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81 vote 0 2019.11.20 (18:08:24)


    세상은 구조다. 구조는 내부구조다. 알고자 한다면 사물의 내부를 관찰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밖에서 사물을 관찰한다. 내부는 알 수 없다고 여긴다. 원자 개념이 그렇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이 원자다.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외부를 관찰하여 내부까지 알 수 있다고 믿는다.


    밖에서 관찰하여 얻은 정보는 사물의 성질이다. 고유한 속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모순이다. 속성은 내부의 성질인데 내부를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부를 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 달고 소금이 짠 것이 물질 내부의 고유한 속성이다. 그런데 외부를 관찰해놓고 내부를 알았다고 믿는다.


    같은 색깔도 색맹이 보면 다르게 보인다. 칼라는 눈의 사정이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것은 소금과 설탕의 내부사정이 아니라 사람 혀의 사정이다. 색맹이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면 그 흑백은 세상의 사정이 아니라 색맹의 눈 문제다.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거울로 삼아 자기를 관측한다.


    속성 개념이나 원자 개념은 모순이다. 원자가 쪼개지지 않는 것은 인간의 기술력 한계이지 물질 자체의 사정이 아니다. 소금이 짜고 설탕이 단 것은 인간 혀의 문제이지 소금과 설탕의 사정이 아니다. 물론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과 밖은 대칭이므로 밖을 근거로 안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는 깡통을 두드려서 소리를 듣고 속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박이 익었는지 두드려보고 안다. 사실은 수박을 쪼개본 적이 있고 깡통을 열어본 적이 있다. 정확히 알려면 내부를 알아야 하고 사람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밖에서 알아낸 것은 진실의 절반에 불과하다. 단서를 잡은 정도다.


    우리는 사물 내부로 들어갈 수 없으나 사건 내부로는 들어갈 수 있다. 사물을 집적하면 사건이 된다. 사물과 사건의 관계를 안다면 사건을 보고 사물을 알 수 있다. 사건의 구조를 보고 사물의 속성을 알 수 있다. 사건은 에너지를 태운 전체다. 사물은 부분이다. 먼저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구조다. 패턴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작은 것과 큰 것의 패턴은 상동이므로 큰 것을 보고 작은 것을 알고 외부를 보고 내부를 안다.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알아야 외부를 보고 내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개인을 관찰하여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천만에. 집단을 관찰해야 개인을 안다.


    인간의 행동은 개인의 고유한 선악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집단과의 관계에 따라 선도 되고 악도 되는 것이다. 태어날때부터 어떤 사람은 순도 100의 선을 띠고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순도 100의 악을 띠고 태어나며 선과 악의 성분비에 따라서 선한 사람이 되거나 악당이 된다고 믿는다면 유치하다.


    고유한 속성은 없으며 집단과의 관계가 결정한다. 노예취급을 받으면 노예행동을 하고 귀족대우를 받으면 귀족행세를 한다. 인간은 타인이 원하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단 그 타인이 감정이입과 자기동일시가 되는 집단의 일원인지 타격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 타자인지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사물을 모아놓으면 일정한 조건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관찰해야 한다.세상은 사물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의 연결이다. 내부의 속성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가 내부로 침투하는 것이다. 잘못된 환경에서 자라면 비뚤어진다. 생선이 소금에 절여지듯 외부가 내부로 침투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11.22 (06:57:37)

"집단을 관찰해야 개인을 안다. 인간의 행동은 개인의 고유한 선악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집단과의 관계에 따라 선도 되고 악도 되는 것이다."

http://gujoron.com/xe/1142583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734 심리학에서 물리학으로 1 김동렬 2019-10-14 3196
1733 소금이 왜 짜냐? 3 김동렬 2019-04-11 3196
1732 존재는 액션이다 김동렬 2023-07-03 3195
1731 이재명이 사는 법 1 김동렬 2024-01-03 3193
1730 비트코인과 구조론 2 김동렬 2023-05-12 3190
1729 이기는 힘의 이해 김동렬 2022-08-23 3190
1728 안철수의 선택 1 김동렬 2022-02-21 3188
1727 차원의 이해 1 김동렬 2018-11-13 3188
1726 금태섭, 진중권의 독점시장 4 김동렬 2020-06-30 3187
1725 기독교의 본질 3 김동렬 2020-06-24 3187
1724 진중권의 망신 1 김동렬 2022-01-26 3186
1723 제논의 궤변 image 1 김동렬 2020-05-22 3185
1722 몬티홀 딜레마 1 김동렬 2020-04-20 3185
1721 효율성의 법칙 6 김동렬 2019-07-24 3185
1720 인간의 운명 1 김동렬 2020-06-21 3184
1719 김대중의 예견 김동렬 2021-10-16 3183
1718 한명숙과 룰라의 독수독과 김동렬 2021-03-12 3183
1717 아킬레스와 거북이 3 김동렬 2020-06-02 3183
1716 소인배의 권력행동 3 김동렬 2019-07-14 3183
1715 사유의 표준촛불 김동렬 2021-10-01 3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