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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20 vote 0 2020.05.04 (09:37:57)

     

    데카르트의 우상


    우상은 깨는게 좋다. 데카르트가 맞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단지 하려고 했을 뿐이다. 하고 싶었을 것이다. 거기에 점수를 주는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어쩌구 하는 뚱딴지는 무시해도 된다. 누가 생각하지 말라고 강제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수학이다. 


    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답은 풍선효과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믿을 수 없다. 그런데 왜 믿으려고 하지? 풍선의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나온다. 믿음을 버리면 구조가 나온다. 방법적 회의는 관측대상에 매몰되는 비과학적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관측자인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나를 버려서 완전성에 이른다. 장미가 붉은 것일까, 아니면 그것을 보는 내 눈, 아니 그 눈이 전달하는 정보를 해석하는 뇌가, 아니 뇌 속의 뉴런이 붉은 것일까? 상관없다. 하부구조를 부정하면 상부구조가 드러난다. 


    부분을 부정하면 전체가 드러난다. 팩트를 부정하면 메커니즘이 드러난다.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관측대상인 장미가 붉은지 아니면 그것을 보는 관측자인 내 뇌 내부의 어디가 붉은지는 상관없고 관측대상과 관측자의 관계가 중요하다. 순서가 중요하다. 


    장미가 1번이면 뇌가 2번이다. 정확히는 빛이 장미를 거쳐서 뇌로 침투한 것이다. 빛이 1번이다. 이것이 수학의 추론이다. 순서에 뒤진 것을 부정하면 앞선 것이 긍정된다. 그림자를 부정하면 빛이 긍정된다. 복제본을 부정하여 원본을 긍정하는게 추론이다.


    대상을 부정하고 관계를 긍정하는게 수학이다. 그 과정에 관측자의 부당한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를 버려서 0에 이르면 완전성의 5를 얻는다. 거기에는 사건이 있고 에너지의 작용이 있다. 그럴 때 살아있다. 나를 개입시키면 생명성이 죽는다. 


    사건에서 물질로 한 단계 떨어진다. 풍선효과는 유지된다. 이쪽을 건드리면 저쪽에서 반응한다. 내가 1의 정보에 서면 상대는 4의 물질로 존재한다. 내가 2의 시간에 서면 상대는 3의 공간에 머무른다. 내가 3의 공간에 서면 상대는 2의 시간에 자리 잡는다. 


    내가 4의 물질에 서면 상대는 1의 정보로 맞선다. 풍선효과로 인해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연결된 전체는 언제나 5를 유지하며 내가 한 걸음 전진할 때마다 상대방은 하나씩 손실하므로 관측자의 개입이 사건의 완전성을 교란하는 것이 불확정성의 원리다.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 자동차를 멈춰세워야 엔진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즉 인간이 관측대상에 개입하여 머리를 들이밀면 자동차는 가다가 서버리는 것이다. 물론 의사는 활발하게 돌아가는 엔진을 뜯어본다고 주장하더라. 


    그래도 기계를 써서 심정지를 시켜놓고 심장수술을 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무엇을 보았는가? 믿을 수 없는 것 둘 사이에 믿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관측자와 관측대상 사이의 메커니즘이다. 이것도 믿을 수 없고 저것도 믿을 수 없지만 관계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포착해야 할 계의 완전성이며 그 완전성은 관측자의 부당한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있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한 것을 모두 부정해야 한다. 내가 본 것은 본 것이 아니라 당한 것이며 내가 느낀 것도 연출된 분위기에 놀아난 것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5.04 (16:13:56)

"나를 버려서 0에 이르면 완전성의 5를 얻는다."

- http://gujoron.com/xe/119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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