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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570 vote 1 2021.08.28 (20:57:35)

    그동안 사차원, 초능력, UFO, 귀신, 음모론, 지구평면설 같은 흥미위주의 헛소리들을 주로 비판해 왔지만 이번에는 플라톤의 이데아, 칸트의 이성, 석가의 해탈에 고대의 원자론에 각종 사상, 무슨 주의, 정치노선 따위 관념론까지 넓은 의미의 개소리에 포함시켰다. 


    자유, 평등, 정의, 행복, 사랑 따위 관념어들도 무슨 주장의 근거로 삼으려고 하면 개소리가 되므로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막연한 말을 하지 말고 근거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 상상은 어떤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미래의 결과는 현재 행동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희망사항은 그냥 희망사항이다. 그걸로 무슨 주장을 하면 안 된다. 개인의 느낌을 근거로 삼는 경우도 많다. 심리학자들이 그렇다. 개인의 감정은 호르몬 때문이다. 호르몬은 근거가 될수 없다. 조사해보니 인간의 개소리가 다양하다. 대략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     


    괴력난신 개소리 - 사차원, 초능력, UFO, 귀신, 내세, 천국  

    희망사항 개소리 - 원자론, 이데아, 해탈, 유토피아, 천인감응설 

    미래를 근거로 삼는 시간차 개소리 - 자유, 평등, 정의, 사랑, 행복 

    부분을 근거로 삼는 공간차 개소리 - 노자사상, 실용주의, 각종 음모론

    주관적인 감정을 근거로 삼는 개소리 - 민족성, 정신력, 선입견, 심리학 전반


    초능력, 귀신, UFO 따위는 그냥 지어낸 개소리다.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한다. 사실은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히어로물과 작동원리가 비슷하다. 이데아, 원자론, 천인감응설 따위는 이런게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지식인의 희망사항을 투사한 것이다. 


    인간들이 워낙 말을 안 들어쳐먹으니까 이런게 있으면 한 방에 제압할 텐데 하고 희망사항을 말해본 것이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과 비슷하다. 자유, 평등, 정의, 행복, 사랑 따위는 미래를 소급하여 현재 행동의 근거로 삼는 반칙이 될 때가 많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기름 때문이지 행선지 때문이 아니다. 자동차가 가는 것은 엔진에 가솔린이 들어있기 때문인데 거기에 해수욕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을 이상하게 해서 사람 헷갈리게 한다. 동기 위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동기는 적당히 지어낸 말이고 에너지가 진실이다. 노자사상, 실용주의, 각종 음모론은 부분을 늘려서 전체를 덮어 씌우는 꼼수다. 전술로 전략을 덮는다. 바둑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상대방의 돌 하나 따먹고 승리를 선언하는 꼼수다. 사건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데 중간을 잘라서 미리 승리를 선언한다.


    주관적인 감정을 근거로 개소리를 하는건 심리학이다. 그게 인지부조화다. 감정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원인은 대개 스트레스이며 그것은 환경과의 물리적 관계다. 민족성 타령, 정신력 타령 등 심리적인 원인, 감정적 동기를 내세우는건 전부 그냥 둘러대는 개소리다.  

 

    근거를 말해야 한다. 근거는 의미다. 의미는 사건의 연결이다. 내가 죽어서 전생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 태어나는 것이나, 그냥 내가 죽고 다른 사람이 태어나는 것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고 믿어지는 것은 그냥 느낌이다. 느낌은 호르몬의 작용이다. 


    설사 천국이 있어서 죽어서 그리로 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의미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확실히 존재하여 있는 것을 가지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드러난 결과를 피상적으로 관찰하지만 반드시 배후에 무언가 알맹이가 숨어 있다. 


    유태인에게는 시나고그가 있고, 독일인에게는 게르만의 종사제도 전통이 있고, 이탈리아인에게는 패트런과 클라이언트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 중국인은 '계'가 있다. 중국인의 상술은 유명하다. 그들이 차이나타운에서 장사를 열심히 하는 데는 나름 제도와 관습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그냥 비단장사 왕서방은 다 구두쇠 수전노라는 식의 생각은 틀렸다. 일본인에게도 귀족 봉건영주와 가신의 특별한 관계가 있다. 각종 선입견, 고정관념들이 그러한 개소리다. 찾아보면 항상 배후에 뭔가 있다. 그것을 찾아보지 않고 막연히 미국인들의 청교도정신이 어떻고 하는 식은 허튼소리다. 


    막연히 정신력, 기사도, 무사도, 선비정신이라고 말해지는 것의 배후에는 물리적인 관계가 있다. 배후에 숨은 물리적 구조를 파헤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들춰보면 뭔가 있다.


    징기스칸의 사준사구는 노예였거나 입양된 자식 혹은 전쟁포로였다. 세력이 없고 도망갈 곳이 없다. 징기스칸에게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세력이 없으므로 구조적으로 배반이 불가능하다. 이집트의 맘루크나 오스만의 예니체리는 노예군대다. 고향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반란이 불가능하다. 후대에 세력을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미 토박이로 변질된 후손들의 일이다. 충성을 받아내는 데는 확실한 물리적 구조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이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실패한 이유는 그들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파르타쿠스는 트라키아 출신으로 반란을 성공시키려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세력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동료들의 반대로 이탈리아 반도 탈출에 실패한 것이다. 노예 검투사들의 고향은 모두 달랐기 때문에 후방지원이 없어 더 이상의 세력확장이 불가능했다. 그런 구조에서 승부가 나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는 토질이 비옥해서 개척자 농부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루에 열네시간씩 일했다. 한국 농부들은 그 시간에 노름을 했다.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고 토질의 차이다. 애초에 흙이 다르다. 조선시대 한국의 마사토는 씨앗과 수확의 비율이 1 대 3에서 1 대 4다. 이래가지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보고 왜 70퍼센트나 되는 황무지를 그냥 놀리나 하고 이상하게 여겼지만 비료가 없으면 수확이 없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시절 다수가 굶어죽은 이유다. 조선이라도 상답은 10배~12배를 수확한다.


    잘되는 집안에는 그럴 만한 무언가 있고, 안되는 집구석에도 그럴 만한 뭐가 있다. 예전에는 보통 집안에 환자가 있었다. 국가라면 지정학적 위치나 지하자원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제도나 관습, 종교 같은 무형의 것도 있다. 아랍인이 극단주의로 간 것은 징기스칸에 씹혀서다.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다. 북한은 육이오 때 미군공습 트라우마가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감행하며 분리를 외치는 배경에는 도버해협이 있고, 독일이 EU 중심으로 통합을 주장하는 데는 털어먹을 동유럽 있다.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 도버해협이 있다면 독일인들도 태도가 달라진다. 아프간이 저러는 것은 힌두쿠시가 있기 때문이고, 예멘이 저러는 것도 사막 귀퉁이에 산악이 있기 때문이고, 알바니아가 무수히 벙커를 지은 것도 그곳에 산악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를 살펴보면 견적 나온다. 구르카 용병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투민족은 산악을 끼고 있다. 항상 뭔가 있다. 있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자유국가에서 무슨 말을 하던 자기 마음이지만 존중받으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천칭저울과 같다. 저쪽에서 성의를 보여야 이쪽에서도 성의를 보인다. 귀신을 믿는것은 당연히 자유다. 진짜로 믿는다면 거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노벨상 가져오라는 말이다. 증명해보라는 말이다. 이 시국에 잠이 오냐구? 귀신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는데 잠이 와? 코앞에 귀신이 있는데, 이거 증명하면 노벨상이 쏟아질 판인데 그냥 자버려? 귀신 잡아다가 족쳐서 로또 당첨번호 알아내야지.


    귀신이 존재하려면 양자역학 찜쪄먹는 양양자역학이라도 나와야 한다. 양자역학을 간단히 씹어버리면 노벨상은 쏟아지게 되어 있다. 나는 목숨을 걸었는데 왜 목숨을 걸지 않는가? 각종 음모론에 텔레파시에 초능력, 유에프오 따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일삼는 사람은 왜 자신은 그것을 믿는다는 말만 하고 남에게 증명하라고 일을 시키나? 무슨 권리로? 본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싫다는 것인가?


    나는 그들의 비뚤어진 태도에 화가 난다. 그들의 목적은 상대를 이겨먹는 것이다. 그래서 불쾌하다. 그들은 진실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고 자신이 한 마디 해서 남이 열 마디 하게 만들면 자신이 이긴 걸로 치는 이상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게임을 걸고 상대를 이겨먹으려는 자들과 내가 대화를 맞춰줘야 하는가?


    구조론연구소에서도 그렇다. 발언하려면 성의를 보여야 한다. 배우려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보다 두 배의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보다 투자하는게 적다면 말할 이유가 없다. 공정하지 않다. 물음표 하나로 조지려는건 비겁한 태도다. 주어도 쓰기가 귀찮아서 동사 하나로 조진다.


    뭔가 선제적으로 그럴듯한 것을 보여주고 난 다음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 필자가 큰소리를 치는 것도 구조론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을 내밀고 난 다음에라야 남의 것을 추궁할 자격이 있다. 서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일생을 걸고 연구하는데 장난하듯이 빈정대고 이죽거린다면 슬픈 거다.


    왜? 그게 본질은 계급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게 피부색의 차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듯이 냄새가 다르면 서로는 대화가 불능이다. 지역색이 피부색이 될 수도 있고, 가방끈이 피부색이 될 수도 있다. 내가 1을 투자할 때 상대도 1을 투자해야 냄새가 같아진다. 피부색이 같아진다. 계급이 같아진다. 내가 생각한 만큼 당신도 생각해야 공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길은 정해져 있다. 한국에 안 되면 구글 번역의 완성도에 기대어 조만간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외국도 안 되면 후손에게나 말을 걸 뿐이다. 70억에서 숫자가 더 불어나 몇백억 혹은 몇천억이 될지 모를 인간 중에는 대화가 되는 사람이 더러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기록하는 이유다. 이 어둡고 답답한 세상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확 켜버리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21.08.29 (07:59:32)

끝에서 두 번째 문단 오타인듯 해서요. 허접-> 허점

오늘도 상큼하게 구조론으로 하루 시작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8.29 (09:30:58)

내용을 고치고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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