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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768 vote 0 2021.07.31 (16:42:48)

    세상은 게임이고, 게임은 이겨야 하며, 이기려면 공자가 밝힌 군자의 길, 맹자가 밝힌 의리의 길, 순자가 밝힌 정명의 길을 가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동물로 태어나지만 교육을 받아서 인간이 된다. 동물다움을 극복하고 인간다움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이성으로 본능을 극복하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자가 되어 사건을 일으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공자의 군자론이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사건의 주체로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간이다. 사건은 계속 연결되어야 하므로 혼자는 못한다. 팀을 이루고 함께 가야 한다. 그것이 맹자의 의리론이다. 사람이 말을 헷갈리게 하므로 팀이 협력할 수 없다. 말을 똑바로 해야 동료와 협력이 가능하다. 그것이 순자의 정명론이다.


    게임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정확하게는 사건의 연결이며 그것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사건을 지속적으로 연결시키려면 동력이 있어야 한다.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세다. 인간에게 그것은 의미다. 자본에서 그것은 이윤이고, 산업에서 그것은 혁신이고, 정치에서 그것은 권력이다. 사건의 결과가 양의 피드백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려면 에너지의 잉여가 있어야 한다. 구조의 효율성이 획득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 사건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운동에는 가속도가 있어야 하고 물체에는 관성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 그것은 진보로 나타나고 자연에서 그것은 진화로 나타난다.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접착제가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의 톱니바퀴를 긴밀하게 맞물리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모든 존재하는 것의 내부 조절장치가 된다. 그 조절장치의 작동을 게임에 이긴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긴다는 표현은 승리지상주의로 오해될 수 있다. 밸런스가 정답이다. 그것은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건의 닫힌계를 계속 닫혀 있게 만드는 것이다. 사건이 중간에 파탄나면 안 된다. 게임은 성사되어야 한다. 공자는 그것을 중도라고 했다. 그냥 중간은 아니다. 그것은 균형이되 대칭의 축을 장악하고 기세라는 플러스 알파를 가진 동적균형이다. 살아있는 균형이다. 팽이가 채직을 맞을수록 중심을 잡듯이 균형을 깨드리는 외부의 힘을 이겨내는 적극적인 균형이다. 자이로스코프처럼 균형을 깨려고 할수록 도리어 균형은 견고해진다. 그것은 게임의 주최측이 되는 것이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게임이 지속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내부적인 교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보통은 승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야구는 27아웃으로 끝이 난다. 이기는 팀은 더 많은 타석을 얻는다. 변별력을 높이는 장치다. 승리지상주의는 자신이 선수가 되어 게임에 이겨서 보상받으려는 것이고, 구조론의 길은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게임의 주최측이 되는 것이며, 그것은 균형을 추구하되 승자측에 가산점을 주고 패자 쪽에 패널티를 줘서 흥행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눈덩이를 굴러가게 하는 에너지의 경사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계적 균형을 지양하고 게임의 흥행을 유도하는 장치가 있다. 진보와 보수, 주인공과 빌런이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가되 최종적으로는 51 대 49로 진보가 이기고 히어로가 이기도록 판을 설계한다. 그것이 방향의 제시다. 균형이 없으면 싱겁게 끝나서 흥행이 안 되고, 균형이 내부적으로 교착되면 승부가 나지 않으므로 역시 흥행이 안 된다. 팽팽하게 긴장을 조성하되 결국은 이길 팀이 이기도록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사건의 조절장치다. 세상은 상호작용이라는 게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세와, 군자라는 이름의 의사결정권자와, 의리라는 이름의 협력과, 정명이라는 이름의 소통에 의해서 속도와 방향이 조절되어 작동하는 것이다.


    선수 노무현은 실패했지만 주최측의 노무현은 성공했다. 선거는 배신자 처단하기 게임이라는 노무현 룰을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주최측에는 선수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조절장치다. 넘치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내부에서 조절하는 것이 있다. 보통은 밸런스를 보지만 하나가 더 있다. 밸런스 + 방향성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그것이 배의 키가 되고 자동차의 핸들이 된다. 키를 쥐고 핸들을 장악하기까지는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니다.


    핸들은 직접 잡아봐야 감각을 익힐 수 있다. 그것은 무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전율함이 있어야 한다. 큰 충격을 받고 호르몬이 바뀌어야 한다. 나쁜 트라우마와 반대되는 좋은 트라우마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종교인이 교리를 믿듯이 체화시켜야 한다.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이 무의식 차원에서 감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 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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