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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챠우
read 1789 vote 1 2019.08.02 (19:00:49)

구조론을 함수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구조론의 진정한 가치는 어떤 방법론 보다는 관점의 제시라는데 있다. 인간은 한번 규정한 사건의 구성요소명을 잘 바꾸질 못한다. 가령 토마토를 평생 먹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토마토를 수류탄으로 사용하는 축제의 모습은 충격이 된다. 토마토의 의미는 식사라는 맥락에서 형성된 상대적인 의미인데, 맥락이 투척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맥락을 상실한 언어는 의미가 없다. 비슷한 사례로 랍스터가 있다. 인간은 원래 랍스터를 먹지 않았다. 음식으로 보질 않은 것이다.


우리는 언어의 의미가 토마토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토마토의 진짜 의미는 축제라는 맥락에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이러한 맥락 재구성을 거부한다. 이른바 선입견이다. 뇌는 언제나 효율에 의해 사용되며, 뇌효율의 기준은 그가 소속된 인간 집단이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즉,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사회로부터 연역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간의 에너지 체계는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인간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이 된다. 환경에 대하여 인간 사회의 효율을 조직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에 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사회가 몸담은 시스템이 변화하는 상황이 되면, 즉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이러한 인식 체계로는 변화한 상황을 해석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시스템 변화를 인간은 인지할 수 있는가?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그는 보편적인 모델인 연역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는 구조론이 묘사한다. 구조론의 연역은 알려진 연역법과도, 수학적 귀납법과도, 가설연역법과도 다르다. 컴퓨터라면 튜링머신이다. 튜링머신이라고 하면 왠지 기계가 생각나지만, 튜링머신은 본래 세상을 해석하는 모델에 대한 철학적 컨셉이다. 


20세기 초 인간이 묘사할 수 있었던 최고의 사고체계는 튜링머신이었다. 그러므로 현대의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언어는 모두 튜링을 근간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주목해야할 것은 튜링머신 이후에 등장한 게임이론이다. 게임이론의 등장배경에는 당사자인 폰노이만과 언어게임을 말한 비트겐슈타인이 있었다. 그들은 1차원적인 튜링머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였다. 다만 그들의 개념은 인간에게 너무 난해했고, 또 둘은 너무 빨리 죽었다.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대가 끊어졌다. 그래서 현대의 컴퓨터는 튜링머신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폰노이만과 비트겐슈타인을 대하던 사람들은 좌절했다. 잘나가던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에 개무시 당했고, 폰노이만에 질문하던 나름천재들은 자신이 바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그런데 덜컥 죽어버렸다. 그 바람에 인류는 깨달음의 코앞까지 갔다가 주저앉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바보가 아니라면 궁금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들이 i9프로세서를 돌려서 천재일까,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었을까?" 정답은 그들의 관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평범하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사회에 반쯤 걸쳐진 아웃사이더였다. 단지 이것 뿐이다.


가령 사람들이 도구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자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한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사람을 관찰했다. 평범한 우리는 무심결에 대중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안도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손자를 보면 뿌듯해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대중의 일부가 되어 대중의 맥락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스템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시스템 그 이상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리더는 다르다. 어머니가 강한 이유가 있다. 자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에겐 생소할 수도 있지만, 쿠팡은 원래 소셜커머스라는 쿠폰 판매업체였다. 하지만 쿠팡은 슬쩍 전략을 바꾸어 온라인커머스가 되었다. 옥션도 마찬가지다. 옥션의 출발은 이름그대로 경매사이트였다. 그런데 지금도 그들은 쿠폰판매와 경매를 하는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그들이 온라인장터로 변모한 이후에도 여전히 초기의 개념으로 그것을 바라본다. 그들은 맥락을 바꾸지 못한 것이며,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소비자의 시선을 버리지 못했다. 


옥션과 쿠팡이 시장에서 하는 역할을 보고 그들을 판단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들의 시장 진입 초기 슬로건을 보고 판단한다. 당연히 틀린다. 이름에 속았다. 우리는 주변에서 의사같지 않은 의사,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을 봐왔다.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그러할 것이라는 우리의 착각은 박근혜를 보면서 산산히 깨졌다. 간판은 대통령인데, 알고보니 그의 목적은 한국에 있지 않았다. 정통성이 국민과 국가와 역사와 인류에 없었다. 


우리가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공무원을 비판하고 처벌하는 이유는 그들의 동기가 국가에서 연역하지 않기 때문이지 단순히 "죄"를 지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이름만 공무원이지 실제로는 기생충이다. 공생하지 않고 기주를 죽인다. 불륜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깥에서 섹스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 시스템이 만든 소득의 상당수를 외부로 빼돌리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청년은 외도의 본질이 섹스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본질은 이중 시스템의 문제다. 


자신이 천재라고 믿는 구조론자에게 나는 말한다. 구조론을 학습하기 이전에 먼저 관점을 획득하라. 구조론을 귀납하지 말고 그것을 연역하라. 학교에서 전공과목 공부하듯이 하지 말라. 어차피 당신은 써먹지도 못한다. 물론 책을 보는게 아예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선순위가 바뀌면 안 된다.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언제나 관점이다. 다른 인간을 관찰하는 그 인간을 관찰하라. 시스템에 속하지 말고 초월하라.


사건의 계가 잘 파악되지 않는가? 계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론의 백만 가지 방법론을 말해줘봤자 어차피 당신은 알아듣지 못한다. 왜? 당신이 여전히 대중 속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건을 해석함에 있어, 당신이 여전히 과거 사건에 붙어있는 이름으로 계를 파악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이름을 획득하고 또 그 의미를 버려야 사건의 계는 파악된다. 그리고 우리는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외부에 대하여 내부를 예측할 뿐이다. 이름 이전에 포지션이, 포지션 이전에 계가 있다. 


수학자는 확률이 자명하다고 하지만, 일반인은 확률이 불확실하다고 한다. 둘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외부에서 내부를 보느냐, 내부에서 자신을 보느냐의 차이다. 모든 통계는 모집단을 가지며, 그것은 곧 계다.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면 전문가는 일단 모집단의 범위부터 규정하려고 하지만 배린이인 당신은 흥분부터 한다. 전문가는 흥분한 사람들의 범위를 파악한다. 여기에 시간이 소요된다. 정보전달 속도 때문이다. 그리고 계가 확정되면 전문가의 예측은 시작된다. 관점은 함수의 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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