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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06 vote 0 2021.06.17 (17:59:33)

    엘리트가 배신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는 이유는 두목 침팬지 호르몬 때문이다. 자격이 안 되는데 대장 수컷 호르몬이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의 타고난 서열본능 때문이다. 동물적인 서열본능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큰 싸움판을 벌이는 것이다. 


    국가를 넘어 인류 단위, 진리 단위, 역사 단위, 문명 단위의 큰 싸움판을 벌이면 그 싸움의 최종보스는 신이다. 민주주의 최종보스는 국민이다. 신 앞에서 겸허해지고 국민 앞에서 겸손해질 때 스트레스를 극복한다. 다 신이 결정할 일이고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국민이 스스로를 단련하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트레스는 없다. 내가 족장이고 내가 무리를 통제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원시 부족민의 난폭한 근성이 나오는 것이다. 이문열 공식이다.


    미국 엘리트는 쉽게 변절하지 않는다. 15억 백인 인구 중에서 자신이 서열 1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날고 기는 고수들이 하늘의 별만큼 많기 때문이다. 바닥이 좁은 한국의 엘리트들이 특히 교만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의지할 만한 형님과 지성인과 스승이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책임감을 느껴서 신경이 곤두선다. 북한의 남침이 걱정되고 노동자의 파업이 걱정된다. 갑자기 발밑에서 땅굴 파는 소리가 들린다. 맛이 가는 것이다. 히스테리는 암시를 걸어서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려는 원시인의 주술본능 때문이다. 무리를 제압하려는 강박증 때문이다.


    미국이라면 땅이 넓다. 개인은 각 주에 소속되어 있고 연방은 저 먼 곳에 있어서 존재를 실감하기 어렵다. 자신의 포지션을 변방에 두고 중앙에 자리잡은 연방을 까면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한다. 자기 머리 위에 층위가 하나 더 있다. 더 높은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 각을 세우고 나의 영역을 지킨다. 영역본능이 강하게 나타난다. 유럽이라도 국가 위에 EU가 있다. 의사결정 단위가 하나 더 있다. 자신의 포지션을 변방에 두고 중앙을 깐다. 이게 다 브뤼셀 공무원 놈들 때문이다. 포지션을 변방에 두고 중앙을 치려는 마음을 먹으면 겸허해진다.


    한국인은 그게 없다. 내 위에 아무것도 없다. 불안하다. 작은 변수에도 혼비백산 하게 된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용해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가시처럼 목에 걸린다. 배움이 있는 자는 나의 위에 세계와 인류와 역사와 문명과 진리와 신을 두고 의지하지만 못 배운 사람은 불안하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의리가 있어야 한다. 동료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자들이 대중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노무현을 서열 1위로 인정하지 못하면서 화가 나는 것이다. 대중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 때문에 대중을 대표하는 노무현이 얄밉다. 인간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단에 안주하면서 인간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지 않으면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대형트럭이 앞에 있으면 괜찮은데 마티즈가 언덕길을 올라가지 못하고 앞에서 빌빌대고 있으면 화가 난다. 엘리트에게는 대중이 마티즈로 보인다. 무의식은 훈련되어야 한다. 교양과 에티켓과 매너로 무장해야 한다. 신과 진리와 역사와 문명과 진보의 관성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공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선함을 포착하는 후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결정한다. 보수는 서열본능이고 호르몬이다. 나이가 들고 촉이 죽으면 보수가 된다. 새로운 것을 선점하려는 영역본능이 뒤로 밀리고 무리를 제압하려는 서열본능이 전면에 나선다. 엔진에 힘이 실린 배는 파도를 뛰어넘는다. 진리라는 엔진, 역사라는 배, 문명이라는 항해의 치고 나가는 관성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촉이 죽어서 느끼지 못한다. 변화에 무감각해질 때, 유행에 신경쓰지 않게 되었을 때, 영혼이 죽은 것이다.


    인간은 영역본능과 서열본능이 있다. 어린이가 낯선 것을 보면 흥분하여 달려드는 것이 영역본능이라면 그런 꼬맹이들을 제압하여 울타리 안에 가둬놓으려는 행동이 서열본능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려고 한다. 낯선 동물, 낯선 세계, 낯선 사람을 보면 가슴이 뛴다. 어른이 되면 그런 식으로 식구들이 하나씩 빠져나가서 자기편 세력이 감소되는 것을 걱정한다.


    인간은 영역을 확보하고 서열을 확인한 다음 상호작용을 시도한다. 영역과 서열이 애매하면 불안하다. 상호작용할 수 없다. 어색해서 말을 걸 수도 없다. 역할을 찾지 못한다. 인간은 소속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젊어서는 영역을 넓히고 역할을 획득하려고 진보가 된다. 나이가 들면 소속이 확고해서 집단 내부에서 서열을 높이려고 보수가 된다.


    진보는 영역본능에 가깝고 보수는 서열본능에 가깝다. 진보는 세계와 인류와 문명 단위로 영역을 넓힌다. 그 넓은 세계에서 자신이 서열 1위가 아니므로 겸손하다. 어차피 신이 서열 1위고 국민이 서열 1위다. 진보는 아기가 엄마를 믿듯이 인간을 믿는다. 초딩에서 중딩으로 고딩으로 대학으로 갈수록 영역이 넓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멈춘다. 직장을 잡고 결혼하면 영역이 고정된다. 더 이상 영역을 넓힐 수가 없으므로 서열을 높인다. 서열을 높이려고 하면 보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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