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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0100 vote 0 2011.02.11 (01: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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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과 원칙-기정론

전쟁의 승패는 오직 포지셔닝의 우위 하나로 결정된다. 이 개념을 비교적 정확히 이해한 사람은 손빈병법을 쓴 손빈이라 할 수 있다. 손빈은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의 손자로 할아버지의 손자병법을 발전시킨 손빈병법을 썼다. 손빈은 귀곡자 문하에서 방연과 동문수학하였으나 먼저 세상으로 나가 출세한 방연의 계략에 속아 무릎을 잘리는 형벌을 받고 앉은뱅이가 된 상태로 제나라 장군 전기를 도와 방연의 대군을 물리쳐 복수한 사실로 유명하다.


1971년에 발견된 한나라 초기의 무덤 마왕퇴에서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함께 발굴되는 바람에 비로소 손빈병법의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마왕퇴가 발굴되기 전에는 손자병법이 하나인지 둘인지, 혹은 손무가 썼는지 손빈이 썼는지를 두고 학계에서 어지럽게 논쟁하고 있었다. 둘이 동일인이라거나 혹은 한 쪽은 후대에 꾸며낸 가공의 인물이라는 말도 있었다. 마왕퇴가 발굴되자 학계의 논쟁이 종식되었다. 당시 논쟁이 치열하였기로 패배한 쪽이 자결했다는 말까지 떠돌았다.


손빈병법 기정(奇正)편에서 기(奇)와 정(正) 개념으로 ‘포지셔닝의 우위’를 논하고 있다. 손무도 기정을 언급하였으나 초보적인 단계라 하겠고, 손빈이 이 개념을 심화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기와 정, 곧 기도(奇道)와 정도(正道)를 일단 변칙과 원칙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대립개념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태극의 음양(陰陽)과 같이 조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노장사상과 음양오행설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로마교범이고 변칙을 강조하는 것이 손자병법이다. 구조론의 포지셔닝 원리에 따라 손자병법은 결코 로마교범을 이기지 못한다. 변칙이 결코 원칙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손자병법은 시종일관 기도를 강조한다. 손자는 노자의 무위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는 변칙가다. 노자는 후대의 인물이거나 아니면 가공의 인물이지만 그 사상적 기반인 도가는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기와 정을 도교의 무(無)와 유교의 유(有)가 대립하는 패턴으로 볼 수 있다. 공자의 예(禮)야 말로 가장 유형적인 것이며, 도교는 무형을 강조하며 유교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기본적으로 무형의 철학이자 기도(奇道)의 병법이지만 정도(正道) 역시 중요하게 본다. 기와 정을 합쳐 기정이라고 표현하며 둘의 조화를 중시한 것이다. 이는 도교의 음양사상에 영향을 받은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정은 음양의 조화라 하겠다.


三軍之衆(삼군지중) 可使必受敵而無敗者(가사필수적이무패자) 奇正是也(기정시야)


손자병법 병세(兵勢) 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칙과 변칙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기정이 승리의 요체라는 말이다. 여기서는 기정을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손빈병법 기정(奇正) 편에서는 기정을 확실한 ‘포지셔닝의 우위’로 설명하고 있다. 손빈의 주장은 한 마디로 ‘갑’이 되어야 전쟁에 승리한다는 거다. 기정을 단순히 지휘관이 현장에서 임기응변하여 요령있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모든 국면에서 확실히 우월한 위치를 장악하고 열악한 위치에 있는 적을 타격하여 제압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기정편이 손빈병법의 핵심이라 하겠다. 손빈은 출기제승(出奇制勝)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고요함으로 적의 움직임에 대처하고, 휴식으로 적의 수고로움에 대처하고, 배부름으로 적의 굶주림에 대처하고, 엄격한 통제로 적의 혼란함에 대처하고, 집중함으로써 적의 분산에 대처하는 것이 출기제승의 요체다. 여기서 손빈이 강조하는 고요함, 휴식, 배부름, 통제, 집중은 기도가 아니라 오히려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손빈의 기(奇)는 변칙이 아니라 오히려 원칙에 가까운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포지셔닝의 우위다. 손빈은 단순히 속임수를 쓰는게 아니라 확실히 적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을 기(奇)로 본 것이다.


우선 기(奇)라는 단어에는 ‘기괴(奇怪)하다’, ‘별나다’는 뜻도 있지만 ‘빼어나다’는 뜻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기에는 명백히 ‘우월하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기정은 한 마디로 ‘포지셔닝의 우위’가 된다. 손빈은 공개된 전력을 정(正), 감추어진 전력을 기(奇)라고 했다. 손빈은 이를 유(有)와 무(無)로 표현하고 있다. 유(有)의 사상인 유교와 무(無)의 사상은 도교를 변증법적으로 조화시키면서도 역시 최종적으로는 도교를 앞세운 것이다.


◎ 손자 - 기정은 원칙을 초월하여 요령있게 싸우는 것이다.
◎ 손빈 - 기정은 은밀히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싸우는 것이다.


원래 기(奇)는 고대의 전투에서 기병을 방진의 양 날개로 붙여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요, 정(正)은 중갑병을 중앙에 배치하여 숫적 우위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했다. 기정은 간단히 중갑병을 중앙에 배치하여 돌파당하지 않게 지키며, 날랜 기병을 양 날개에 붙여놓았다가, 중군이 가운데서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좌군과 우군을 빠르게 전개하여 적을 포위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다. 이때 기병의 운용능력에 의해 승부가 가려진다.


손무가 기정을 강조한 것은 현장에서 격돌한 상태에서 승부처를 파악하고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기병을 돌진시켜 승리를 끌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타고난 승부사의 승부감각이 필요하다. 이 방면에 능한 사람이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이었다. 그들은 적의 허실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어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에서도 순간적으로 적의 헛점을 찾아내고 그 부분에 기병을 돌진시키거나 혹은 포병화력을 집중시켜 승리를 얻어내곤 했다. 승부처가 되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지점을 찾아내는 본능적인 센스가 있었던 것이다.


2차대전때 소련군에 포로로 잡혀 시베리아로 끌려가서 채석장 일을 했던 자그마한 몸집의 어떤 일본군 장교는 나중 풀려나서 일본으로 돌아와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 ‘시베리아 수용소의 채석장에서 고생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 수용소에서 대접을 잘 받았다’고 말해서 기자를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그 일본군 장교는 지질학을 연구한 사람이라 바위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이 체구가 작은 일본인에게 많은 작업량을 할당했지만 그는 쉽게 목표량을 달성해 버렸다. 전문가로 인정받아 러시아측으로부터 오히려 융숭하게 대접받았다고 한다.


돌을 깨는 석공은 어디를 때려야 바위가 갈라지는지 안다. 바위에도 결이 있다. 솜씨있는 석공이 그 지점에 해머로 두어번 내려치기만 해도 큰 바위가 쫙 갈라진다. 전투에도 그러한 결이 있다. 알렉산더나 나폴레옹이나 패왕 항우같은 명장들은 어디를 때리면 적군이 대쪽처럼 쪼개지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 지점은 치열한 전투과정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 임기응변해야 한다. 그러므로 손무가 기정을 강조한 것이다. 사전에 작전을 다 짜놓지 말고 현장에서 지휘관의 능력으로 기세를 읽고 임기응변하라는 말이다.


그런데 손무는 춘추시대의 인물이고 손빈은 전국시대 인물이다. 그 사이에 전쟁의 규모가 커져서 전술이 바뀌었다. 수천명 정도를 운용하던 춘추시대에는 넓은 들판에 모여 회전을 하는 식이어서 기병의 우수함을 활용하는 것이 기도(奇道)였지만, 10만대군이 만들어진 전국시대에는 대군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기도(奇道)가 될 수 있다. 손빈은 기를 고정적인 형식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가운데의 상대적인 우위로 파악한 것이다.


손빈은 특히 형세를 강조하였는데, 그 내용으로는 선발대와 후속부대의 명확한 역할분담, 공격로와 후퇴로의 사전확보, 병사가 현장에서 실제로 실천해낼 수 있는 합리적인 명령, 승리한 자는 포상하고 패퇴한 자는 교체하며 피로한 군대에는 휴식을 주고 굶주린 부대에는 보급을 주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지휘를 강조했다. 그래야만 흐르는 물이 계곡의 바위를 밀어내고 돌을 굴리듯한 세력을 얻는다고 말하고 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서는 세력을 얻을 수 없다. 세력이 없으면 기정도 소용없는 것이다.


손빈의 이러한 관점은 속임수를 강조하는 손자와 다르다. 3천명 정도의 소규모 전투를 일삼던 춘추시대는 속임수가 가능했지만, 10만대군이 출동하던 전국시대에는 속임수로 승리를 얻을 수 없다. 원칙과 상식이 중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손무와 손빈은 공통적으로 기정을 승리의 요체로 보았으며, 손자는 지휘관의 임기응변 능력을 강조하였고, 손빈은 감추어진 포지셔닝의 우위를 강조하였다. 지휘관의 능력이나 포지셔닝의 우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奇)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기와 정이 붙어서 한 단어가 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손무도 손빈도 원칙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손무는 원칙을 토대로 한 변칙을 주장하고, 손빈은 원칙을 토대로 한 포지셔닝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손빈병법이 더 진보한 병법이다.


손빈은 특히 세를 강조하였으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휘로 세력을 얻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보통 엉터리 지휘관이 되지도 않은 정신력을 강조한다거나, 혹은 황당한 주술을 건다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등으로 요행수를 바라고 괴상한 짓을 하는데 이를 배척하고 병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휘를 요구한 것이다. 거기서 세력이 나오는 것이다. 손빈이야말로 포지션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 병법가라 할 수 있다.


왜 원칙과 상식이어야 하는가? 지휘관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대개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신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휘관이 부대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근의 지세에 어둡고, 스파이를 운용하지 못해 정보가 없고, 자문할 구할 변변한 참모도 없고, 대비한 작전도 없을때 지휘관 한 사람에게 스트레스가 집중된다. 그 경우 심리적으로 무너져서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며 이때 병사들은 지휘관의 심리상태를 눈치채고 도망갈 준비부터 한다.


원칙이 아니면 세가 불어나지 않는다. 지휘관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사병이 이해할 수 있는 지휘를 해야 한다. 정공법으로는 패해도 세를 불려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속임수로 패 하면 웃음거리가 되어 세를 잃고 바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손빈의 출기제승(出奇制勝)은 역시 기를 강조한 것이지만, 원칙 위에 포지션의 우위라는 플러스 알파를 태우라는 말이다. 원칙으로 적과 대치하여 막아내고 시간을 번 다음 숨겨둔 변칙을 구사하여 승리를 얻는다. 선원칙 후변칙이다. 이 구조는 구조론의 포지셔닝원리와 일치한다. 교범식 전투를 한다고 해서 교범에만 붙잡혀 있을 이유는 없다. 현장에서는 마땅히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원칙을 지키고, 대형을 이루고, 정도를 따르고, 상식적인 지휘를 해야 형세가 얻어지며, 크게 세력을 이루어야 승부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며, 그 점에서 볼 때 역시 로마교범식 전투가 손자병법보다 우위라 하겠다. 지휘관이 기상천외한 짓을 반복하면 병사는 따르지 않는다. 한번 싸움에 지더라도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징기스칸은 자무카와 토오릴 칸에게 잇달아 패하였지만 패하면서도 대형을 유지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며 질서있게 패했기 때문에 도리어 명성을 얻고 크게 세가 불어났다.


손빈이 조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제나라 장군 전기를 도와 위나라 방연과 싸울 때 기상천외한 속임수를 썼지만, 이런 속임수는 한 번 써먹을 수 있는 전술이며 그것도 원칙을 지켜서 잘 훈련된 군대라야 가능하다. 징기스칸은 일생 40여회의 전쟁을 하면서 같은 전술을 두차례 이상 반복하여 사용한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속임수는 반복할 수 없으므로 원칙이 중요하고 정도가 중요하다.


한국축구가 요즘 패스축구를 도입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좋은데 실전에서 잘 안 먹히는 이유는 볼 키핑력 때문이라고도 한다. 먼저 수비가 되어야 한다. 패스하다가 볼 뺏기면 곤란하다. 가운데를 지켜야 한다. 중앙을 두텁게 하여 돌파당하지 않는 것이 정이다. 손자병법이 강조하는 기를 위해서라도 역시 정이 필요하다. 기와 정은 대략 6 대 4로 나누되 4로 중앙을 지키게 하고 6을 다시 둘로 나누어 양 날개로 붙여서 적을 에워싸는 것이다.


◎ 기 - 변칙, 감추어 둔 전력, 공격력
◎ 정 - 원칙, 드러나 있는 전력, 방어력
◎ 기정 - 원칙 위에 변칙을 태워 포지셔닝의 우위로 이긴다.


기정은 기를 취하고 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정으로 수비하며 시간을 번 다음 기로 공격하여 승리를 얻는 전술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포지셔닝의 우위를 이루려면 반드시 적과 대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적과 아군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면 포지셔닝의 우위를 이룰 수 없다. 정이 앞서지 않으면 결코 기를 이룰 수 없다. 그러므로 기와 정은 항상 함께 가는 것이며, 현대전에서는 정이 더 중요하다. 먼저 정으로 대치한 다음에 기를 구사해야 한다.


아군의 중군과 적의 중군이 전장에서 격돌하여 팽팽하게 교착되어야만 좌우의 기병을 운용할 수 있다. 드러난 전력이 충돌해야 숨겨진 전력을 운용할 수 있다. 알렉산더 이전에도 기병이 있었고, 한니발 이전에도 기병이 있었지만 대개 기병은 적의 기병과 싸우는 식이어서 누구도 기병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 팔랑크스는 가운데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기병은 한쪽 구석으로 옮겨가서 같은 기병끼리 싸우는 판이어서 기병과 보병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지 못한 것이다.


기병의 운용은 절대적으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칸나에 회전에서 한니발은 가운데에 스페인 등지에서 모집한 약한 병사를 두어 시간을 끌며 기회를 노리는 방법을 썼다. 로마군이 카르타고의 약한 중앙을 돌파하여 거의 승기를 잡았을 때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보름달 모양으로 카르타고군에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니발의 타이밍 판단이 늦었다면 로마군이 승리했을 수도 있었다. 이는 절대적으로 지휘관의 능력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완전하지 않다.


최고의 전쟁은 불패의 전쟁이며, 지휘관의 능력이 없어도 이기는 전쟁이다. 알렉산더나 나폴레옹, 한니발, 패왕 항우, 롬멜의 경우와 같이 지휘관의 능력이 부각되면 최고의 전술이라 할 수 없다. 징기스칸 사후에도 몽고군은 계속 승리했다. 로마군단처럼 무조건 승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손무의 기정은 지휘관의 능력으로 이기고, 손빈의 기정은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이긴다고 볼 수 있다. 인물이 없다는게 지금 진보의 약점이다. 그러므로 시스템으로 이겨야 한다.


수순이 중요하다. 정으로 대치하여 적의 힘을 최대한 드러난 광장으로 끌어내고 감추어둔 기로 승리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광장에서 크게 대치해야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동원, 기동, 돌파, 조직, 세력의 다섯가지 국면에서 전장에서의 대치가 일어난다. 모든 면에서 포지셔닝의 우위를 이루어야 한다. 대치하려면 역시 정이 필요하다. 유형의 포진이 중요하다.


손빈은 기를 무(無)라고 했으니 이는 하부구조로 대치한 상태에서 은밀히 상부구조로 이동해 있는 것을 말함이다. 동원전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은밀히 기동하고, 기동전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은밀히 돌파하고, 돌파전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은밀히 조직을 가동하여 협력플레이를 구사하고, 조직전으로 대치한 상태에서 외부로 뻗어나가 은밀히 세력을 늘리는 것이다.


손빈은 포지셔닝의 우위를 강조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는 말하지 않았다. 정으로 유형을 드러내어 대치함으로써 은밀한 기동이 가능하다. 아군을 눈에 띄는 벌판에 배치해야 적도 벌판으로 나온다. 그럴 때 숲에 매복시켜 둔 유군을 운용하면 승리할 수 있다. 아군이 숨어 있으면 적이 경계하여 나오지도 않는다. 반드시 유형을 드러낸 다음에 무형으로 공격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은 싸움이 커질수록, 장기전으로 갈수록 분명해진다. 삼국지로 보더라도 초반에는 관우나 여포와 같은 맹장의 지휘능력이 강조되었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없게 되어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병법도 먹히지 않고, 시스템이 강한 위나라가 이겼다. 손자병법이 재미는 있지만 현대의 병법은 아니다. 바둑으로 보더라도 초반 포석을 강조하는 것이 현대바둑이고, 포석없이 바로 싸움부터 하는 것이 옛날 순장바둑이다. 초반 포석은 모두 노출되므로 정이고, 중반 전투는 상대가 어찌나올지 알 수가 없으므로 기다. 정이 중요하고 원칙이 중요하다.


공자는 원칙가라 할 수 있다. 노자는 변칙가라 할 수 있다. 손자병법은 근본 도교사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변칙을 강조하고 있다. 변칙을 모르는 서양의 군사가에게는 손자병법이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이 있어야 변칙도 가능하다. 손무와 손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손무와 손빈은 공통적으로 원칙 위에 변칙을 태우라고 말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승리를 끌어내는 기술은 적의 의표를 찌르는 변칙이지만, 어디까지나 선원칙 후변칙이다.


변칙은 싸워서 이기는 기술이지만 원칙은 싸우지 않고 세를 이루어 이기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이기는 기술은 다시 원칙이다. 전장에서 이기는 기술은 변칙이지만 전장에 뛰어들었다면 이미 진정한 승리는 아닌 것이다.


구조로 말하면 하부구조에서 원칙을 드러내어 적과 명확한 대칭구도를 이룬 후에라야 은밀히 의표를 찌르는 변칙을 구사할 수 있다. 정은 유(有), 기는 무(無)다. 유형에서 무형이 나온다. 먼저 대형을 갖추고 다음 움직여서 그 대형을 깨뜨리는데서 승리가 얻어진다. 조직력을 갖추고 패스축구를 소화한 다음에는 다시 그 답답한 형을 깨뜨려야 한다. 끝내 형태에 갇혀 있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애초에 형을 모르고 뻥축구를 구사하며 요행수만 바라는 자 역시 승리할 수 없다. 바위처럼 막아선 다음에 바람처럼, 불처럼 덥쳐야 한다.


복잡한 구조를 기와 정, 혹은 무와 유 두 글자로 표현하는건 무리다. 의미를 발전시켜야 한다. 기는 변칙, 혹은 우수함, 혹은 무형의 것을 뜻하고, 정은 원칙, 혹은 평범함, 혹은 유형의 것을 뜻하지만 더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은 어떤 둘의 만남이며, 기는 그 만남에 의한 진보와 발전과 성장이다.


◎ 정 - 어떤 둘의 만남에 필요한 형식
◎ 기 - 만남에서 얻어지는 진보와 성장의 플러스 알파


결혼은 둘의 만남이다. 이는 형이 있는 것이니 정이다. 화려한 결혼식의 형식이 있다. 결혼을 하면 아이가 태어난다. 식구가 불어난다. 이러한 진보와 발전은 잘 포착되지 않으니 기다. 문명과 역사와 공동체는 드러나 있으니 정이며 그 문명의 발전, 그 역사의 진보, 그 공동체의 발달은 잘 포착되지 않으니 기다. 먼저 요란하게 만나서 크게 형세를 이룬 다음에 은밀히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 거기에 진정한 승리의 요체가 있다. 발전없이 형세만 믿고 까불다가는 거품이 꺼져서 한 방에 훅 가게 되고, 형세없이 막연히 발전을 꾀하다가는 지리멸렬해진다.


◎ 형세만 믿고 발전이 없는 경우 - 원소처럼 한 방에 훅 간다.
◎ 형세없이 발전만 꾀하는 경우 - 초반의 유비처럼 지리멸렬해진다.


지금 한나라당은 형세만 믿고 발전이 없는 구조이고, 참여당은 형세도 없이 발전만 꾀하는 경우이다. 민주당은 형세도 없고 발전도 없다. 유비가 초반에 지리멸렬하다가 적벽대전이후 손권과 연대하여 단번에 일어섰듯이 크게 형세를 이루어 벌떡 일어서야 한다. 큰 싸움에 임하여 외부세력과 연대함으로써 가능하다.


형을 이루어 세를 달성하여야 한다. 형을 정으로 놓고 세를 기로 감추었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기를 꺼내들어 폭발적인 세불리기로 제압해야 한다. 대통합야당 운운하며 무조건 통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래서는 형을 얻되 세를 얻을 수 없다. 세는 타이밍이다. 먼저 뻗대서 몸값부터 올려야 한다.


수순이 중요하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마구잡이 통합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구조로 말하면 세력전, 조직전, 돌파전, 기동전, 동원전의 모든 카드를 손에 쥔 상태에서, 먼저 동원전 카드를 꺼내든다. 이때 적도 동원전으로 나오면 넓은 평원에서 대치한다. 대치상태에서 은밀히 기동전을 구사하여 적의 뒤통수를 친다. 적이 역시 기동전으로 맞서면 돌파전으로 뒤통수를 친다. 이 패턴을 세력전에 도달하기까지 5회 반복한다. 최종단계에는 대의명분이 있는 쪽이 승리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춘 쪽이 승리한다. 진화형 생장구조를 장착한 쪽이 승리한다. 머리 좋은 쪽이 승리하고 젊은 쪽이 승리한다. 정의가 승리한다.


모든 카드를 다 갖춘 상태에서 가장 낮은 카드부터 차례로 꺼내들어 차츰 단계를 높여가며 싸움의 레벨을 끌어올린다. 이것이 모든 국면에서 일관되게 포지셔닝의 우위를 이루는 기정의 요체다. 적은 아군의 다음 카드를 모르므로 걸려든다. 아군은 패배해도 리더가 다음 카드를 제시할 것을 믿고 대형을 유지한다. 이겨도 이기고 져도 이긴다. 어떤 경우에도 지휘부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포커는 바닥패로 대치하고 감춘 패로 승부한다. 나쁜 패로 대치하고 좋은 패로 승부하는 것이 병법이다. 야권통합은 물론 좋은 것이다. 좋은 카드를 먼저 꺼내는 자 치고 승리한 자가 없다.




제목 없음.JPG



마음의 구조가 새로 나왔습니다. 인간은 공동체적 동물이며, 마음은 언제라도 그대를 공동체의 중심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가? 존엄이 있습니다. 존엄을 얻을 때 마음은 진정으로 다스려 집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미친거북이

2011.02.13 (16:27:22)

이 글을 천정배 의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보고 좀 전달해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직 딱히 생각이 안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1.02.14 (03:01:40)

천정배 의원 트위터에 멘션 쏴주면 되겠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02.14 (14:24:57)

정배가 알아먹을 수준은 아니죠.

답을 몰라서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징기스칸의 모든 답을 분석해서 낱낱이 알려준다고 해도

그걸 실천할 사람은 지구에 없습니다.


징기스칸은 워낙 등 뒤에 칼 들고 쫓아오는 자가 많아서 먹고 살려고 그런 거고.


징기스칸은

-9살때 아버지 잃고 부족에서 축출. 부양가족 10명 이상.

-13살때 형을 죽여서 살인죄로 목에 칼 쓰고 포로생활 끝에 탈출

-14살때 도둑떼 12명에게 쫓겨 입에 화살맞고 기절. 깨어나서 도둑 추격.

-15살때 데릴사위제로 약혼했던부인을 데려왔으나 메르키트족에 약탈당함.

-17세때 토오릴칸, 자무카 셋이서 메르키트족 공격하여 부인을 되찾아옴. 

-17세때 칸으로 추대. 부하들이 면전에서 개싸움 하는 바람에 웃음거리로 전락.

-지휘력 부족으로 부하들 대거 이탈, 고립됨.

-18세때 자무카 부하를 빼왔다가 공격당해 도주. 금나라 지역으로 도망.

-이후 10여년간 금나라에 빌붙어 매국노 노릇하며 겨우 연명.

-거지된 토오릴 칸을 구해주고 점차 세력 회복.

(나이는 정확하지 않음. 기록이 다 달라서)


인간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똥줄이 타야 그나마 약간 변합니다.

큰 인물이 나타나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알아도 실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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