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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몰랐던 사실 하나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대통령직선제’ 구도가, 유권자가 절묘하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황금분할구도(실제로는 아니지만 유권자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로 되어 있고..

여기서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유권자가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될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역사성’이 중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성취가 담긴 것은 일부 모순이 있더라도 계속 가야만 한다. 불문법의 가치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학습효과다.

무슨 뜻인가? 지금 정치판은 구조적으로 매우 모순되어 있지만 유권자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얻은 꾸준한 학습효과로.. 이 모순된 상황에서도 절묘하게 균형감각을 발휘하여.. 여당도 깨지고 야당도 깨지지만 국민은 살고 대한민국은 잘 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판을 가져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역사성을 무시하고 근본을 틀어버리면? 민주화 과정에서 얻은, 그동안의 학습효과는 전부 무위로 돌아간다. 유권자는 균형감각을 발휘할 절묘한 포인트를 놓쳐버린다.(영남과 비영남,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이중 나선형 대립구도로 짜인 복잡한 판구조도 그 포인트들 중의 하나이다.) 어떻게 판을 짜야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예컨대 필자 개인적으로는.. 내각제가 더 민주주의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엔 내각제 이야기 좀 했는데 요즘은 안 한다.) 당장 내각제를 하자고 하면..

국민은 내 한표가 사라지고 말지도 모른다는, 내 손으로 내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잃어버릴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건 국민이 피로 싸워서 얻어낸 기득권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즉 내각제 하에서도 국민은 균형감각을 발휘하여 황금분할구도로 만들어놓고 판을 조정할 포인트들을 얻을 수 있지만, 그 포인트가 무엇인지 국민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국민은 권리를 상실한듯 크게 낙담하게 된다.

투표권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충격을 받는 것이며, 내각제 하에서 어떻게 황금분할구도를 만들고 균형감각의 포인트들을 찾아야 할지.. 생각하면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것이다. 또 그것이 정착되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존중하여, 그 민주화 과정에서의 경험칙으로 얻은 그 역사성을 존중하여, 그 무수한 학습효과의 값어치를 존중하여.. 그 학습효과의 결과물인 지금의 판구조를 존중하여.. 그 방향으로 진도를 나가주어야 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딱 일본처럼 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정치적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만 키워놓을 위험이 있다. 한국의 정치과잉, 진지함과 역동성은 소선거구제의 장점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역사가 애초에 내각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몰라도, 처음부터 대통령제로 방향을 틀어버린 이 상황에서 국민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판을 제어할 포인트를 놓쳐버릴 위험이 있는 중대선거구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 소선거구제.. 지역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나 박아놓은 말뚝이 뽑히지만 대신 수도권에서 최병렬과 홍사덕, 추미애 등 탄핵 5적을 낙마시킬 수 있다. 여기서 평형이 성립한다. 국민은 거기서 균형감각의 포인트들을 찾아낸다.

● 중대선거구제.. 어떤 경우에도 최병렬, 홍사덕, 추미애 등 탄핵 5적을 낙마시킬 수 없다. 그들은 거물(?) 혹은 중진이 되어서 2순위로 항상 당선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탄핵 5적을 낙마시킬 수 없는 중대선거구제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김용갑이나 정형근을 보더라도 탄핵 5적은 박살내버리는 소선거구제를 택할 것인가?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둘 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면 역사성을 존중하는 즉, 국민들이 얻어놓은 학습효과와 경험칙과 전통과 균형감각의 포인트들을 민주화의 소중한 경험자산으로 알고 그것을 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중대선거구제로 인한 탄핵 5적의 부활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그 악마들에게 복음을 들려줄 것인가? 어떤 경우에도 진도 나가야 한다. 역사가 뒤로 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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