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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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기준님하
read 5079 vote 0 2009.07.24 (22:34:30)


1. 불변하는 진리
인간이 가진 관점을 연역해서 풀어내려면 그 관점이 위치하는 매트릭스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수학에서 좌표의 0점과 같은 지점을 정의하고 거기서 매트릭스를 연역해 나와야 한다.  구조체를 만들고 나아가 시간과 연동하는 과정으로 조립하는 단계는 언제나 그 다음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최초에는 어떤 강렬한 느낌에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그렸을 것이다. 그 이미지가 위치 할 공간을 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없이는 아무리 구조론 흉내를 내려고 해도 헛수고다. 균형이론, 정과 반, 5가지 방법으로 과정을 하나로 꿰어보려는 시도는 그럴 듯 하나 시원하게 풀이되지가 않는다. 

내가 지난 몇개의 글로 그 방법을 설명했으나 당신들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예를 들어서 다시 설명해주겠다. 


2. 프랑스 자동차 업계와 명품업계

프랑스 자동차 업계에 알려진 메이커로 르노, 푸조가 있다. 이 회사들은 7, 80년대 프랑스 산업의 골치거리였다. 왜인가. 차가 잘 안팔려서다. 르노의 고급모델은 프랑스 고위 공무원과 르노 중역들만 타고 다닌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대다수 프랑스 국민들의 인식이 그랬다. 그 자동차로 바로 이웃나라 독일 자동차와 경쟁이 되냐고 빈정거렸다. 성능은 독일에 뒤지고 품질과 가격은 일본에 뒤지는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프랑스인들에게도 글로벌 경쟁은 매우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르노와 푸조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 도전한다. 

르노는 90년대 초 일본이 거품이 빠지면서 휘청 할 때 과감하게 일본차 메이커 닛산을 인수한다. 그리고 르노차를 파는 르노가 아니라 닛산차를 파는 르노로 탈바꿈한다. 결과는 성공이다. 르노는 닛산을 인수한지 5년만에 흑자로 만들고 나아가서 IMF때 이건희가 삽질해놓은 삼성자동차를 인수했다. 르노삼성에서 나오는 차도 닛산차다. 

푸조는 좀 다른 전략을 썼다. 푸조차를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차는 성능이 좀 구리다. 엔진소음도 차분하지 않고 싸구려 느낌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토크나 가속이 좋은것도 아니다. 

푸조가 새롭게 만든 차들은 모양이 특이하다. 크기는 모닝보다 크고 i-30만한 것이 컨버터블로 뚜껑도 따진다. 기본의 차량분류에 맞지 않는다. 새로운 포지션이다. 니치시장을 공략했다. 

그걸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더니 프랑스 내수경쟁할때보다 의외로 더 잘 팔린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푸조는 3천만원대에서 독특한 수입차 뽐내는 용도로 제법 팔린다. 이렇게 성능과 품질에서 떨어지지만 독특한 포지션을 정해서 이익을 보앗다. 우리나라는 기아자동차가 요즘 비슷한 전략을 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르노나 푸조 모두 독일자동차 회사의 관점에서 성능으로 독일차와 경쟁한게 아니고 일본자동차 회사의 관점에서 품질과 가격으로 일본차와 경쟁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르노 푸조 모두 프랑스 내수시장을 공략해 들어온 독일차, 일본차의 매트릭스에서 경쟁하지 않았다. 각자 새로운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관계 설정을 하고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르노 입장에서 일본차는 경쟁상대가 아니라 투자처가 되었고 푸조입장에서 독일차는 용도가 다른 상생관계가 되었다. 관계설정을 새롭게 하니 경쟁력이 생겼다. 

당신은 신자유주의를 논하면서 미국의 관점, 조중동의 관점에 포섭된 상태로 그들과 경쟁하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결과는 2류. 실패한다. 아무리 고민해봤자 상대의 장단에 놀아나게 된다. 당신의 관점을 펼칠 수 있는 세로운 안과 밖의 정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판(매트릭스)를 짜야하는 것이다. 바람은 밖에서 불어온다. 


우리가 알고있는 백화점 명품 브랜드는 원래는 꾸뛰르 라고 불리는 주문제작 브랜드였다. 쉽게 말해서 인구의 1%정도 되는 상류층 사모님들이 입던 옷이라는 것이다. 사모님들을 위해 특별히 카달로그를 제작해서 회원들에게만 보여주고 주문을 받았다. 

포지션이 좁다. 시장이 작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니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70년대부터 꾸뛰르 브랜드들은 판매를 늘리려는 시도를 해보았다. 회원들에게만 보여주던 카달로그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패션잡지가 그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연예인에게 실험적인 꾸뛰르 옷을 입히고 화보를 찍고 패션쇼를 열기 시작했다. 

여전히 큰 장벽이 있었다.  대중들은 캐주얼한 중, 저가 브랜드를 여전히 선호했다. 화려한 옷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저렇게 요란스러운 옷을 누가 입나' 
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패션취향이 독특한 사람들은 지금처럼 주류가 아니었다. 

꾸뛰르 패션 업계는 의연했지만 장사가 크게 잘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대중들에게 저 옷은 돈이나 권력이 있는 특정한 사람이 입는 옷 이다 하는 계급적인 선입관이 있었다. 그 옷을 살 수 잇는 경제력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사 입지 않았다. 그러나 꾸뛰르 업계는 캐주얼과 경쟁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는 밖에서 왔다. 

80년대부터 갑자기 일본을 선두로 한국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에 버블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흥청망청한 돈이 생긴 것이다. 인식은 없고 갑자기 돈이 생긴 신흥 중산층에게 꾸뛰르 메이커들은 '당신이 우리 옷을 입으면 품위를 갖출 수 있다'라고 접근했다. 짝이 맞아들어갔다. 

원래 꾸뛰르 브랜드는 돈이 있더라도 아무나 사서 쓰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서양의 계급적인 정서를 모르는 일본인들이 그 금기를 깨버린 것이다. 모두들 명품 옷 하나씩 걸치고 백 하나씩 어깨에 둘렀다. 거기서 출발해서 누구나 명품을 소비하고 갖고싶은 문화가 서구로 역수입되었다.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되었다. '꾸뛰르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원래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든 변화는 밖에서 왔다. 

나는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나 명품에 특별한 호감이나 애착은 없다. 그러나 이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는 칼 같이 들어간다. 

1) 가능성을 열었다
한정된 사람이 써야하는 꾸뛰르 주문제작 물건 -> 돈이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브랜드 고급물건
2) 다양성을 갖추었다. 
장인에 의해서 전수되는 고전적 제품 라인업  -> 실험적인 예술가를 투입해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패션아이템
3) 평등성을 만들었다
상층부 권력자, 부자들이 쓴다 -> 대중 연예인이나 대중 예술가 커리어 우먼 같이 대중과 가까운 사람이 쓴다  -팝 아트와 흐름을 같이 함  
4) 효율을 만들었다
장인의 주문제작 -> 소수의 주문제작 + 기성품 대량생산
5)생산성
이로서 세계 상위 100대 기업 안에 들어가는 초 거대 패션브랜드들이 탄생하게 됨.  예) LVMH

중요한 것은 르노, 푸조, 명품브랜드 모두 경쟁 상대의 매트릭스에 들어가서 경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계를 이루고 그것으로 이 세계와 각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말을 쉽게해서 '변화는 밖에서 온다' 라고하는데 그것은 관찰하는 사람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모양이고 실제는 변화는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새로운 계(매트릭스)를 정의하고 구조(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3. 안과 밖, 매트릭스를 정의하라

신자유주의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거기에 맞추어서 그럴 듯한 것을 상상하는 일은 모조리 실패한다. 

시작부터가 틀려먹었다. 상대가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를 얘기한다고 해서 내가 그 세계관(매트릭스)에서 사고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르노가 르노중심의 매트릭스를 가지고 푸조가 푸조 중심의 매트릭스를 가지고 명품이 명품중심의 매트릭스를 가진다. 우리는 우리의 세계관이 필요하고 너는 너, 나는 나의 세계관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그것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매트릭스와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것들을 일관되게 구조로 연결할 수 있는 매트릭스를 만들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5]기준님하

2009.07.24 (23:18:49)

내 전화번호가 바뀌었소. 010-3918-2625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만 확인하오. 
지난달부터 일산 정발산역 근처에 이사와서 살고있소. 가까운 곳에서 구조론과 잡담을 하고싶으면 환영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09.07.25 (08:18:20)

문경으로 오시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7.26 (00:48:44)

창의, 창조성의 경우....

아무리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안에서 바둥거려봐야... 재미도 없고, 몸만 고된 것이 사실이다. 뻔한  No3의 싸움이다.
하지만 여기조차에도 달콤한 것이 있는데.. 그 안정성이다. 
도달할 수 없다 하더라도 환상을 갖고 사는 동안은 어느 선까지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예측 가능한 경로가 이미 있고, 어느정도 성실하게 일할 경우 당근도 주어진다. 
그래서 강요받고 세뇌받은 대로 혹은 자신이 스스로 눈을 감고 거기에 임한다.
(심지어 멍청이의 독든 사과인 줄 알면서도 먹어버린다. 거부할 경우 손해가 너무 막심하게 느껴진다. 
그중에는 가족애니 희생과 사랑이니 뭐 그런 것들의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있다. 
그래도 타고탄 기절때문에 틈틈이 반항한다. 그래봤자였지만. )
다들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이 주도할 수 없는 매트릭스 안에서의 한계와 폐기처분의 불안감.
보통의 사회제도, 이데올로기, 무슨무슨 주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과 부와 권력을 가진 이라도 이런 사람들이 많더라...
결국 이 매트릭스에서 깨어나와 시선과 관점을 높이고 승부를 벌여 뛰어넘을 수 있는 신공이 필요하다.
이거 어렵다... 귀찮다... 그런데 그냥 살기엔 너무나 지루하고 맥없다... 스스로를 마취할 관념과 종교,이미지들은 넘친다.
잠시 취한다. 그런데 그 지속기간이 너무 짧다. 누구에겐 너무나 에너지 넘치고 일잘하는 사람. 누구에겐 폐인이다.  

나는 나의 세계관이 필요하다.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재미없는 저들과 뒹굴수 밖에 없다.
그리고 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혹성탈출의 원숭이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스트레스가 많다. 자유로우려면 멀었다.
그래도 한가지 나아진 점은 화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벗어났다는 것이다.

세상이치도 다르지 않다.
여기서 더 나가지 않으면 뭐... 그냥 그저 그런것이다... 원래 세상 냉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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