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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432 vote 0 2019.04.12 (16:07:28)

넷플릭스 미드가 죄다 망작이지만 

캐나다 드라마 트레일러 파크 보이즈는 상당히 구조론적이다.


시즌 7까지 화질이 구리지만 

구조론적인 접근이 어떤 것인지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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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 멀쩡한 떡대인데 항상 술잔을 손에 들고 있다. 일종의 해결사다.

버블스 .. 거대한 돋보기를 쓰고 지적 장애인처럼 어색하게 동작하는데 마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카트를 훔쳐 파는 등의 잔머리로 찌질하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리키 .. 주인공 격인데 얼굴도 멀쩡하고 말은 잘하지만 멍청한데다 성질이 더럽고 사고뭉치에다 찌질하며 항상 사고를 치고 줄리앙에게 도움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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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히.. 트레일러 파크 관리인.. 찌질한 술꾼. 전직경찰 출신인데 경찰의 위엄을 회복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랜디.. 래히의 조수. 항상 웃통을 벗고 다닌다. 래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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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어수룩한 주인공들의 똘마니들


2001년부터 2018년 종방될때까지 

19년 동안 주인공들은 항상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시즌이 끝날때마다 줄리앙과 리키는 사고를 쳐서 감옥에 간다.

앞부분만 봤는데 시즌이 계속될수록 내용이 시시해지지만 


선이 굵은 캐릭터 위주의 구조론적인 드라마라는게 강점.

선이 굵다는 것은 만화같다는 말이며 만화를 그려도 이런 식으로 그려야 한다는 이야기.


선이 굵다는 것은 서로 연동된다는 말인데

19년째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거나 19년째 웃통을 벗고 다닌다거나


19년 동안 계속 왼손에 술잔을 들고 있다거나 

주인공들의 자동차를 향해 병을 던지는 동네 꼬마들이나 


이런 변함없는 요소들이 선이 굵다는 것이다.

조석의 만화 마음의 소리에서 형 조준이 속옷바람으로 다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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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도 15년째 속옷바람으로 버티고 있다.


내용이 잼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식으로 구조를 짜면 

아이디어를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말씀.


주인공들은 자기들의 캐릭터에 갇혀 있으므로 닫힌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트레일러 파크라는 제한이 스트레스를 가하여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며


이러한 방향성이 필연적인 주인공들의 

충돌과 모순을 야기함과 동시에 해법을 제시한다는 것.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 조절이 중요하다.

리키가 보케라면 줄리앙이 츳코미를 맡는다.


리키가 사고를 치면 줄리앙이 수습하는 패턴이다.

그런데 둘 다 사고를 치면 버블스가 츳코미로 역할이 바뀐다.


리키 줄리앙 버블스 3인방이 합동으로 사고를 치면 

파크 관리인 래히와 조수 랜디가 츳코미 역할이 된다.


이들 오인방이 모조리 사고를 치면 경찰이 츳코미가 된다.

혹은 리키의 애인이나 동네사람들이 츳코미가 된다.


정밀한 사고 돌려막기 디자인으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큐멘타리를 가장해서 시시콜콜한 부분에서 상당히 사실적이다.


물론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처럼 변질되고 만다.

드라마는 거짓이므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


특히 마피아 영화라면 사정없이 죽이는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마피아 영화가 인기있는 이유는 마피아들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때문이다.


마피아는 사람을 죽이는 마이너스 법으로 쉽게 해결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쉽게 해결될까?


영화 대부에서처럼 말대가리를 잘라서 협박하려고 해도 

말대가리를 어떻게 잘라? 잘 안 잘라진다.


이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점을 거꾸로 부각하는게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이다.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만 핏자국을 닦는 것은 어렵다든가 하는 식이다.


트레일러 파크 보이즈들은 거꾸로 이런 잘 안 되는 점을 과장한다.

범죄를 저지르기도 전에 걸려서 자빠지고 엉덩방이 찧고 미끄러진다. 


현실은 영화처럼 멋있지 않다는 것을 역으로 더욱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범죄는 항상 실패하지만 캐나다 경찰은 더 어수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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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도 있다. 

파크탈출 유럽여행편 미국여행편도 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4.13 (02:48:19)

최근에 만화판이 첫 화면에 보여서 애니메이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실사판이 먼저 있었네요...

제가 본 드라마 중에는(이미 대부분 보셨겠지만)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가 구조론이 말하는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 동기 그리고 관계 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1) 현재의 결정과 행동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어떤 상황에 연결되어있다. 따라서 언젠가는 내 행동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2) 현재의 게임에 이겨야 다음 판에 남아있을 수 있는 상황과 그 상황 때문에 발생하는 극한(막장) 상황들... 

3) 윤리 도덕 보다는 그 일의 완성도와 주도권에 집착하는 주인공 및 등장 인물들

4) 인간은 자기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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