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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47 vote 0 2021.07.03 (21:16:06)

    이성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근거는? 합리성이다. 합리적인 것은 효율적인 것이다. 이성 찾다가 냉혈한이 된다. 싸이코패스가 이성적인가? 요즘 세상에는 자식 포기, 결혼 포기, 인생 포기, 3포가 합리적이다. 차라리 자살하는게 낫다. 살아봤자 어차피 죽는다. 얻는게 없다. 인간은 칼슘과 인과 철분 등을 분리하면 600원 정도 쳐준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문제는 과학의 방법론이다. 근본을 말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분별은 사건이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사건의 출발점에서 말해야 한다. 결과론이 아닌 원인론이라야 한다. 궁수가 잘못 쏴도 운이 좋으면 뒷바람 덕분에 명중할 수 있다. 옳다 그르다 판단은 궁수의 화살이 과녁에 맞았을 때 가능하다. 이런 식이면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 실력으로 맞췄는지 운으로 맞췄는지 알 수 없다.


    이성reason은 이유다. 이유는 원인이다. 원인은 사건의 격발이다. 인생이라는 사건을 일으키는 명령의 주체는 누구인가? 먼저 인생이 사건이고 게임이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옳다 그르다 하는 말은 게임에 임하는 선수의 입장이고 별도로 주최측이 있다. 이세돌이 둔 수를 두고 옳다 그르다 할 수 있지만 주최측은? 한국기원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있다.


    최초에 명령을 내린 사람은 옳고 그름에 구애되지 않는다. 오다를 받아 심부름 하는 사람이 옳다 그르다에 구애되는 것이다. 이성은 분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것은 분별을 넘어서 더 높은 곳에 있다. 최초에 바둑을 발명한 사람에게는 옳다 그르다 하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바둑을 두지 않아도 기성이요, 명인이요, 국수요, 십단이다.


    이성은 명령을 내리는 주체다. 당신은 능동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있는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환경의 자극에 반응하고 있는가? 이성의 반대는 히스테리, 광기, 무의식, 본능, 감정 따위다. 이것들이 외부에서 인간을 흔들어 댄다. 여기서 외부는 신체 바깥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바깥이다. 명령의 바깥이다.


    이성이 주체라면 객체가 있다. 이성은 명령을 내리는 주체다. 그 반대편에 호르몬과 조건반사와 신경감각과 감정이 있다. 그들은 손님이다. 이성이라는 기사가 감성이라는 바둑알로 바둑을 두는 것이다. 이성은 게임의 주최측이다. 거기서 명령이 떨어진다.


    중요한 것은 누가 최초에 사건을 설계했느냐다. 누가 최종적으로 권력을 쥐느냐다. 명령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외부 환경의 자극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다. 내가 사건을 설계했을 때 명령이 떨어진다. 이성이 외부환경을 제압하려면 이겨야 한다. 이기는 판단이 이성이다. 극기복례라 했다. 나를 이겨야 한다. 몸을 이기고 마음을 이겨야 한다. 무의식과 호르몬과 본능과 경험과 트라우마와 잠재의식을 이겨야 한다.


    술에 취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기분에 취하면 감정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주변의 부추김에 넘어가서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그런 외부변수를 이기는 것이 이성이다. 이기려면 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긴장을 타야 한다. 고도의 긴장을 끌어내는 큰 싸움을 걸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이 필요하다.


    나를 이기고, 외부를 이기고, 환경을 이기고, 상대를 이기고, 게임을 이겨야 한다. 이기는 명령이 이성이다. 지는 것은 감성이다. 상대를 자극하여 반응을 끌어내려고 하는건 이성이 아니다. 본능과 무의식과 트라우마와 잠재의식과 경험과 습관에 따라 행동한다면 게임에 진다.


    이해타산을 따져 차분하게 행동하는 냉혈한은 승률이 높지만 이기지 못한다.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주최측이 누구인지 희미하기 때문이다. 계산적으로 행동한다면 승부의 노예가 된 것이며 이미 진 것이다. 불확정성과 같다. 승률이 높을수록 자유의지가 희미해진다. 운동량이 명확할수록 위치가 희미해진다.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는 비이성이다. 상대를 떠보려고 하고 외부로부터 정보를 끌어모으려고 하는 것은 비이성이다. 이성은 사건 전체의 전략이고 감성은 부분의 전술이다. 사건 전체, 인생 전체, 돌아가는 판도 전체, 동원할 수 있는 자원 전체를 게임의 테이블 위로 끌어내는 것이 이성이다.


    이성은 명령을 내리는 주체다.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명령을 내리는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자유의지로 그것은 가능하다. 주체성으로 가능하다. 이성은 정신의 자원을 총동원한다. 긴장하고 집중하여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아와 비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판이라도 그러하다. 명령을 내리는 주체는 국민이다. 주체가 명확하려면 타자와의 싸움판이 명백해야 한다. 적은 누구인가? 남성이나 여성? 성소수자? 비건? 육식주의자? 일본? 북한? 미국? 무지와 야만과 나태와 히스테리와 배신이 적이다. 승부에 임하여 자원을 동원하게 된다. 소집하면 와야 한다. 불러도 안 오는게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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