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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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102 vote 0 2013.03.03 (21:33:07)

유명한 금강경 사구게입니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이 말이 워낙 유명하니까

뭔가 대단한 뜻이 있을듯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우리가 초딩도 아니고 말이지요.

 

이 글귀에서 임팩트를 주는 대목은

확신에 찬듯한 마지막의 '즉견여래'

 

여기서 많이 낚였을듯.

 

그러나 이 네 글자에 무슨 대단한 뜻이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문장을 끝내려고 얼버무린 말일 뿐

 

범소유상 개시허망에서 본론은 끝났고 뒷부분은 사족이오.

지하철 시인들이 늘 쓰는 잘못된 수작.

 

뒤에 사족으로 붙는 해설도우미라니. 빌어먹을!

 

중요한건 '개시허망' '즉견여래'가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

부정과 긍정의 대칭이 주는 묘한 시적 긴장감.

 

답이 의미가 아닌 관계에 있다는건

이 사이트에 들락거린 분이라면 다 아실 터.

 

아는 척 하실 분이라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에 나오는 18자의 한자를 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범이니, 상이니, 허망이니, 제상이니, 비상이니, 여래니 다 개떡같은 소리지 않습니까?

이런 단어에 붙잡힌다면 초딩이죠.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뜻이라는건 원래 없는 겁니다.

뜻에서 뜻을 찾으면 찾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신

둘째는 나

사이의 믿음

그리고 ?


[레벨:15]오세

2013.03.03 (23: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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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에너지의 근원이고 믿음은 에너지의 낙차가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오. 인간은 신이라는 강에 믿음이라는 댐을 세워 거기에서 얻은 에너지로 낳소. 무엇을? 문명을 역사를 진보를 집단지성을 구축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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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10:17)

신=인간으로 되려면

인간이 위로 올라가야 되겠소 아니면 신이 아래로 내려와야 하겠소?

[레벨:15]오세

2013.03.04 (00:26:11)

전송됨 : 트위터
관객이 감독과 대등해지는 방법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 수 밖에. 감독이 제작자랑 맞먹으려면 직접 투자를 유치해보는 수 밖에. 인간이 신과 대등해지려면 우선 신이 준 시나리오는 그냥 읽고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고 직접 쓴 시나리오를 들고 한 편의 인생을 연출할 수준은 되어야하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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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29:23)

중요한건 대등해지는게 아니라

세상이 그러한 원리로 작동하느냐입니다.

 

인간이 신과 대등해져서 뭐하겠소?

만약 인간이 약간 똑똑해진다면 지구를 다 파먹고 아주 결딴을 낼 거.

 

인간이 더 위대해진다든가 하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소.

문제는 관객이 없으면 신이 초라해진다는 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3.03 (23:57:44)

모든 것이 다 부서졌을 때 비로소 바로보게 된다.
관계가 드러난다.
그 관계를 보면 사랑이다. 자비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관계에 갇혀 있는 것. 슬픔이자 스스로 설득되는 것. 큰 슬픔이 오히려 자비로 환원되는 것. 개시허망 즉견여래.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3.04 (00:10:00)

어쩌면 열반이란 관계를 벗어나는 것인지도...
신과 나와의 관계 나와 세상과의 관계 나와 가족과의 관계 나와 모든 유생물들과의 관계
관계에서의 해탈 관계를 완전히 벗어난 열반... 이런 생각이 문득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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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11:49)

신이 영화라면 인간은 관객이오.

관객이 없는 영화는 죽소.

영화가 없는 관객도 죽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3.04 (00:22:11)

우리는 관계망에 있지만 그 관계망에 있다는 것을 보되 그 관계에 갇히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의든 타의든 관계속에 갇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흠... 결국 자기얘기가 되버리나요.ㅋㅋ
영화와 관객의 관계망과 영화안으로 들어가는 관객의 관계속 진입.
이리 살펴보니 어떤 포지션의 차이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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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31:23)

인간은 신을 알 수 없다.. 뭐 이런 말을 하며 즐거워 하는 사람이 많은데

신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슬픈건 신이나 개똥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사실 아닐까요?

신이 개똥보다 낫다거나 개똥이 신보다 낫다거나 둘이 똑같다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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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35:55)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무도 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걸 말하려는 것이었소.

 

범소유상 개시허망

여기서 이미 신은 죽었소.

 

신이 이미 죽었는데 즉견여래가 다 뭐람?

관객없는 영화의 죽음, 영화없는 관객의 죽음 둘은 동일한 포즈이오.

 

신도 제로, 인간도 제로

둘 다 지워진 상태, 완전히 표백된 지점.

 

거기서 신과 인간의 대화는 서로를 만들어 가는 것이오.

그것만이 의미일 뿐 그 이전의 전제는 모두 지워지고 말았소.

 

그리고 이러한 원리는

신이 있든 없든 무신론이든 유신론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되오.

[레벨:15]오세

2013.03.04 (00: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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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건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기억상실로 만들어 첨부터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나가게 하는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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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41:03)

인간이 신을 이해한 만큼

신은 신 그 자체로 완성되는 것이오.

 

이는 소설이든 시든 만화든 영화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낳음의 원리이오.

 

 

[레벨:15]오세

2013.03.04 (00:43:46)

전송됨 : 트위터
답은 완전성이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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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47:02)

완전성이 상호작용에 있다는걸 이야기하는 것이오.

 

범소유상이 개시허망할 뿐 아니라

범소유상이 개시허망하다고 말하는 것도 허망하오.

 

허망하지 않은 것은 상호작용 뿐이며

상호작용은 손뼉이 마주치는 그 한순간에 성립할 뿐이오.

 

여래를 보는건 없소.

여래와의 하이파이브가 있을 뿐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3.04 (00:57:53)

여래와의 하이 파이브.....^^...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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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4 (00:47:53)

즉견여래

 

내가 여래를 볼 때

여래도 동시에 나를 보지 않으면 그 역시 개시좋망.

 

중요한 것은 내가 여래를 보았느냐 보지 않았느냐 혹은

신이 있느냐 없느냐, 인간이 신을 알 수 있느냐 없느냐의 부질없는 논란을 떠나

 

세상이 그러한 완전성의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이오.

의미라는 것은 원래 그 순간의 손뼉의 마주침이오.

 

내가 손을 내밀 때 상대방도 손을 내밀어야 악수가 되오.

그러나 보통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대략

 

그 상대방이 없이 혼자서

손을 내밀었는데 악수실패, 허망해, 허망해, 허망해.. 무한반복.

 

혼자서 거울보고

악수하려니 실패하는건 당연하지.

[레벨:11]큰바위

2013.03.04 (12:29:46)

완전해지려는 노력이 아니고,

그냥 만나면 완전해 지는 거로군요.

이미 감응이 되었고,

소통이 되었고,

상호작용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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