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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627 vote 0 2003.12.15 (22:06:44)

‘1/10로 짜맞추라는 말이냐’는 식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개념없는 일부 시민단체들도 그렇고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의 일부 기자들도 그러하다. 근데 물 먹었다. 이회창 한테 말이다. 그래도 모르겠는가?

『 개혁은 함께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임무(mission)를 완수할 때 까지 ..』

지금 ‘뭣 모르고 본질을 모르고’ 중구난방 떠들어 쌓는데.. 그러다가는 시민단체도 인터넷언론도 도매금으로 넘어간다는 사실 알아야 한다. 진지해져야 한다. 이회창도 달려들어가는 판인데 언제까지 말장난이나 하자는 건가?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하고 살자는 말이다.

중요한건 노무현의 발언 내용이 아니다. 최병렬의 노무현따라하기, 이회창의 노무현따라하기다. 이게 다 뭔가? 걸려들었다는 거 아닌가? 최병렬과 이회창의 행동반경을 부처님 손바닥 안에 손오공으로 묶어놓았다는 거. 이 점이 중요하다.

노무현식 정치가 현실적으로 먹혀들고 있다는 점, 실제로 이회창이 엮여들어갔다는 사실, 최병렬, 이회창, 추미애들이 노무현을 따라하는 한 노무현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이 사태의 본질이다. 노무현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의 행동을 특정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게임 끝난거 아닌가?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를 발췌 인용하면

선수(先手)란 병법의 으뜸으로써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원칙이다. 상대에게 끌려다니는 후수(後手)가 되어서는 이길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적을 자유롭게 끌고 다녀야 한다. 적도 선수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상대의 태도를 알고 있는 자 만이 선수를 잡을 수 있다.  

세가지 선수잡기가 있다. 첫째는 자신이 먼저 적에게 달려드는 ‘싸움을 거는 선수’이다. 둘째는 적이 싸움을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선수’이다. 세째는 둘이 동시에 싸움을 거는 '맞서는 선수'이다. 어떤 싸움의 시작에도 이 세가지 선수 외에는 없다. 선수를 잡는 법 여하에 따라서 조속한 승리를 얻을 수가 있으므로 '선수'야 말로 ‘병법의 첫째가는 길’이라 할 것이다.

병법에 있어서는 무슨 일이나 선수를 잡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차림자세는 상대의 선수를 기다린다는 점에서 후수가 될 수 있다. 승부의 기본자세는 상대의 자세를 동요시켜 적이 예상 못한 수단을 내밀거나, 혹은 적을 낭패하게 만들어 화나게 하거나, 혹은 적이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이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부의 차림자세는 상대의 행동을 앉아서 기다리는 후수(後手)의 심리를 싫어한다.

적이 기술을 걸어 왔을 경우, 무모한 공격은 흘려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미리 억눌러 적이 덤벼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이 하는 것을 보고 억제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후수이다. 먼저 이쪽에서는 병법의 도에 맡기고, 기예를 펼치면서, 적이 덤벼오는 것을 그 시초에 억눌러, 적이 하고자 하는 것을 쓸모없게 하여 적을 자유로이 끌고다니는 자가 진정한 달인의 병법자다.

미야모도 무사시의 결론은 한마디로 선수(先手)를 잡아서 적을 자유롭게 끌고다녀야 승리한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흉내내거나, 적이 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 대응하여 적을 응징하려 해서는 후수가 될 뿐이다. 노무현은 항상 선수를 잡아왔다는 사실을 잊어서 안된다.


부시의 재선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필자는 미군의 고전을 내심 걱정해 왔다. 아버지 부시의 패인은 전쟁을 너무 일찍 종결시킨 데 있다. 사태의 조기종결은 부시에게 절대 불리하다. 이라크의 상황이 결정적으로 악화되면 도리어 부시의 재선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현직대통령에게 8년의 기회는 주려고 한다. 이라크전은 부시가 벌인 일이므로 부시가 완결시키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면 부시는 임무를 완수한 셈이 된다. 임무가 완수되었으므로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중국에서 민주화가 안되는 진짜 이유는? 모택동이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는? 모택동은 생전에 서기동수, 남수북조 등 국가대개조의 거대사업을 구상해놓았다. 진시황의 만리장성이나 수양제의 대운하에 비견될 대토목공사이다.

이 대토목공사가 끝날 때 까지 중국 공산당의 권력은 철옹성이다. 대토목공사를 완수하는데 50년이 걸린다면 공산당의 권력은 최소 50년은 가는 셈이다. 박정희의 이른바 조국근대화사업이 끝날 때 까지 김일성의 이른바 혁명사업이 끝날 때 까지 그들은 결코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이것이 권력의 생리이자 법칙이다.

이 또한 미야모도 무사시의 '선수를 잡는 이치'와 같다. 지금 노무현의 지지율이 저조하지만 재신임은 무난히 통과하는 이유는? 노무현이 선수를 잡았기 때문이다.

● 조국근대화? - 박정희 네가 시작했으므로 박정희 네가 끝내라.
● 북한의 혁명? - 김일성이 시작했으므로 김정일 너라도 끝내라.
● 이라크전쟁? - 부시 네가 시작했으므로 부시 네가 4년 더 해먹고 완결지어라.

이라크에서 미군이 2000명쯤 죽어버린다면 부시는 재선에 무난히 성공할 수 있다. 미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자존심’ 나오기 전에 전쟁상황을 서둘러 종결시켜야만 부시의 재선을 막을 수 있다.

 ● 정치개혁? - "노무현 네가 일을 벌여놓았으므로 이거 하나는 네가 완결지어라."

이런 심리가 있다. 모두들 노무현을 욕하지만 노무현만이 이 사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노무현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노무현은 이미 선수를 잡은 것이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말했듯이  '적이 하는 것을 보고 억제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후수이다. 승부사라면 기예를 펼치면서, 적이 덤벼오는 것을 그 시초에 억눌러, 적이 하고자 하는 것을 쓸모없게 하여 적을 자유로이 끌고 다녀야 한다.

판을 벌일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정치개혁을 오래 끌수록 노무현정권은 임기 후의 정치적 수명까지 길어진다. 노무현정권에 협력해서 노무현이 벌여놓은 정치개혁을 조기에 종결시키는 것만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노무현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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