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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887 vote 0 2021.03.09 (19:55:30)

      

    고통은 권력의지 때문이다.


    과거에는 배고픔과 질병과 죽음이라는 물리적 고통이 인간을 아프게 했지만 지금은 불안, 좌절, 우울이라는 정신적 고통이 인간을 힘들게 한다. 물리적 고통은 자본의 생산력으로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 정신적 고통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증대로 해결해야 한다.


    상호작용을 증대하는 방법은 권력을 조직하는 것이다. 사건을 일으키고 사건에 가담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획득된다. 사건을 통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상호작용을 양의 되먹임 상태로 유지시킨다. 그래야 집단이 유지되고 가정이 유지된다. 


    권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잘못된 권력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권력 자체를 부정하면 안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호르몬 때문에 인간은 사회적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왕개미의 페로몬을 맡지 못하는 개미는 얼마 못 살고 죽는다고 한다. 


    인간도 같다. 사람과 눈을 맞추고 사람의 땀냄새를 맡아야 안정감을 느낀다. 자본은 생산력이 양의 되먹임을 유지할 때 작동하고 사회는 상호작용이 양의 되먹임을 유지할 때 작동한다. 인간은 권력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본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포기하면 된다. 다 내려놓으면 된다. 도망치면 된다. 포기했는데도 악착같이 따라붙는게 스트레스다. 그것은 무의식이다. 불협화음 때문이다. 층간소음과 같다. 가만있는 사람을 떠밀고 흔들고 막아서며 해꼬지 한다.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바꾸면 된다. 앙상블을 이루면 된다. 궁합을 맞추면 된다. 상성을 맞추면 된다. 조화를 이루면 된다. 인생은 환경을 연주하는 것이다. 연주를 잘하면 된다. 관악기를 연주하려면 폐활량이 커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연료를 채워야 한다.


    쇼핑을 나서기 전에 지갑을 확인해야 한다. 충분한 폐활량, 준비된 요리, 방문해온 친구, 두둑한 지갑, 넉넉한 연료라면 안심이 된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럴 때 사건의 진행은 순조롭다. 권력은 그 안에 있다. 악기를 연주하면 허파에서 바람이 빠져나간다. 


    쇼핑을 하면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자동차를 주행하면 연료가 빠져나간다. 미리 채워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방향판단이다. 준비없이 해결하는 방법은 남의 것을 가로채는 것이다. 아빠한테 전화하는 것이다. 울고 뒹굴고 떼를 쓰면 엄마가 해결해준다.


    보수꼴통이 쓰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게 먹힌다는 거다. 남의 것을 빼앗고, 아빠에게 전화하고, 엄마 앞에서 떼쓰면 된다. 그런데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치명적이다. 일시적으로만 통한다. 잠시 되다가 안 된다. 한 사람이 빼앗으면 되는데 다들 빼앗으면 안된다.


    나쁜 방법이 때로 먹히기 때문에 지갑도 안 들고 쇼핑 하러 가는 넘, 기름도 안 넣고 차를 고속도로에 올리는 넘, 폐활량도 안 되는데 나팔을 불겠다는 넘이 있다. 민폐족이 있다. 그래서 세상이 어수선한 것이다. 조금 가다가 중간에 그만두려면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러나 끝까지 가려면 지속가능한 방법이라야 한다. 방향판단을 잘해야 한다. 꼼수를 쓰지 말고 수순대로 두어야 한다. 진리와의 상호작용, 천하와의 상호작용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런데 대개는 일을 작게 시작한다. 작은 권력을 조직한다. 난 소박해. 야심이 없어. 


    난 권력의지가 없어. 나는 빵 한 조각이면 충분해. 그러므로 천하와의 궁합을 알아볼 이유가 없어. 국가와의 앙상블을 추구할 이유가 없어. 가족이나 동료와의 상성에는 관심이 없어. 그런데 일은 커지기 마련이다. 사건이 커지면 반드시 옆에서 흔드는 자가 있다. 


    층간소음처럼 환경이 인간을 흔든다. 방해자가 있다. 그래서 괴로운 거다. 괴로운 것은 무의식 때문이다. 당신은 다 내려놓았다지만 비겁한 도주에 불과하다. 계절이 바뀌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유행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사회는 진보하고 산업은 발전한다. 


    룰은 지속적으로 변한다. 세상은 당신에게 변화를 따라잡으라고 한다. 악사는 연주를 그만둘 수 없다. 화가는 그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환경변화와 맞춰가지 않을 수 없다. 상호작용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불협화음에서 탈출할 수 있지만, 무의식이 나선다.


    호르몬이 당신을 우울하게 한다. 실패가 두려워 연주를 포기할 때 당신은 우울해진다. 그럴 때 면역성이 떨어진다. 질병이 침투한다. 몸살에 걸린다. 잇몸이 붓는다. 눈이 따끔거린다. 호르몬이 당신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못하면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실력을 닦아 연주를 성공시키는게 낫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가기다. 궁합을 맞추고, 상성을 맞추고, 균형을 맞추고, 세상과의 끊어진 라인을 연결해야 한다. 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악보가 없기 때문이다. 바둑의 정석처럼 수순이 있다. 순서를 지켜야 맞는다.


    천하와 먼저 맞추고 진리와 먼저 맞추어야 한다. 큰 것을 먼저 맞추고 작은 것을 나중 맞춰야 하는데 작은 것을 먼저 맞추려고 하므로 실패하게 된다. 작은 것을 먼저 맞추는 이유는 작은 것을 맞추기가 쉽기 때문이다. 큰 것을 맞추려면 철학자에게 물어봐야 한다. 


    공자는 어떻게 맞췄지?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맞췄지? 예수는 어떻게 맞췄지? 석가는 어떻게 맞췄지? 신과는 어떻게 맞춰야 하지? 답은 구조론에 있다. 답은 내비에 다 있다. 길이 아니다 싶으면 지도를 펼치고 내비를 켜야 하는데 끝내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려면 설명서를 봐야 한다. 어림짐작으로 조립했다가 다시 분해하며 울화통 터뜨리는 사람 많다. 구조론은 설명서다. 설명서대로 차근차근 조립하면 된다. 큰 것을 먼저 하고 작은 것을 나중 하라. 전체를 먼저 조립하고 부분을 나중 조립하라.


    정리하자. 자본은 생산력이 양의 피드백을 이루어야 하고 사회는 상호작용이 양의 피드백을 이루어야 하며 그것을 추동하는 것이 자연에서는 에너지의 효율성이고 인간에게는 권력의지다. 남의 것을 가로채거나,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도 있다.


    포기하고 내려놓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겁한 도주에 불과하며 일시적 미봉책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은 환경의 연주에 익숙해져야 한다. 길들여져야 한다. 연주를 못하면 악보를 봐야 한다. 길을 못 찾으면 내비를 켜야 한다. 구조론에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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