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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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265 vote 1 2019.04.23 (17:56:17)

나무는 막 심을게 아니라 납득이 되어야 한다.

서양식 정원은 부족한 햇볕을 끌어들일 의도가 있고 


또 추운지방이라 벌레가 별로 없으니 

각종 벌레의 소굴이 되는 잔가지가 많은 나무를 꺼리지 않는다.


자객방지용으로 넓은 잔디를 가꾸어 시야를 확보하고

한편으로 외부인이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나무로 울타리를 친다.


일본은 역시 자객을 방지하기 위해 해자개념으로 연못을 둘러치고

자객의 발소리를 듣기 위해 자갈을 깔아놓으며


자객의 발자국을 보려고 자갈에 무늬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 사상은 미학이 모자라는 조악한 것이다.


아랍은 물이 부족하니 분수와 연못을 만든다.

한국은 햇볕이 지나치니 큰 나무로 그늘을 만드는게 좋다. 


화강암과 계곡이 많으므로 거기에 맞게 조경을 해야 한다.

한국의 풍토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아귀가 들어맞고 


부름과 응답이 맞고 자극과 반응이 맞고 원인과 결과가 맞고

대칭과 호응이 맞아 비로소 납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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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잘 생긴데다 사철 푸르고 송진 때문에 벌레가 없고 향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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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래덩굴..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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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작은 단풍나무는 볼품없고 병자처럼 보이므로 큰 나무를 지나치지 않게 한 두 그루만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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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는 싱싱한 죽순을 볼 수 있게 굵은 놈으로 심어야 하는데 

추운지방에서는 상태가 안 좋으면 작은 죽순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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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버들처럼 늘어지는 수양 벗나무는 운치가 있고 왕벗나무 벗꽃이 질무렵 약간 늦게 피는게 의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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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오갈피, 두릅 등은 식용과 약용이 되므로 귀퉁이에 심어둘만 하다. 나물을 무쳐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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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나무는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다 키가 미친듯이 자라서 괴이한 기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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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잎이 큰 데다 재목이 가벼워서 건드리면 가야금 소리가 날 것만 같다. 포부가 있다. 싱그러운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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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나무는 작은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의 눈부시고 화사한 느낌을 준다. 울타리 등으로 제격이다. 


어떤 나무를 심든지는 각자의 마음에 달렸지만 

조경용으로 업자가 파는 나무를 심으면 일단 꽝이다.


조경용 나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므로 일단 성의가 없어 보인다.

자신이 판단해서 좋은 나무라는 확신이 들 때 심는 것이며 


합당한 논리를 갖추어야 하고 아귀가 맞아져서 납득되어야 한다.

단풍나무를 작은 것으로 심어놓으면 비리비리한게 꼴불견이라서 좋지 않다.


회양목은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상투적으로 심는 것이고

담벼락에 장미를 심는 이유는 가시공격으로 도둑을 퇴치하려는 것이며


약용식물이나 유실수는 얻는게 있으므로 나쁘지 않고

활엽수만 심으면 겨울에 삭막하고 침엽수만 심으면 무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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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없이 대충 박아두는 조경용 석재는 최악일 뿐만 아니라 석면이 있고 라돈이 나온다.

축대는 적당히 다듬은 돌을 수직으로 쌓되 일본식 비스듬한 마름모꼴 축대는 고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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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정자는 너무 흔해서 성의가 없을 뿐 아니라 무슨 절간도 아니고 귀신 나온다. 목재를 과잉으로 써서 졸부 느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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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나무로 정자를 만들면 마음도 비뚤어진다. 장난하나? 무식을 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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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간결한 건축은 괜찮으며 간결함의 극한에 도전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옷을 입어도 천이 많다고 풍성하게 하거나 나무가 많다고 통나무를 쓰는 재료과잉은 졸부행동이라 좋지 않다.


아마 사찰의 종루가 무거운 종을 매달기 위해 튼튼하게 건축하는데 그걸 따라한게 아닌가 싶다.

정자는 원두막처럼 초가로 수수하게 엮는게 차라리 낫다. 


위압적인 정자는 돈 없는 시골 졸부가 작은 건물로 돈을 아끼면서도 

우람한 통나무를 써서 동네주민을 제압하고 싶은 마음을 들키는 것이다.


미학은 군살을 있는대로 빼서 마이너스의 극한에 도전한다는 자세가 아니면 안 된다. 

괴목이든 괴석이든 괴상한 것은 어그로를 끌려는 소인배의 마음이므로 일단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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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은사시를 심으면 실바람에 잎을 바르르 떨어 하얀 솜털이 나 있는 뒷면을 보여준다. 손짓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촌인 자작나무나 사시나무도 좋은데 자작나무는 추운지방이 아니면 수형이 좋지 않게 자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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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나무는 새순이 오동통해서 볼수록 기운이 날 뿐 아니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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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나무는 단풍이 새빨간데다 한약재인 오배자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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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보면 괴롭다. 병든 것처럼 보인다. 괴목이나 분재는 나무를 학대한다는 느낌이다. 잔인하잖아.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6]덴마크달마

2019.04.23 (18:16:09)

다소 창피한 이야기지만 4년동안 조경학과에서 들었던 잡소리들이 이 글 하나로 파바박~~~~! 속 시원하게 풀어졌습니다 감솨합니다~~~~~ '괴이한 기품',,, 찌릿찌릿,,,
[레벨:15]떡갈나무

2019.04.23 (23:01:39)

작은 바람에도 은빛으로 빛나는 은사시나무와 동렬님의 은발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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