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제민포럼] 주거복지정책의 성공을 기원한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과 관련된 국회의 해프닝을 보면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민간임대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제정한 민특법은 소수의 건설 대기업에게 특혜성 지원이 편중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간임대의 공공성과 사회적가치를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임대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소위를 모두 통과하고 법사위에 올라갔지만 자유한국당 윤상직의원은 '사회'라는 개념 자체가 자본주의적 가치를 훼손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이지만 사회주의적 가치는 인류의 본질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영어 표현인 social은 사귄다는 뜻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은 서로 사귀는 가운데 존재의 가치를 발견한다. 즉 자본주의는 생산의 혁신적 증대가 만들어낸 근대의 산물이지만, 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에 한정되는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

플라톤의 이상주의 국가론에서부터 나오는 사회주의socialism는 실제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 결혼하고 애낳고 교육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류 보편의 행태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관련되므로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우리의 생활에 자본주의적 경쟁과 효율 추구가 끼어들면 삶이 피폐해진다. 생활 영역은 사회적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자본주의의 발톱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게 주거권은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투기의 줄타기에 오를 수밖에 없던 부동산 개발을 대체할 새로운 개발이 요구되는 시대다. 단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추구하는 일 외에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사회에 집과 공간,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삶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좋은지를 말해야 하는 것이다. 소셜 디벨로퍼라는 새로운 영역이 시대의 요구를 담고 있는 까닭이다.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라는 건축가는 지역생활권이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자족이 가능한 생활권 단위를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생활 경제 교통 문화 등을 적극 결합해내고자 한 개념이다. 극도로 개인화된 일본의 주거문화에 대한 공동체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아파트단지 같은 공동주택 위주로 주거문화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실제적인 공동체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일본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사회는 단순한 권력 위계로 작동해왔다. 학벌, 정치 권력, 재력 등이 이 사회에서 서열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사회가 이렇게 단순한 기준을 통해서만 작동된다면 투박한 계층구조가 만들어내는 억압적 환경 때문에 상승욕구가 무뎌지고 유연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공동체 형성과 지역권의 자립을 통해 사회를 재구조화 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 이어 얼마전 주거복지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핵심은 투기에 기댄 기존 부동산 체제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8.2 대책이 기존 흐름을 억제하는 것이라면, 이번 로드맵에는 억제책과 함께 대안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기존 부동산 체제의 혁신과 그 대안이 될 씨앗을 싹틔우기가 문재인정부 부동산과 주거정책의 핵심이다.

촛불의 열망과 함께 탄생한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면삼아 기존 체제 혁신에 온 힘을 쏟아붇고 있으니 숨죽이고 지켜볼 일이다. 통제 불가능했던 부동산 자본세력이 점차 국가의 통제권 안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삶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 가운데 하나가 주거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주거의 현실은 자본의 틈바구니에서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자본의 손아귀에 있던 주거영역은 이제 사회적 가치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끌어안아야 한다. 주거복지로드맵에 담긴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비전이 지역 공동체를 끌어안을 수 있는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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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3]달타냥(ㅡ)

2017.12.13 (22:39:47)

한국은 인구 절벽을 지나 인구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주거복지의 핵심은 보금자리를 통해 가족을 이루는 공간의 형성이다.
기득권의 부의 세습을 통해 시민의 호주머니를 통제는 건물주가 아닌 국가가 이 구조를 깨트려야 한다.
태어날 때 한국에서 태어나 월세와 은행 대출을 위해 평생을 노예처럼 살다가야 하는 운명을
국가가 나서서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가를 외면할 것이다. 인구가 없어 국민이 없는 텅빈 나라를 누가
가져가면 어떤가? 비약이 너무 심했다면 너그러이 봐주시길~~
프로필 이미지 [레벨:8]아제

2017.12.14 (09:50:30)

자본주의 => 사회주의 => 이상주의 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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