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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70 vote 0 2021.11.03 (16:03:03)

    하나의 존재는 다섯 가지 필수요소로 이루어진다. 하나라도 모자라면 존재는 불성립이다. 도구라면 날, 손잡이, 몸통, 방향성, 기세가 있다. 칼이라면 칼날과 손잡이가 겹치는 부분을 슴베라고 한다. 슴베는 손잡이에 박혀서 보이지 않지만 그 부분이 취약하므로 목쇠로 보강한다. 대검은 그 부분에 날밑을 끼워 보강하고 손목을 보호한다. 칼은 머리가 뾰족해야 한다. 그것이 방향성이다. 날은 예리해야 한다. 그것이 기세다. 칼을 만들려면 반드시 다섯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칼등, 손잡이, 슴베, 칼끝, 칼날이다.


    관찰해보면 아무리 간단한 구조라도 최소 다섯으로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건물을 짓자면 기둥이 최소 셋은 되어야 한다. 지붕에 대지까지 다섯이 필요하다. 의자 다리는 최소 셋이 되어야 한다. 앉는 방석에 지구의 중력까지 다섯이다. 가장 간단한 구조는 기둥 셋으로 이루어진 사면체다. 외력이 수평에서 작용하므로 둘의 대칭으로 받치고 축이 되는 하나까지 셋에 자체의 질량과 지구의 중력까지 다섯이 있다.


    자전거는 두 바퀴(대칭)+프레임(축)+핸들(방향성)+속도(기세)로 이루어진다. 사람이 걸어가도 두 발의 대칭에 몸통이 축을 이루고 전진이 방향성에 속도의 기세까지 다섯이다. 하나는 있고, 둘은 변화하고, 셋은 균형을 잡고, 넷은 힘을 몰아주고, 다섯은 외부와 연결한다.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존재가 성립될 수 없다. 우주는 동적환경이므로 그냥 있는 것은 없고 반드시 뭔가 외부와 연결하며 반응하고 있다.


    다섯이 되는 이유는 자체를 성립시키는 기능과 외부와 연결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추기 때문이다. 컵이라도 물을 받아내고 사람과 연결한다. 사람이 그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컵의 테두리 곡선은 사람의 입술 곡선과 닮아 있다. 숟가락이라도 쥐는 부분과 밥을 뜨는 부분이 있다. 모든 존재는 그냥 있는게 아니라 어떤 둘 사이에서 링크를 거는 것이다. 자동차라도 굴러가는 부분과 사람이 타는 부분을 연결한다. 모든 존재는 내부를 유지하고 외부에 대응하며 내외를 연결하므로 다섯이 된다. 내부+내부변화+내외통일+외부+외부연결의 다섯이다. 안, 밖, 중간, 안쪽연결, 바깥연결이 있다.


    존재는 변화를 반영하며 변화는 변하지 않는 것에 의지해서 변한다. 어떤 것이 변하려면 변하지 않는 것이 뒤에서 받쳐줘야 한다. 숟가락 날은 밥을 뜨고 손잡이는 뒤에서 받친다. 칼날은 자르고 손잡이는 뒤에서 받친다. 칼은 요리를 상대하고 손잡이는 요리사를 상대한다. 두 가지 역할을 묶어주는 가운데 부분까지 다섯이 하나의 존재를 이룬다. 가만있는 돌멩이도 스스로를 유지하고 지구의 중력에 대항하므로 다섯이 있다. A와 그 변화, B와 그 변화, 둘을 통일하는 C가 하나의 존재 단위를 이룬다. 우리는 그 C를 변화시켜 존재를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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