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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일보>의 '한국시론'에 실린 글입니다.*

鄭 후보가 밝혀야 할 것들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몽준 후보는 그가 재벌기업의 총수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는 다르게 검증 받아야 할 사안들이 있다. 첫째는 창당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의 실체와 자신이 총수로 있는 회사들의 선거동원에 대한 검증이다. 둘째는 재산축적과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가에 대한 검증이다. 셋째는 그의 재벌정책에 대한 검증이다.

첫째로 정 후보는 자신이 총수로 있는 기업들을 선거에 동원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자금은 “후원회비과 당비로 조달할 것이고, 필요하면 개인 돈을 쓸 것이다”고 공언했다. 아직 당이 없으니 당비는 없을 것이고, 후원회비를 얼마나 모금했는지도 밝힌 적이 없다. 더구나 신고한 재산내역에 의하면 당장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개인 돈은 20억원이 안 된다. 이는 선거자금은커녕 창당자금으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가 신고한 순재산은 1,710억원이지만 재산의 대부분인 현대중공업의 주식은 이미 신탁을 맡겨서 팔 생각이 없음을 분명하게 했다. 은행부채 500억원도 현대중공업 지분을 늘리기 위해 사용했다. 따라서 숨김없이 재산신고를 했다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이 들 선거자금은 그만두고라도 당장 창당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이 그를 지원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리고 정 후보 뿐 아니라 모든 후보가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나 정 후보는 현대중공업이 정주영씨가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에 509억원의 비자금을 지원한 전과가 있으며, 재산상태로 볼 때에 그가 공언한 개인 돈도 여유가 없다. 따라서 정 후보가 창당자금을 포함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현대계열사의 지원에 대한 우려는 의혹으로 발전될 것이고, 정경유착의 청산에 대한 그의 의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둘째로 정당하게 재산축적을 했는가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힐 의무가 있다. 그는 “아버지께서 도와 주셔서 재산을 장만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 내용과 세금납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수학공부를 못해서 정확한 숫자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을 피했다. 수천억원 재산을 가진 재벌총수로서 대통령 후보에 나선 사람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답변이다.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현대중공업이 1,882억원의 자금을 동원하여 주가조작에 참여했고, 자신이 소유한 현대전자 주식을 주가조작을 주도한 현대증권을 통해서 주가조작이 진행된 기간에 매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인 허위진술을 권고한 고문변호사가 징계를 받았고, 주가조작을 주도하여 실형을 받은 임원이 현대중공업에서 아직도 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행기 안에서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느니 주가조작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식의 책임회피를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신이 직접 결정한 정책이 아니니 실패해도 법적 책임이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청문회를 연다면 대통령은 그만두고 총리인준도 안될 일이다. 대통령후보로서 재산축적과정이 정당했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주가조작 등의 과거 경영과 관련된 문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야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재벌정책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정 후보는 총수들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악용하는 순환출자를 억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유지와 소액주주보호를 위한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에 찬성했다. 재벌옹호만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장은 토론과정에 제기된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을 뿐이지 아직 재벌정책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밝힌 바가 없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재벌의 은행소유,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방안, 그리고 자신과도 관련된 재벌 2세, 3세의 편법적인 상속, 증여세 회피를 막을 세제 등에 대한 정책을 제시해 재벌을 옹호하는 재벌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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