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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57 vote 1 2019.06.18 (19:08:47)

    오해하는 분이 여럿 있었는데, 자기소개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고, 인간은 가만두면 나와 타자 사이에 대칭을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그 대칭에 의지하여 말하는 습관이 있으므로 그런 자기소개형 말투를 쓰지 말고 객관적으로 말하라는 뜻이다.


    예컨대 상대방이 짬뽕을 시키면 난 짜장 하는 식으로 상대의 행동에 연동시켜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다. 자한당의 모든 결정은 일단 문재인이 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쪽이다. 그게 자기소개다. 사실소개를 해야 한다.


    그런데 훈련되지 않은 일반인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말을 못 한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런 데서 수준을 들킨다는 것이다. 지식인은 대략 객관적으로 말하는 훈련을 받는 것이다.


    지식인은 공식에 의지하거나 진영논리에 의지하거나 학계의 정설을 따른다. 주관적인 관점을 배제하고 말하는 훈련을 한다. 그런데 못 배운 사람들은 무심코 난 이렇게 느꼈어! 난 이게 싫어! 난 이게 좋더라. 하고 자기감정을 개입시켜서 말한다.


    그런데 이런 언동들은 알고 보면 집단 무의식에 의해 조종된 가짜 주관이다. 진짜 자기 생각이 아니라 집단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바에 따라 덧씌워진 가짜 자기다. 무대 위의 배우처럼 연기하는 것이다. 집단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배역을 소개한다.

 

    집단 안에서 자기 위치를 강조하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무심코 아빠가 말이야 형이 말아야 동생이 말이야 여자가 말이야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다. 요즘은 민감한데 무심코 여자 치고 일을 잘하는군요 하고 칭찬하다가 성인지감수성에 걸린다.


    그냥 악의 없이 상대방을 칭찬하려고 한 말인데 엄청 깨지는 것이다. 즉 여자 치고 일 잘한다는 표현이 나는 남자라서 일을 더 잘하는뎅 하는 자기소개가 되는 것이다. 구조론연구소에서 발언하려면 지식인의 객관적인 말하기를 훈련하는 게 좋다.


    어떤 규칙에 맞추어 이론적으로 생각을 풀어내야지 그냥 느낀 것을 말하면 안 된다. 예컨대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영화 기생충을 보고 자기 경험을 대입시켜 영화를 평가하고 평점을 준다면? 그것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닌 것이다. 그게 자기소개다. 


    자기를 알리고 친구를 사귈 목적으로 하는 자기소개는 당연히 환영한다. 필자가 주문하는 것은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거의 백퍼센트 이런 데서 수준을 들켜버린다는 거다. 지식인들이 그런 것을 트집잡아 따돌리는 수가 있다는 거다.


    지식인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키고 만다. 지식인은 의도적으로 객관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한다. 지식인의 말하기는 자기를 배제하고 사건 안에서 숨은 대칭성을 발견하는 거다. 일반인들은 그냥 생각없이 나는 콜라가 좋아 하고 말한다.


    지식인은 나를 배제하고 콜라에는 햄버거가 어울리지. 이렇게 말한다. 아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서 3초 안에 상대의 수준을 간파하고 대화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정한다. 난 소주가 좋더라. 이러면 안 되고 소주는 다양한 칵테일이 가능하지.


    폭탄주도 제조할 수 있고. 이런 식으로 말해야 유식한 티가 좔좔 흘러주는 것이다. 이런 말하기 기술만 배워도 애인한테 점수를 딸 수 있다. 왜냐하면 자기소개형 말투는 무의식적으로 허세를 부리고 잘난 척하는 결과가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유식한 척하다가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다. 하여간 점잖게 말하는 기술만 배워도 구조론연구소에서 본전을 뽑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어떤 경우에도 대칭성을 따라가며 사건 안에서 대칭성을 포착하면 유식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대칭의 축을 발견하고 그 대칭이 작동하는 장을 발견하면 더 유식하게 말할 수 있다. 초딩은 난 류현진이 좋더라 감동했다 우와 대단하다 죽이잖아. 이러고 중딩은 포수 아무개와 합이 잘 맞더라고 이러고 고딩은 메이저리그가 말이야 하는 거다.


    그 바닥의 환경과 그 환경의 변화에 따른 트렌드를 말하면 대가행세를 할 수 있다. 그냥 사건 안에서 대칭성을 발견하여 합이 맞는지 살피면 조금 유식한 척할 수 있다. 그냥 내가 맛있다고 하면 초딩이고 음식들 간의 합을 말해주면 중딩은 된다.


    요식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말해주면 고딩행세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데서 사람의 수준을 들키기 때문에 느낀 대로 말하지 말고 사건 안에서 대칭성을 찾아보고 그 대칭된 양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토대의 작동에서 방향성을 찾아보도록 하자.


    투머치토커 박찬호가 끊임없이 자기소개를 하는 것은 지능이 모자란다는 증거다.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게 좋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19 (03:30:58)

"느낀대로 말하지 말고 사건 안에서 대칭성을 찾아보고 그 대칭된 양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토대의 작동에서 방향성을 찾아보도록 하자."

http://gujoron.com/xe/109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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