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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14 vote 0 2021.02.16 (19:29:57)

      
     혼노지의 변


    아케치 미츠히데가 갑자기 섬기던 주군 오다 노부나가를 죽였다. 그리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죽었다. 뜬금없는 전개였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도 이 사태를 두고 갑론을박하며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는 거다. 도대체 아케치 미츠히데는 왜 혼노지의 변을 일으켰는가?


    일본사의 최대 수수께끼다. 얼어죽을. 초딩이냐? 나무위키는 야망설, 원한설, 시코쿠 원정 회피설, 초조설, 흑막설, 기타설을 소개하고 있다. 흑막설은 음모론인데 예수회설을 비롯하여 다섯 개의 세부 버전이 있다.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아니 이걸 모르겠다고? 바본가?


    간단하다. 죽일 수 있으니까 죽였다. 보통은 죽일 수 없다. 왜?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다. 일단 인맥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 다들 형님이고 동생이고 삼촌이라서 촌수를 따지다 보면 죽일 수 없다. 죽일 수 없으니까 못 죽이는 것이다. 임금들이 정략결혼을 하는 이유다. 


    안 죽으려고 인맥으로 막아놓는 것이다. 일본은 봉건국가다. 다이묘들이 영지를 분할하고 있다. 맹장은 다케다 신겐이었는데 그가 죽자 그의 영지는 금세 박살이 났다. 가신들이 모두 주군을 배반하여 오다 노부나가 측에 붙어버린 것이다. 막 나가는 하극상의 시대였다. 


    고려 무신정권과 같다. 일제히 주군을 죽이고 권력을 차지했다. 그 틈에 된장 팔러 다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벼락출세했다. 신분으로 보면 도저히 출세할 수 없는 천민이었다. 봉건영주들은 서자 출신이거나 형을 죽였거나 뭔가 일을 저지르고 두각을 드러내곤 했다.


    문제는 오다 노부나가와 다케다 신겐의 대비되는 점이다. 오다 노부나가 스타일이 권력을 독점하는 조조라면, 다케다 신겐은 제후들과 분점하는 손권 스타일이다. 손권의 오나라는 오래 버텼지만 한 번 무너지자 순식간에 무너진다. 힘의 공백에 무너지는 분권정치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중앙집권을 추구했는데 멋대로 부하들의 영지를 빼앗고 연고가 없는 먼 곳으로 바꿔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스템이 깨진 것이다. 공을 세운 부하의 영지를 빼앗는 것은 모반을 일으킬까 의심하기 때문이다. 견제대상은 토요토미와 도쿠가와다.


    반면 귀족출신에 쇼군과 연결되어 있는 아케치 미츠히데는 오다의 그러한 약점을 메워주는 입장이었다. 파천황의 오다 노부나가가 아케치 미츠히데를 먹물이라고 미워하면서도 중용한 것은 귀족출신의 인맥으로 오다의 신분상의 약점을 메워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껄렁패 유방이 숙손통과 역이기 등 유생들을 매일 골려먹으면서도 가까이에 데리고 있는 것과 같다. 아케피 미츠히데가 오다를 죽인 것은 충분히 그럴 만 하다. 오히려 오다가 이전에 배신한 적이 있는 배신업자 미츠히데를 샌님으로 보고 중용한 것이 이상하다. 


    말하자면 노무현이 강준만을 중용하고 문재인이 진중권을 중용하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거다. 엘리트는 인맥이다. 인맥이 깨지고 시스템이 불안하면 다들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누가 배신할까? 토요토미? 된장장수는 배신할 수 없다. 천출은 인맥이 없어서 배신 못한다.


    도쿠가와? 팔자가 기구한 도쿠가와는 이 나라 저 나라 팔려다니느라 중앙 정계에 인맥을 닦지 못했다. 오다가 유일하게 믿을만한 끈이었다. 끈을 놓는 즉시 끈 떨어진 연 신세다. 배신할 수 없다. 그러나 오다는 군대를 갖고 있는 두 무장을 의심하고 아케치에 방심한다.


    귀족이 배신하지 민중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케치 미츠히데는 중앙정계에 인맥이 약한 토요토미와 도쿠가와를 촌놈으로 보고 과대망상을 품었다. 진중권과 강준만의 과대망상이 이런 종류의 망상이다. 내가 인맥을 움직이면 게임 끝이지. 오다가 탐낸게 나의 인맥인데.


    문제는 시스템이다. 엘리트의 시스템은 인맥이다. 인맥에 의한 묵시적 약속, 암묵적 합의가 있는데 그걸 건드리면 김재규가 총을 뽑는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한다. 오다 노부나가가 봉건관습을 무시하고 중앙집권을 꾀하는 과정에서 인맥파괴를 저질러 빈틈을 보였다. 


    보통 이럴 때 죽인다. 뜬금없는 공격이 아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오다 노부나가는 아케치 미츠히데를 등신으로 알고 신뢰했다. 저 먹물은 등신이라서 믿을 수 있어. 쟤는 모반할 능력도 없어. 빈틈을 보이는건 날 찔러라 하고 배를 드러내는 것이다. 당연히 찌르게 된다.


    정리하자. 인맥으로 짜여진 시스템은 암묵적인 약속과 이심전심에 의해 작동한다. 오다 노부나가와 같은 파격적인 인물은 시스템을 깨고 스트레스를 준다. 그럴 때 소인배는 고통을 느낀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럴 때 칼을 뽑는다.


    오다 노부나가는 사람 보는 눈이 없었다. 진중권을 믿고 중책을 준 셈이다. 아케치 미츠히데 입장에서는 주군이 자신을 믿은게 아니라 만만하게 보고 긴장을 풀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죽인다. 엘리트들이 노무현을 미워한 것도 원리는 정확히 같다. 엘리트라서 그렇다.


    대중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약속과 묵시적인 담합과 인맥으로 정교하게 짜여지는 이심전심의 법칙을 깨뜨리고 노무현이 독주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노무현을 죽이고 싶어했다. 카이사르를 죽였다.


    귀족들의 살의를 알아채지 못한 카이사르가 멍청하고, 아케치 미츠히데가 모반할 것을 꿰뚫어보지 못한 오다 노부나가가 멍청한 것이다. 아케치 미츠히데의 공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순식간에 토요토미한테 박살난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그것은 무능 탓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원래 인간은 이런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주군을 죽인다는 거다. 신분사회에서 파격적인 행동을 일삼는 오다 노부나가는 천민처럼 보인다. 팽월은 왜 유방에 대들다 죽었을까? 원래 그렇게 한다. 역시 시스템의 문제 때문인 게다. 


    팽월은 한나라의 군현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왕이 되거나 아니면 부하가 되거나지 왕은 왕인데 허수아비 왕으로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고 사는 제후가 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팽월에게 물었다. 왜 모반을 했지? 팽월은 기세좋게 말했다. 


    나도 황제 한 번 해보고 싶었어. 그냥 둘러댄 말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한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도둑의 두목이 갑자기 제후왕이 되어서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전쟁할 때가 좋았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 제후왕 노릇은 피곤한 거다.


    달걀로 바위치기를 저지른 방간의 2차 왕자의 난이나, 조사의의 난이나, 왜 그랬을까? 이인좌의 난도 마찬가지다. 승산은 1도 없는 싸움이다. 문신 정몽주와 정도전이 무신 이성계와 이방원을 작업하려 한 것도 비슷하다. 이 경우는 오다가 먼저 아케치를 제거한 셈이다. 


    이방원은 선수를 쳐서 정몽주와 정도전을 제거했는데 오다는 그렇게 하지 못한게 이상한 거다. 대부분 시스템과 관계가 있다. 시스템이 행동을 안내한다. 시스템이 파괴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 하며 너죽고 나죽기로 반란을 일으킨다. 시스템이 안정되면 다르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예측이 되면 좋아도 살고 나빠도 참는데 예측이 안 되면 죽인다. 무의식의 명령이 떨어진다. 카이사르와 노무현과 오다가 당한 이유다. 박정희의 죽음도 원리는 같다.


    박정희가 죽은 진짜 이유는 감히 미국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카터와 척을 지고 반미로 돌변하여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박정희를 보고 김재규가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재규야! 너만 믿는다.'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수습하라고?' 눈앞이 캄캄해지면 총을 뽑는다.


    그런데 개혁은 원래 기득권의 짜고치는 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이다. 기득권들이 위장병이 도지고 식도역류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들은 모두 아케치 미츠히데가 되어 있다.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목사 검사 판사 교수 기레기 할것없이 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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