을 더하여 '집에 겨시다'를 영어식으로 어순을 뒤집어 말했다는 설

2 저집설 : 이집, 저집, 그집의 집을 가리키는 말로 저집이 겨집, 계집으로 변했다는 설.

3. 갓집설 : 여성을 일컫는 각시, 가시내의 어근 갓에 집이 더해져서 생겨난 말이라는 설.

위 셋은 다 계집의 '집'을 집(home)으로 보고 있다.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여성은 '집이나 지키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도대체 집과 여성이 관련될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러한 편견은 조선중기 이후 여성차별주의적인 발상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의 추정에 의하면 계집은 wife다. W는 원래 G였다. 이 어근의 뿌리를 추적하면 go를 만날 수 있다. 그 이전에 way와 wave를 만나게 된다. way와 wave 역시 W는 G였다. 이 말들에는 공통적으로 움직인다는 뜻이 있다.

우리말 '움직인다'는 원래 '꿈쩍인다'에서 왔다. 이 역시 G에서 W로의 변화에 해당한다.

꿈쩍>움직
꾸물>오물
꿈틀>움틀

G가 W로 변하는 것은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움직인다는 뜻의 go에서 움직이는 길way, 움직이는 파도wave로 변한 것이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사실은 go의 원래 의미는 간다는 뜻이 아니라 움직인다gesture는 뜻이라는 점이다.

wife와 가까운 말은 veil이다. 즉 wife는 얼굴을 가리는 발veil을 쓴 사람이라는 뜻이다. 발(베)을 짜려면 베틀의 북을 움직여야 한다. 역기서 베틀, 베, 북, 발 모두 어원이 같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 단어들에는 간다, 움직인다, 보낸다는 뜻이 있다. 베틀을 움직여서 베를 짜는 것이며, 그 베가 햇볕을 가리는 발veil이고, 발을 쓴 곧 베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계집인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되는 단어가 옷을 깁는다. 헤진 옷을 실로 기운다에서 '깁'이다. 계집의 집은 깁과 같다. 깁는다는 것은 역시 움직인다gesture는 뜻에 기원을 두고 있다.

참고로 이 단어들에 숨은 움직인다>보낸다는 뜻으로는 way의 어근이 되는 via, voyage, vehicle, 컨베이어벨트의 con(꿰어)+vey(보냄) 등이 있다.

특히 위에 예시한 기존 학계의 통설 중 첫 번째 (겨시다+집)의 어근 '겻'은 원래 go의 변형으로 '간다(온다)'는 뜻이 있다. 이 계통으로는 guest(손님) 있다. 가다와 오다는 공통적으로 움직인다gesture는 뜻에서 갈라졌다.

이 모든 단어들의 공통적인 조상은 이르다(움직이다)이다. 이르다는 턱짓으로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이며 오다는 턱을 잡아당겨서 가까이 이르다를 나타내고 가다는 오다의 반대동작으로 성립한다.

결론적으로 계집은 직접적으로는 여성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의미하며, 베일을 쓴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간접적으로는 보낸다는 뜻이 있으므로 시집 보내진 사람 또는, 보내온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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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추가


비단을 명주 또는 깁이라고 하는데

깁은 거칠게 짠 명주입니다.


명주는 그냥 무늬없는 비단, 비단은 명주를 광채가 나게 만든 것. 깁은 거칠게 짠 비단.

바느질을 깁이라고도 합니다. 


비단으로 짠 베일이 깁>wife로 변함과 동시에 계집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단 베일을 쓴 사람, 시집 온 사람, 여자라는 뜻으로 변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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