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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9852 vote 0 2003.05.22 (19:41:09)

유시민이 옳다.

어릴 때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면서 느꼈던 위화감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물론 국민교육헌장에 감동을 느껴서 몸을 부르르 떨며 충성을 다짐하는 유형의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간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회시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면서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맹종하는 나의 행동이 과연 옳은가? 아니면 저항을 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했을 것입니다.

필자도 소년시절에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실존적인 의미에서의 부조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치 두 개의 나가 내 내부에 공존하는 듯한 느낌 말입니다. 내가 연극을 하는 듯한 느낌, 내가 내가 아닌 듯한 느낌, 내가 가짜 존재인 듯한 느낌 말입니다.

어쩌면 필자가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을 수 있습니다. 내게 있어서 그것은 일종의 상처였습니다.

우리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인이라면 그 상처는 더욱 심할 것입니다. ‘국기’라는 상징물에 충성을 서약하면서, 자신의 믿음과 배치되는 일이 아닌지 누구나 한두번은 고민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고민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강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잃는 것은 크고 얻는 것은 없습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가 타파되어야 할 일종의 파시즘적 잔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도 운동장조회를 하는 학교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파시즘의 잔재입니다.

저는 그때 교장선생님께 적의를 느꼈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적의를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어쩔줄 몰라 했습니다. 그것이 상처였습니다.


노무현과 동탁

문화일보에 연재되는 장정일의 삼국지는 동탁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조조의 공적으로 생각하는 그 시대의 진보들이 실은 일정부분 동탁의 업적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탁은 강족 출신으로 한족출신과는 아무런 연줄이 없었기 때문에 순전히 능력위주의 인사를 펼쳤습니다. 또 동탁은 한족의 문화를 몰랐기 때문에 자신은 군권만 장악하고 내정은 상당부분 이들 우수한 한족 관료들에게 상당부분을 위임해 버렸습니다. 정치는 잘 되었습니다.

왜 동탁은 몰락했는가? 여기서 소수정권이 자신과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다수 국민을 통치하는 기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탁의 몰락은 직접적으로는 내부분열 때문입니다.

노무현 역시 소수정권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노무현의 지지기반은 15퍼센트 정도에 불과합니다. 산술적으로 48프로 지지를 얻기는 했지만 나머지 32프로는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가짜 지지입니다.

동탁도 초기에 선정을 펼쳐 한족의 환심을 샀습니다. 널리 인재를 등용하여 제도를 혁파하고 세금은 줄여주고 상업을 발달시켜 만인의 칭송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방에 갔습니다.

민심이 동탁에게서 멀어진 이유는 일부 한족 관료들이 고의로 퍼뜨린 유언비어 때문인데, 유언비어가 먹히는 이유는 동탁이 오랑캐인 강족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도 비슷합니다. 지역주의 때문에 유언비어가 먹힐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노무현의 통치술은 어떠해야 하는가? 호남에서 2인자를 조기에 발탁해야 합니다. 만약 노무현의 2인자가 영남에서 나온다면 노무현은 100프로 무너집니다. 동탁의 실패와 같습니다.

여포는 동탁의 실세요 2인자 였지만 한족들에게는 동탁의 경호실장 정도로 밖에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강족 출신의 여포는 한족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여포가 아무리 높은 봉록을 받더라도 그것이 본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한족관료인 왕윤이 여포를 회유했습니다. 『당신은 우리 한족들의 은인이 될 것이오.』 이 말에 뻑 가버린 겁니다. 한족관료가 우글거리는 궁정에서 일종의 왕따신세였던 여포가 한족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속아넘어갔습니다.

노무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남에서 2인자를 만들면 반드시 여포가 됩니다. 노태우가 박철언을 2인자로 만들었다가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와 본질이 같은 집단에서 2인자를 만들면 100프로 내분이 일어나서 실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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